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흑자장의 ‘검은 도자기의 비밀’

입력 2025.03.10 (19:35) 수정 2025.03.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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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으로 '문화재'란 이름이 '국가유산'으로 바뀌었습니다.

단순한 과거의 물건이 아니라 미래 가치가 담긴 유산이란 의미죠.

강원도에도 문화, 자연, 무형유산 7백여 개가 잊혀진 채, 숨어 있습니다.

KBS 춘천방송총국은 올 한 해, 이 문화유산을 되짚으며 그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첫 순서로, 강원도 흙으로 빚은 '검은 도자기'를 만나봅니다.

김문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통 가마 속에서 불길이 활활 타오릅니다.

무려 1,300도에서 꼬박 하루를 굽고, 식히길 사나흘.

치열한 열기를 견뎌낸 도자기들이 하나둘 세상 빛을 봅니다.

["와 이거 잘 나왔다."]

깊이와 경계를 알 수 없는 흑갈색.

오묘한 색깔을 자랑하는 흑자입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에 가려, 이름조차 낯선 이 검은 자기.

비밀은 강원도 '흙'에 있습니다.

흑자 재료를 구하는 도공을 따라가 봤습니다.

동해의 한 절개지.

암벽 사이사이에 붉고 찰진 흙이 조금씩 나옵니다.

이 흙에 담긴 산화철과 석회석이 흑자의 빛깔을 내줍니다.

흙에서 고운 입자만 골라 물레에서 섬세하게 다듬길 여러 번, 원형의 흙덩이는 그렇게 흑자의 틀을 찾아갑니다.

[김병욱/전통자기도공/흑자장 : "제가 만들더라도 흙이 그 형태를 받아들여야 해요. 그러니까 저는 결론에 가서는 형태를 찾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삼척 하장과 강릉 옥계를 잇는 고갯길 '신흥사기점'은 고려 때부터 이름난 가마터였습니다.

지금도 백봉령 곳곳에 가면 깨진 사기그릇을 볼 수 있을 정돕니다.

지금은 텅 빈 가마터.

전문가 도움을 받아 3D 그래픽으로 전통 가마를 구현했습니다.

각각 다른 열전도율을 고려해 내부를 세 칸으로 나눴습니다.

한번 불을 때면 각각의 칸에서 흑자와 백자를 함께 구워낼 수 있습니다.

좋은 흙과 물 등 최적의 환경, 그리고 장인들의 기술까지.

일제강점기에도 이곳의 가마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김병욱/흑자장 : "1940년 조금 지나서 그때쯤이면 일본이 굉장히 기세등등할 때일 텐데 그 사람들이 여기 소문을 접했던 것 같아요. 여기 사람들을 불러서 가마를 다시 이분들이 지어서 일본 사람들이 원하는 또 우리나라의 좋은 것들을 그 사람들이 가져가기 위해서 거기서 한 몇 년 동안 했다고 들었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 흑자 기술을 고집해 온 흑자장은 지난해, '강원도의 유산'이 됐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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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유일 흑자장의 ‘검은 도자기의 비밀’
    • 입력 2025-03-10 19:35:47
    • 수정2025-03-10 20:15:31
    뉴스7(춘천)
[앵커]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으로 '문화재'란 이름이 '국가유산'으로 바뀌었습니다.

단순한 과거의 물건이 아니라 미래 가치가 담긴 유산이란 의미죠.

강원도에도 문화, 자연, 무형유산 7백여 개가 잊혀진 채, 숨어 있습니다.

KBS 춘천방송총국은 올 한 해, 이 문화유산을 되짚으며 그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첫 순서로, 강원도 흙으로 빚은 '검은 도자기'를 만나봅니다.

김문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통 가마 속에서 불길이 활활 타오릅니다.

무려 1,300도에서 꼬박 하루를 굽고, 식히길 사나흘.

치열한 열기를 견뎌낸 도자기들이 하나둘 세상 빛을 봅니다.

["와 이거 잘 나왔다."]

깊이와 경계를 알 수 없는 흑갈색.

오묘한 색깔을 자랑하는 흑자입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에 가려, 이름조차 낯선 이 검은 자기.

비밀은 강원도 '흙'에 있습니다.

흑자 재료를 구하는 도공을 따라가 봤습니다.

동해의 한 절개지.

암벽 사이사이에 붉고 찰진 흙이 조금씩 나옵니다.

이 흙에 담긴 산화철과 석회석이 흑자의 빛깔을 내줍니다.

흙에서 고운 입자만 골라 물레에서 섬세하게 다듬길 여러 번, 원형의 흙덩이는 그렇게 흑자의 틀을 찾아갑니다.

[김병욱/전통자기도공/흑자장 : "제가 만들더라도 흙이 그 형태를 받아들여야 해요. 그러니까 저는 결론에 가서는 형태를 찾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삼척 하장과 강릉 옥계를 잇는 고갯길 '신흥사기점'은 고려 때부터 이름난 가마터였습니다.

지금도 백봉령 곳곳에 가면 깨진 사기그릇을 볼 수 있을 정돕니다.

지금은 텅 빈 가마터.

전문가 도움을 받아 3D 그래픽으로 전통 가마를 구현했습니다.

각각 다른 열전도율을 고려해 내부를 세 칸으로 나눴습니다.

한번 불을 때면 각각의 칸에서 흑자와 백자를 함께 구워낼 수 있습니다.

좋은 흙과 물 등 최적의 환경, 그리고 장인들의 기술까지.

일제강점기에도 이곳의 가마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김병욱/흑자장 : "1940년 조금 지나서 그때쯤이면 일본이 굉장히 기세등등할 때일 텐데 그 사람들이 여기 소문을 접했던 것 같아요. 여기 사람들을 불러서 가마를 다시 이분들이 지어서 일본 사람들이 원하는 또 우리나라의 좋은 것들을 그 사람들이 가져가기 위해서 거기서 한 몇 년 동안 했다고 들었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 흑자 기술을 고집해 온 흑자장은 지난해, '강원도의 유산'이 됐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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