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도 모른채 ‘민감국가’ 되고 우왕좌왕…미국의 속내는?

입력 2025.03.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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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DOE)가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막바지인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포함시킨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민감국가는 국가 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이란, 쿠바, 리비아, 수단, 시리아 등 6개국은 테러리스트 국가는 물론이고 이스라엘과 타이완, 인도 등 미국과 협력하는 국가도 명단에 올라가 있습니다.

한국은 왜 2025년에 이 명단에 포함되게 된 걸까요?

미국 에너지부는 이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도 아직까지 명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이유를 알지 못하니 정치권에선 '네 탓' 공방이 벌어지는 모양새입니다.


■ "'비확산'이 핵심…핵무장 여론이 영향 미쳤을 가능성 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에너지부 성격상 정치적인 상황보다는 핵 비확산 등과 관련해 실질적인 위험 요인이 있는지를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감국가 명단에는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과 '준동맹'인 타이완도 포함돼 있는데, 이스라엘은 공인받지 않은 핵무기 보유국이고 타이완은 핵무기 보유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한국 역시 1986년부터 1994년까지 일부 기간 동안 유사한 개념의 '민감 국가'에 포함됐던 적이 있습니다. 이때 한국 학자들은 미국 3대 핵무기 연구소에 방문하려면 민감국가로서 제한을 받았습니다. 이때만 해도 한국에는 전술핵이 배치된 상태였습니다. 남북한은 1992년이 되어서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하고 비핵화 조치를 약속했고, 이후 한국에선 핵무장에 대한 여론이 점차 사그라들었습니다.

2000년 초반 국내 연구자들의 극소량 우라늄 분리 실험이 있긴 했지만, 정부의 허가 없이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일이었고, 우리 정부가 IAEA에 자진 신고하면서 크게 문제 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북핵 위협이 점점 고조되면서 핵무장 여론은 계속 커졌습니다. 그리고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 업무보고 때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고조될 경우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핵무장 논의'는 공론화됐습니다. 이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이후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는지 묻는 여론조사 결과는 꾸준히 70%가량은 찬성한다는 결과로 나왔습니다. 학자들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체 핵무장'을 논의하는 학술회의와 세미나가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2기가 들어설 거로 예측되면서 핵무장 목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동맹과 공동 안보에 관심이 적은 트럼프 행정부 특성상 '자체 핵무장'을 용인해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트럼프 측근들의 인터뷰도 잇따라 나왔습니다.

핵무장 여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3월 20일 국회에선 '북핵 위협 현실화에 따른 우리의 핵 대응 전략 세미나', '억제력 강화, 핵무장이 답인가' 세미나가 연달아 열립니다.


■ "핵무장 여론 아닌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커…알아야 대처 가능"

일각에서는 지정 배경이 그간 거론됐던 한국 내 핵무장 여론 등 정치적 이유보다는 기술적 이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전력 및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기술을 둘러싼 지식재산권 분쟁이 종결된 시점이 1월 중순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사안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민감국가 지정이 1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조치와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등 우리나라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시 미국 행정부는 "윤 대통령이 심각하게 오판(badly misjudged)했다"며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고, 1월 6일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한국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사실이 국내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진 지난 10일 이후 지금까지도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원인을 알아야 미국을 설득하고 대처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미국과 적대적 관계인 국가들이 대부분인 일종의 '규제' 명단에 동맹국인 한국을 올리고도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는 미국도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오는 24일 전체 회의를 열고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추가한 것과 관련해 원인과 경위, 대응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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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DOE)가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막바지인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포함시킨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민감국가는 국가 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이란, 쿠바, 리비아, 수단, 시리아 등 6개국은 테러리스트 국가는 물론이고 이스라엘과 타이완, 인도 등 미국과 협력하는 국가도 명단에 올라가 있습니다.

한국은 왜 2025년에 이 명단에 포함되게 된 걸까요?

미국 에너지부는 이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도 아직까지 명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이유를 알지 못하니 정치권에선 '네 탓' 공방이 벌어지는 모양새입니다.


■ "'비확산'이 핵심…핵무장 여론이 영향 미쳤을 가능성 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에너지부 성격상 정치적인 상황보다는 핵 비확산 등과 관련해 실질적인 위험 요인이 있는지를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감국가 명단에는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과 '준동맹'인 타이완도 포함돼 있는데, 이스라엘은 공인받지 않은 핵무기 보유국이고 타이완은 핵무기 보유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한국 역시 1986년부터 1994년까지 일부 기간 동안 유사한 개념의 '민감 국가'에 포함됐던 적이 있습니다. 이때 한국 학자들은 미국 3대 핵무기 연구소에 방문하려면 민감국가로서 제한을 받았습니다. 이때만 해도 한국에는 전술핵이 배치된 상태였습니다. 남북한은 1992년이 되어서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하고 비핵화 조치를 약속했고, 이후 한국에선 핵무장에 대한 여론이 점차 사그라들었습니다.

2000년 초반 국내 연구자들의 극소량 우라늄 분리 실험이 있긴 했지만, 정부의 허가 없이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일이었고, 우리 정부가 IAEA에 자진 신고하면서 크게 문제 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북핵 위협이 점점 고조되면서 핵무장 여론은 계속 커졌습니다. 그리고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 업무보고 때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고조될 경우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핵무장 논의'는 공론화됐습니다. 이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이후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는지 묻는 여론조사 결과는 꾸준히 70%가량은 찬성한다는 결과로 나왔습니다. 학자들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체 핵무장'을 논의하는 학술회의와 세미나가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2기가 들어설 거로 예측되면서 핵무장 목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동맹과 공동 안보에 관심이 적은 트럼프 행정부 특성상 '자체 핵무장'을 용인해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트럼프 측근들의 인터뷰도 잇따라 나왔습니다.

핵무장 여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3월 20일 국회에선 '북핵 위협 현실화에 따른 우리의 핵 대응 전략 세미나', '억제력 강화, 핵무장이 답인가' 세미나가 연달아 열립니다.


■ "핵무장 여론 아닌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커…알아야 대처 가능"

일각에서는 지정 배경이 그간 거론됐던 한국 내 핵무장 여론 등 정치적 이유보다는 기술적 이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전력 및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기술을 둘러싼 지식재산권 분쟁이 종결된 시점이 1월 중순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사안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민감국가 지정이 1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조치와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등 우리나라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시 미국 행정부는 "윤 대통령이 심각하게 오판(badly misjudged)했다"며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고, 1월 6일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한국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사실이 국내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진 지난 10일 이후 지금까지도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원인을 알아야 미국을 설득하고 대처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미국과 적대적 관계인 국가들이 대부분인 일종의 '규제' 명단에 동맹국인 한국을 올리고도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는 미국도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오는 24일 전체 회의를 열고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추가한 것과 관련해 원인과 경위, 대응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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