폼페이오 탓하며 대화 의욕 접었다는 北…북미 협상 이대로 끝?

입력 2020.03.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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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안보리 회의는)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지난해 12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 "우리에게는 일방적인 강요나 당하는 그런 회담에 다시 나갈 필요가 없다." (지난 1월,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담화)

― "우리는 폼페이오의 이번 망발을 들으며 다시금 (북미) 대화 의욕을 더 확신성 있게 접었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 (어제, 북한 외무성 신임 대미 협상국장 담화)

북한이 또 한 번 미국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외무성 신임 대미 협상국장'이라는 신설 직책 명의로 나온 어제(30일)자 담화 이야기입니다. 담화 명의는 낯설었지만, 내용은 일관됐습니다. 미국과의 '협상 시한'으로 못 박았던 지난해 연말부터, 북한은 꾸준히 비슷한 담화를 내고 미국을 압박해 왔습니다.

더욱 선명해진 건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과 함께 담화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드리면 다친다'는 일종의 경고로 여기지는 문장입니다. 북한은 올해 초, 신년사를 대체한 나흘간의 이례적인 전원회의에서 정면 돌파전을 선언했습니다. 명시적으로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다시 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과의 대립과 제재 장기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경제력과 군사력 강화를 최우선 방침으로 정했습니다.

어제 담화에도 이러한 군사력 강화 기조가 드러납니다. "미국이 오랜 기간 우리 인민에게 들씌운 고통을 그대로 공포와 불안으로 되돌려 갚아주기 위한 우리의 책임적인 계획사업들에 더 큰 열의를 가지게 되었다"는 문장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8일 합동타격훈련 참관을 시작으로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모두 다섯 차례 군사 행보에 나서는 등, 연일 전투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우리는 백악관에서 기침 소리만 나도 그것이 누구의 기침 소리인지 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수시로 북미 정상 사이의 친분 관계를 내세워, 아직 대화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처럼 헛된 미련을 품게 하는 게 미국 외교 수장이 기껏 고안해 낸 창안품'이라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참모들을 따로 분리해 접근하는 전술도 유지됐습니다. 정상과의 친분 관계는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 실무진들을 비난하는 방식입니다. 지난 25일 "북한의 불법적 핵·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힌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망발'로 매도됐습니다. "미국의 진짜 집권자가 누구인지 헛갈릴 정도"라며 은근히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겨냥한 표현도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북미 협상은 영영 끝난 걸까요? 아닐지도 모릅니다. 담화를 낸 주체가 처음 보는 신설 직위, 바로 '대미 협상국장'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로는 '대화 의욕을 접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대미 협상을 담당하는 직책을 새로 만든 겁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이번 담화의 의도가 무엇인지 시간을 들여 분석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당국자는 오늘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 단어만 가지고 즉답하기는 어렵다. 결국 북한이 취하는 행동을 통해 분석해 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한반도 북핵 문제를 두고, 결국 북한의 '말'과 '행동' 모두를 자세히 지켜봐야 하는 상황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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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폼페이오 탓하며 대화 의욕 접었다는 北…북미 협상 이대로 끝?
    • 입력 2020-03-31 18:00:17
    취재K
― "(유엔 안보리 회의는)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지난해 12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 "우리에게는 일방적인 강요나 당하는 그런 회담에 다시 나갈 필요가 없다." (지난 1월,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담화)

― "우리는 폼페이오의 이번 망발을 들으며 다시금 (북미) 대화 의욕을 더 확신성 있게 접었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 (어제, 북한 외무성 신임 대미 협상국장 담화)

북한이 또 한 번 미국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외무성 신임 대미 협상국장'이라는 신설 직책 명의로 나온 어제(30일)자 담화 이야기입니다. 담화 명의는 낯설었지만, 내용은 일관됐습니다. 미국과의 '협상 시한'으로 못 박았던 지난해 연말부터, 북한은 꾸준히 비슷한 담화를 내고 미국을 압박해 왔습니다.

더욱 선명해진 건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과 함께 담화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드리면 다친다'는 일종의 경고로 여기지는 문장입니다. 북한은 올해 초, 신년사를 대체한 나흘간의 이례적인 전원회의에서 정면 돌파전을 선언했습니다. 명시적으로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다시 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과의 대립과 제재 장기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경제력과 군사력 강화를 최우선 방침으로 정했습니다.

어제 담화에도 이러한 군사력 강화 기조가 드러납니다. "미국이 오랜 기간 우리 인민에게 들씌운 고통을 그대로 공포와 불안으로 되돌려 갚아주기 위한 우리의 책임적인 계획사업들에 더 큰 열의를 가지게 되었다"는 문장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8일 합동타격훈련 참관을 시작으로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모두 다섯 차례 군사 행보에 나서는 등, 연일 전투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우리는 백악관에서 기침 소리만 나도 그것이 누구의 기침 소리인지 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수시로 북미 정상 사이의 친분 관계를 내세워, 아직 대화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처럼 헛된 미련을 품게 하는 게 미국 외교 수장이 기껏 고안해 낸 창안품'이라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참모들을 따로 분리해 접근하는 전술도 유지됐습니다. 정상과의 친분 관계는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 실무진들을 비난하는 방식입니다. 지난 25일 "북한의 불법적 핵·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힌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망발'로 매도됐습니다. "미국의 진짜 집권자가 누구인지 헛갈릴 정도"라며 은근히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겨냥한 표현도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북미 협상은 영영 끝난 걸까요? 아닐지도 모릅니다. 담화를 낸 주체가 처음 보는 신설 직위, 바로 '대미 협상국장'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로는 '대화 의욕을 접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대미 협상을 담당하는 직책을 새로 만든 겁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이번 담화의 의도가 무엇인지 시간을 들여 분석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당국자는 오늘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 단어만 가지고 즉답하기는 어렵다. 결국 북한이 취하는 행동을 통해 분석해 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한반도 북핵 문제를 두고, 결국 북한의 '말'과 '행동' 모두를 자세히 지켜봐야 하는 상황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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