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닉 신네르의 2024시즌은 얼마나 위대했나…조코비치, 나달, 페더러와 비교하면?

입력 2024.11.18 (16:02) 수정 2024.11.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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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테니스 세계 1위 야닉 신네르(이탈리아)의 2024시즌은 얼마나 대단했을까. 신네르는 올 시즌 호주오픈과 US오픈을 석권하면서 총 8개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시즌 전적은 70승 6패. 신네르는 올해 유일하게 70승 고지를 돌파한 선수로 기록됐는데, 2016년 앤디 머리 이후 8년 만에 한 시즌 70승을 넘어섰다. 이것은 가히 테니스의 신이자 빅3로 불리는 페더러와 나달, 조코비치의 전성기 시절과 비교될 만한 업적으로 평가된다. 이 3명이 70승 고지에 도달한 시즌을 살펴보자.

로저 페더러- 2003년(78승) 2004년(74승) 2005년(81승) 2006년(92승) 2012년(71승) 2014년(73승)
라파엘 나달- 2005년(79승) 2007년(70승) 2008년(82승) 2010년(71승) 2013년(75승)
노박 조코비치- 2009년(78승) 2011년(70승) 2012년(75승) 2013년(74승) 2015년(82승)

물론 80승을 넘어 90승까지도 도달한 빅3의 최전성기 시절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지만, 신네르의 70승은 시즌 도중 부상 등의 후유증으로 파리올림픽 등 주요한 대회를 뛰지 못한 신네르가 얼마나 지배적인 한 해를 보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패한 횟수는 단 6번에 불과한데, 그 가운데 3번이 또 다른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3위)에게 당한 패배임을 감안하면, 신네르는 단 4명에게만 패배를 허용했다는 뜻이다.

총 8개의 타이틀도 빅3에 견줘 뒤지지 않는 기록이다. 조코비치의 경우 시즌 8번 이상의 우승을 거둔 적은 2011년(10회)과 2015년(11회) 뿐이다. 나달도 2005년(11회) 2008년(8회) 2013년(10회) 3차례 기록했고, 페더러는 2004년(11회) 2005년(11회) 2006년(12회) 2007년(8회) 등 4회였다.

8번의 우승 내용도 영양가가 높다. 그랜드슬램 2회 우승에 더해 그다음 가는 권위를 자랑하는 마스터스 시리즈 3회 우승, 500시리즈 2회, 그리고 상금 68억 원의 대박이 걸린 ATP 파이널스 우승까지 골고루 해냈다. 8명의 최고 선수만 모인 ATP 파이널스에서 신네르는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실 세트' 우승을 1986년 이반 렌들 이후 38년 만에 달성했다.

숫자로 시대의 최강자임을 증명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신네르의 한 차원 높은 테니스 경기력이다. ATP 파이널스 결승전에서 신네르는 미국의 테일러 프리츠를 상대로 6-4 6-4로 완승했다. 14개의 서브 에이스를 뿜어냈고, 첫 서브의 성공률이 71%를 기록했다. 올 시즌 비약적으로 좋아진 신네르의 서브 실력이 결승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건, 과거 빅3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신네르의 그라운드 스트로크 능력. 포핸드와 백핸드 양쪽에서 가공할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신네르의 스트로크는 조코비치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ATP 파이널스 준결승에서 신네르에게 패한 캐스퍼 루드는 다음과 같이 조코비치와 신네르를 비교했다.

"TV로 볼 때 신네르와 조코비치의 테니스는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신네르의 공이 조코비치보다 빠르다. 신네르는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다. 조코비치와는 어느 정도 랠리가 가능하다. 물론 역사상 최고 선수와의 랠리가 쉽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조코비치와의 랠리는 어느 정도 가능하고 미사일처럼 내리꽂는 다운더라인이나 크로스 코트 랠리에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모든 선수를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야닉 신네르의 공이 얼마나 빠른지 경기장에서 실제로 보지 않는 한 그걸 절감하기는 어렵다. TV로는 스피드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회를 앞두고 신네르와 연습한 적이 있었는데, 말 그대로 나를 갖고 놀았다. 때로는 연습 때 부담이 없어서 더 잘 치기도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신네르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연습처럼) 잘 쳤다."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25년 호주오픈에서 신네르는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신네르에게도 2025년에 풀어야 할 숙제가 크게 두 가지가 남아 있다. 하나는 올해 유일하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알카라스와의 상대 전적을 보완해야 하는 점. 특히 신네르는 알카라스와 체력전이 필요한 그랜드슬램 5세트 방식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적지 않았다.

또 한 가지는 세계반도핑기구로부터 제소당한 금지 약물 복용 혐의 논란을 깔끔하게 해소해야 하는 점이다. 세계반도핑기구는 신네르가 금지 약물 복용 혐의가 있다며, 1년 이상의 자격 정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국제스포츠 중재재판소에 제소한 상태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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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18 16:02:10
    • 수정2024-11-18 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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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테니스 세계 1위 야닉 신네르(이탈리아)의 2024시즌은 얼마나 대단했을까. 신네르는 올 시즌 호주오픈과 US오픈을 석권하면서 총 8개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시즌 전적은 70승 6패. 신네르는 올해 유일하게 70승 고지를 돌파한 선수로 기록됐는데, 2016년 앤디 머리 이후 8년 만에 한 시즌 70승을 넘어섰다. 이것은 가히 테니스의 신이자 빅3로 불리는 페더러와 나달, 조코비치의 전성기 시절과 비교될 만한 업적으로 평가된다. 이 3명이 70승 고지에 도달한 시즌을 살펴보자.

로저 페더러- 2003년(78승) 2004년(74승) 2005년(81승) 2006년(92승) 2012년(71승) 2014년(73승)
라파엘 나달- 2005년(79승) 2007년(70승) 2008년(82승) 2010년(71승) 2013년(75승)
노박 조코비치- 2009년(78승) 2011년(70승) 2012년(75승) 2013년(74승) 2015년(82승)

물론 80승을 넘어 90승까지도 도달한 빅3의 최전성기 시절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지만, 신네르의 70승은 시즌 도중 부상 등의 후유증으로 파리올림픽 등 주요한 대회를 뛰지 못한 신네르가 얼마나 지배적인 한 해를 보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패한 횟수는 단 6번에 불과한데, 그 가운데 3번이 또 다른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3위)에게 당한 패배임을 감안하면, 신네르는 단 4명에게만 패배를 허용했다는 뜻이다.

총 8개의 타이틀도 빅3에 견줘 뒤지지 않는 기록이다. 조코비치의 경우 시즌 8번 이상의 우승을 거둔 적은 2011년(10회)과 2015년(11회) 뿐이다. 나달도 2005년(11회) 2008년(8회) 2013년(10회) 3차례 기록했고, 페더러는 2004년(11회) 2005년(11회) 2006년(12회) 2007년(8회) 등 4회였다.

8번의 우승 내용도 영양가가 높다. 그랜드슬램 2회 우승에 더해 그다음 가는 권위를 자랑하는 마스터스 시리즈 3회 우승, 500시리즈 2회, 그리고 상금 68억 원의 대박이 걸린 ATP 파이널스 우승까지 골고루 해냈다. 8명의 최고 선수만 모인 ATP 파이널스에서 신네르는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실 세트' 우승을 1986년 이반 렌들 이후 38년 만에 달성했다.

숫자로 시대의 최강자임을 증명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신네르의 한 차원 높은 테니스 경기력이다. ATP 파이널스 결승전에서 신네르는 미국의 테일러 프리츠를 상대로 6-4 6-4로 완승했다. 14개의 서브 에이스를 뿜어냈고, 첫 서브의 성공률이 71%를 기록했다. 올 시즌 비약적으로 좋아진 신네르의 서브 실력이 결승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건, 과거 빅3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신네르의 그라운드 스트로크 능력. 포핸드와 백핸드 양쪽에서 가공할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신네르의 스트로크는 조코비치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ATP 파이널스 준결승에서 신네르에게 패한 캐스퍼 루드는 다음과 같이 조코비치와 신네르를 비교했다.

"TV로 볼 때 신네르와 조코비치의 테니스는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신네르의 공이 조코비치보다 빠르다. 신네르는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다. 조코비치와는 어느 정도 랠리가 가능하다. 물론 역사상 최고 선수와의 랠리가 쉽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조코비치와의 랠리는 어느 정도 가능하고 미사일처럼 내리꽂는 다운더라인이나 크로스 코트 랠리에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모든 선수를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야닉 신네르의 공이 얼마나 빠른지 경기장에서 실제로 보지 않는 한 그걸 절감하기는 어렵다. TV로는 스피드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회를 앞두고 신네르와 연습한 적이 있었는데, 말 그대로 나를 갖고 놀았다. 때로는 연습 때 부담이 없어서 더 잘 치기도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신네르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연습처럼) 잘 쳤다."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25년 호주오픈에서 신네르는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신네르에게도 2025년에 풀어야 할 숙제가 크게 두 가지가 남아 있다. 하나는 올해 유일하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알카라스와의 상대 전적을 보완해야 하는 점. 특히 신네르는 알카라스와 체력전이 필요한 그랜드슬램 5세트 방식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적지 않았다.

또 한 가지는 세계반도핑기구로부터 제소당한 금지 약물 복용 혐의 논란을 깔끔하게 해소해야 하는 점이다. 세계반도핑기구는 신네르가 금지 약물 복용 혐의가 있다며, 1년 이상의 자격 정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국제스포츠 중재재판소에 제소한 상태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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