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서른 넘은 딸 공주라 불러줘 고마워”…작별 고하는 추모식 편지 [지금뉴스]

입력 2025.01.18 (14:56) 수정 2025.01.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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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20일 만인 오늘(18일), 희생자 합동추모식이 엄수됐습니다.

오늘 추모식에서는 유가족들이 그리운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 순서가 있었는데요.

딸들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영상에 담았습니다.

아래는 유가족들의 편지 전문입니다.

■ 윤나리(故 윤석호 님 자녀)

아빠, 저 아빠 딸 나리예요. 지난 몇 주가 지금 생각해 보면 꿈처럼 지나간 것 같아요. 지금도 아빠라고 부르면 대답해 주실 것만 같은데, 이제 어디에서도 아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요. 처음 기사를 봤을 땐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나 싶다가 인터넷 기사에서 명단을 보고 아빠 이름을 확인했을 땐 심장이 너무 뛰고 손이 떨려서 운전하기도 힘들었어요.

공항에서 유족 대기실로 갈 때는 아직 사망자 집계도 안 됐는데 유족이라고 그래서 몇 번이나 심장이 내려앉았는지 몰라요. 울음소리로 가득한 공항에서 저는 빌고 또 빌었어요. 제발 큰 사고가 아니기를 제발 아빠가 조금만 다치셨길 바랐어요. 인터넷 기사를 얼마나 새로 고침 했는지 몰라요. 댓글이랑 기사에서 가망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도 구출된 두 분 중 한 분이 아빠이길 바라고 또 바랐어요.

아빠, 아프진 않으셨죠? 비행기 탑승객 전원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 차라리 아빠의 마지막이 고통이 아니길 빌었어요. 사고 수습을 하면서 아빠를 찾고 보내드릴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아빠가 가셨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아빠 친구분들과 여행 가기 전날에 통화했던 거 기억하세요? 아빠는 저한테 손녀 로아 만나고 싶다고 놀러 오라고 하고, 저는 아빠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하시니까 여행에서 돌아오시면 로아랑 놀러 가겠다고 했지요.

이렇게 아빠가 돌아오시지 못하다는 걸 알았다면 놀러 갈걸. 그게 마지막이라는 걸 알았다면 아빠를 만나러 갈걸. 아니 여행을 못 가게 할 걸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하고 있는지 몰라요. 아빠, 시간이 갈수록 웃을 일도 생기고 일상으로 돌아가겠죠? 아빠 생각으로 가득해서 눈물만 흐르는 이 순간들이 지나고 언젠가는 문득 문득 아빠의 흔적을 찾아 추억하면서 웃을 날이 오겠죠?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아빠한테 정말 감사할 게 많아요. 부끄럽고 쑥스러워 말 못 했지만 서른 넘은 딸 공주라고 불러줘서 고마워요. 우리 로아 보고 싶다고 매일매일 영상 통화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저희 아빠로, 로아의 할아버지로 계셔줘서 정말 고마워요.

끝으로 조금 웃긴 얘기지만 앞으로 내세를 믿어보려고요. 아빠가 세상에서 사라진 게 아니라 조금 일찍 가셔서 먼저 간 진돌이랑 놀면서 우리 올 때까지 기다리신다고 생각하려고요. 떠난 곳에서는 고통 다 잊고 행복한 기억만 갖고 기다리셔야 해요. 사람들이 아빠 사진 다 멋지대요. 아빠는 떠나시는 날까지 제일 멋진 아빠였어요. 사랑해요. 아빠.

■ 김다혜(故 김영준 님 자녀)

사랑하는 아빠에게. 지난 12월 29일 아침, 아니기를 아니기를 바라면서 통화 버튼을 100번은 넘게 누른 것 같습니다. 살아서 만나길 꼭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도했지만, 다음 날 새벽 아빠의 차가운 시신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빠의 온전한 모습을 기대했던 건 저만의 욕심이었고, 온기 없이 퉁퉁 불은 오른손을 잡으며 오열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아빠를 못 보게 될 줄 알았더라면 한 번 더 전화하고 한 번 더 찾아가고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해 드릴걸 후회가 됩니다.

아빠는 단순한 아버지가 아닌 친구이자 멘토였어요. 언제나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던 모습이 아직 선명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빠와의 소중한 추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때면 그리움이 더욱 깊어집니다.

당신은 늘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든든한 아버지였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였고, 어려운 문제로 고민할 때면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훌륭한 멘토였습니다. 어느 때보다 황량하고 공허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따뜻한 미소와 포근한 품이 한없이 그립고 미치도록 보고 싶습니다.

아빠 기억나? 내가 초등학교 때 퇴근할 때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바나나 우유 사다 주신 거. 어떤 날엔 쥬쥬 2층 인형집 만들어 주시고, 유행에 뒤처지면 안 된다면서 서태지, 조성모 가수 새 음반 나올 때마다 사다 주셨잖아요.

아빠는 저에게 꿈을 꿀 기회와 용기를 주셨어요. 뿐만 아니라 삶의 작은 행복들을 소중히 여기는 법도 가르쳐 주셨어요. 오늘날 제가 이만큼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의 아낌없는 사랑과 가르침 덕분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아빠와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비통합니다. 제게 자주 해주셨던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는 그 믿음의 힘으로 저는 다시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빠처럼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끝으로 아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 아빠,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힘들지 말고 아프지도 말고 좋아하는 노래도 실컷 부르고 친구분들과 즐겁게 술 한잔 마시면서 행복하시길 바라요.

언제까지나 잊지 않을게요. 비록 제 곁에 없더라도 아빠의 사랑이 저와 우리 가족을 지켜줄 거라고 믿어요. 아빠,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고 감사했습니다. 근심 걱정 모두 내려놓고 편히 쉬세요. 아빠의 딸로 태어나서 정말 정말 행복했습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을 마음속에 간직할게요. 작별을 고하는 큰딸 다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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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서른 넘은 딸 공주라 불러줘 고마워”…작별 고하는 추모식 편지 [지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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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20일 만인 오늘(18일), 희생자 합동추모식이 엄수됐습니다.

오늘 추모식에서는 유가족들이 그리운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 순서가 있었는데요.

딸들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영상에 담았습니다.

아래는 유가족들의 편지 전문입니다.

■ 윤나리(故 윤석호 님 자녀)

아빠, 저 아빠 딸 나리예요. 지난 몇 주가 지금 생각해 보면 꿈처럼 지나간 것 같아요. 지금도 아빠라고 부르면 대답해 주실 것만 같은데, 이제 어디에서도 아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요. 처음 기사를 봤을 땐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나 싶다가 인터넷 기사에서 명단을 보고 아빠 이름을 확인했을 땐 심장이 너무 뛰고 손이 떨려서 운전하기도 힘들었어요.

공항에서 유족 대기실로 갈 때는 아직 사망자 집계도 안 됐는데 유족이라고 그래서 몇 번이나 심장이 내려앉았는지 몰라요. 울음소리로 가득한 공항에서 저는 빌고 또 빌었어요. 제발 큰 사고가 아니기를 제발 아빠가 조금만 다치셨길 바랐어요. 인터넷 기사를 얼마나 새로 고침 했는지 몰라요. 댓글이랑 기사에서 가망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도 구출된 두 분 중 한 분이 아빠이길 바라고 또 바랐어요.

아빠, 아프진 않으셨죠? 비행기 탑승객 전원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 차라리 아빠의 마지막이 고통이 아니길 빌었어요. 사고 수습을 하면서 아빠를 찾고 보내드릴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아빠가 가셨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아빠 친구분들과 여행 가기 전날에 통화했던 거 기억하세요? 아빠는 저한테 손녀 로아 만나고 싶다고 놀러 오라고 하고, 저는 아빠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하시니까 여행에서 돌아오시면 로아랑 놀러 가겠다고 했지요.

이렇게 아빠가 돌아오시지 못하다는 걸 알았다면 놀러 갈걸. 그게 마지막이라는 걸 알았다면 아빠를 만나러 갈걸. 아니 여행을 못 가게 할 걸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하고 있는지 몰라요. 아빠, 시간이 갈수록 웃을 일도 생기고 일상으로 돌아가겠죠? 아빠 생각으로 가득해서 눈물만 흐르는 이 순간들이 지나고 언젠가는 문득 문득 아빠의 흔적을 찾아 추억하면서 웃을 날이 오겠죠?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아빠한테 정말 감사할 게 많아요. 부끄럽고 쑥스러워 말 못 했지만 서른 넘은 딸 공주라고 불러줘서 고마워요. 우리 로아 보고 싶다고 매일매일 영상 통화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저희 아빠로, 로아의 할아버지로 계셔줘서 정말 고마워요.

끝으로 조금 웃긴 얘기지만 앞으로 내세를 믿어보려고요. 아빠가 세상에서 사라진 게 아니라 조금 일찍 가셔서 먼저 간 진돌이랑 놀면서 우리 올 때까지 기다리신다고 생각하려고요. 떠난 곳에서는 고통 다 잊고 행복한 기억만 갖고 기다리셔야 해요. 사람들이 아빠 사진 다 멋지대요. 아빠는 떠나시는 날까지 제일 멋진 아빠였어요. 사랑해요. 아빠.

■ 김다혜(故 김영준 님 자녀)

사랑하는 아빠에게. 지난 12월 29일 아침, 아니기를 아니기를 바라면서 통화 버튼을 100번은 넘게 누른 것 같습니다. 살아서 만나길 꼭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도했지만, 다음 날 새벽 아빠의 차가운 시신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빠의 온전한 모습을 기대했던 건 저만의 욕심이었고, 온기 없이 퉁퉁 불은 오른손을 잡으며 오열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아빠를 못 보게 될 줄 알았더라면 한 번 더 전화하고 한 번 더 찾아가고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해 드릴걸 후회가 됩니다.

아빠는 단순한 아버지가 아닌 친구이자 멘토였어요. 언제나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던 모습이 아직 선명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빠와의 소중한 추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때면 그리움이 더욱 깊어집니다.

당신은 늘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든든한 아버지였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였고, 어려운 문제로 고민할 때면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훌륭한 멘토였습니다. 어느 때보다 황량하고 공허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따뜻한 미소와 포근한 품이 한없이 그립고 미치도록 보고 싶습니다.

아빠 기억나? 내가 초등학교 때 퇴근할 때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바나나 우유 사다 주신 거. 어떤 날엔 쥬쥬 2층 인형집 만들어 주시고, 유행에 뒤처지면 안 된다면서 서태지, 조성모 가수 새 음반 나올 때마다 사다 주셨잖아요.

아빠는 저에게 꿈을 꿀 기회와 용기를 주셨어요. 뿐만 아니라 삶의 작은 행복들을 소중히 여기는 법도 가르쳐 주셨어요. 오늘날 제가 이만큼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의 아낌없는 사랑과 가르침 덕분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아빠와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비통합니다. 제게 자주 해주셨던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는 그 믿음의 힘으로 저는 다시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빠처럼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끝으로 아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 아빠,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힘들지 말고 아프지도 말고 좋아하는 노래도 실컷 부르고 친구분들과 즐겁게 술 한잔 마시면서 행복하시길 바라요.

언제까지나 잊지 않을게요. 비록 제 곁에 없더라도 아빠의 사랑이 저와 우리 가족을 지켜줄 거라고 믿어요. 아빠,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고 감사했습니다. 근심 걱정 모두 내려놓고 편히 쉬세요. 아빠의 딸로 태어나서 정말 정말 행복했습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을 마음속에 간직할게요. 작별을 고하는 큰딸 다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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