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기봉에 쇠꼬챙이까지'…개 불법 도축 현장 적발
지난 2월, KBS 취재진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개 사육 농장을 찾았습니다.
비좁은 철제 사육장 안에 수십 마리의 개들이 다닥다닥 갇혀 있었고, 바닥에는 오물이 가득했습니다.
사육장 안에서는 전기봉과 쇠꼬챙이 등 흉기도 발견됐습니다.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잔인한 도축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국의 불법 도축 농장을 추적해 온 동물 보호 활동가조차 잔인한 현장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렇게 열린 장소에서 도살하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전기 쇠꼬챙이로 죽인 경우에 해당하거든요. 동족이 보는 앞에서, 개가 보는 앞에서 개를 도살하고요." -강영교(동물권 활동가) |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는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공개된 장소·동족이 보는 앞에서 도살하는 등의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농장주는 개 소유권도 모두 포기했습니다.

■ 구조된 개 68마리, 해외 입양 가정으로
문제는 불법 도축 농장에 주인 없이 남은 개 68마리였습니다.
어린 강아지부터 다 큰 성견까지,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환경에서 자란 개들을 보호할 시설이 마땅치 않았던 겁니다.
농장주에게 소유권을 넘겨받은 충북 청주시 반려동물 보호센터 직원들이 농장을 오가며 개들을 보살폈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가정 입양의 경우도 작고 예쁜 강아지들을 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식용 목적으로 기르던 큰 개들을 맡아줄 가정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청주시는 이미 수많은 동족의 죽음을 지켜본 개들을 안락사시키지 않기 위해 여러 곳을 수소문했고 마침내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는 1954년 미국에서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부터 활동했고 현재까지 1,700마리가 넘는 동물의 해외 입양을 도왔습니다.
다행히 해외에서는 성견 입양에 대한 수요가 있어 남은 개들은 새로운 보호 가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죽음의 문턱에 놓였던 개들이 청주시와 동물 보호 활동가 등 많은 사람의 노력과 도움으로 새 '견생(犬生)'을 살 수 있게 된 겁니다.

청주시는 종합 백신과 광견병,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등 예방 접종을 꼼꼼하게 마치고 건강 상태가 양호한 개 51마리를 오늘(8일) 미국의 입양 가정으로 먼저 보냈습니다.
동물 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배우 다니엘 헤니 씨도 이날 구조 현장을 찾았습니다.
다니엘 헤니 씨는 "이 농장에서 강아지들이 받았던 처우는 매우 안 좋았고 끔찍했다"면서 "미국에서 새로운 가족과 좋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나머지 어린 강아지와 어미 개 등 17마리는 4개월 가량 청주시가 더 보호한 뒤 해외 입양 가정으로 보내줄 예정입니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우리 지역의 식용견이 불법 도축 위기에서 해외로까지 입양할 수 있는 새로운 동물 복지 모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사육견이나 유기견이 더 좋은 환경으로 입양되거나 보호될 수 있도록 청주시가 유기견 보호 제도나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지원 등 동물 복지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 '개 식용 종식법' 유예기간 꼼수 잇따라…남은 개들의 운명은?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모처럼 훈훈한 소식이지만 현실은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이번에 해외로 입양 간 개들은 운이 좋은 사례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개 식용과 불법 도축 등을 막기 위한 '개 식용 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ㆍ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하거나 잡아먹는 행위에 대한 처벌은 2027년 2월 7일까지 유예됐습니다.
이 기간 안에 개 사육 농장이나 식당 등이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준 건데 유예 기간을 틈탄 불법 도축이나 꼼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KBS 취재진에 적발된 충북 청주의 농장주 사례도 마찬가집니다.
이 농장은 개 식용 종식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청주시에 폐업 보상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개를 몰래 키우면서 잔인한 불법 도축까지 이어 왔습니다.
동물 보호 활동가들에 따르면 이런 일들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잔인하게, 또는 동족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개를 도살해 식용으로 판매하는 행위 자체를 2027년까지는 처벌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동물 보호 활동가인 강영교 씨는 "기르던 개가 자연사해서 도살했다고 주장하면 처벌할 방법이 없다"면서 "일부 농장주 사이에서는 현행법상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여러 꼼수도 공유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농장이 개 식용 종식법에 따른 폐업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사육 중이던 개를 1마리도 남겨둬선 안 되는데 이 과정에서 몰래 불법 도축하거나 다른 농장에 헐값에 팔아넘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개 식용 종식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에서 식용 목적으로 길러지는 개들이 46만여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법 시행 이후 지난 2월까지 개 사육 농장 1,537곳 가운데 40.5% 정도가 폐업했는데 동물 보호 단체들은 이렇게 농장이 폐업해서, 혹은 따로 구조된 사례들을 제외하고 여전히 개 수십만 마리가 방치되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이 개들도 새로운 가족을 만나거나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고민과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연관 기사][현장K] ‘개 식용 종식법’ 시행됐는데…불법 도살 여전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82767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불법 도축 직전 개 68마리, 해외 입양돼 새 ‘견생’
-
- 입력 2025-05-08 16:53:45

■ '전기봉에 쇠꼬챙이까지'…개 불법 도축 현장 적발
지난 2월, KBS 취재진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개 사육 농장을 찾았습니다.
비좁은 철제 사육장 안에 수십 마리의 개들이 다닥다닥 갇혀 있었고, 바닥에는 오물이 가득했습니다.
사육장 안에서는 전기봉과 쇠꼬챙이 등 흉기도 발견됐습니다.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잔인한 도축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국의 불법 도축 농장을 추적해 온 동물 보호 활동가조차 잔인한 현장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렇게 열린 장소에서 도살하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전기 쇠꼬챙이로 죽인 경우에 해당하거든요. 동족이 보는 앞에서, 개가 보는 앞에서 개를 도살하고요." -강영교(동물권 활동가) |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는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공개된 장소·동족이 보는 앞에서 도살하는 등의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농장주는 개 소유권도 모두 포기했습니다.

■ 구조된 개 68마리, 해외 입양 가정으로
문제는 불법 도축 농장에 주인 없이 남은 개 68마리였습니다.
어린 강아지부터 다 큰 성견까지,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환경에서 자란 개들을 보호할 시설이 마땅치 않았던 겁니다.
농장주에게 소유권을 넘겨받은 충북 청주시 반려동물 보호센터 직원들이 농장을 오가며 개들을 보살폈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가정 입양의 경우도 작고 예쁜 강아지들을 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식용 목적으로 기르던 큰 개들을 맡아줄 가정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청주시는 이미 수많은 동족의 죽음을 지켜본 개들을 안락사시키지 않기 위해 여러 곳을 수소문했고 마침내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는 1954년 미국에서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부터 활동했고 현재까지 1,700마리가 넘는 동물의 해외 입양을 도왔습니다.
다행히 해외에서는 성견 입양에 대한 수요가 있어 남은 개들은 새로운 보호 가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죽음의 문턱에 놓였던 개들이 청주시와 동물 보호 활동가 등 많은 사람의 노력과 도움으로 새 '견생(犬生)'을 살 수 있게 된 겁니다.

청주시는 종합 백신과 광견병,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등 예방 접종을 꼼꼼하게 마치고 건강 상태가 양호한 개 51마리를 오늘(8일) 미국의 입양 가정으로 먼저 보냈습니다.
동물 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배우 다니엘 헤니 씨도 이날 구조 현장을 찾았습니다.
다니엘 헤니 씨는 "이 농장에서 강아지들이 받았던 처우는 매우 안 좋았고 끔찍했다"면서 "미국에서 새로운 가족과 좋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나머지 어린 강아지와 어미 개 등 17마리는 4개월 가량 청주시가 더 보호한 뒤 해외 입양 가정으로 보내줄 예정입니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우리 지역의 식용견이 불법 도축 위기에서 해외로까지 입양할 수 있는 새로운 동물 복지 모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사육견이나 유기견이 더 좋은 환경으로 입양되거나 보호될 수 있도록 청주시가 유기견 보호 제도나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지원 등 동물 복지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 '개 식용 종식법' 유예기간 꼼수 잇따라…남은 개들의 운명은?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모처럼 훈훈한 소식이지만 현실은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이번에 해외로 입양 간 개들은 운이 좋은 사례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개 식용과 불법 도축 등을 막기 위한 '개 식용 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ㆍ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하거나 잡아먹는 행위에 대한 처벌은 2027년 2월 7일까지 유예됐습니다.
이 기간 안에 개 사육 농장이나 식당 등이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준 건데 유예 기간을 틈탄 불법 도축이나 꼼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KBS 취재진에 적발된 충북 청주의 농장주 사례도 마찬가집니다.
이 농장은 개 식용 종식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청주시에 폐업 보상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개를 몰래 키우면서 잔인한 불법 도축까지 이어 왔습니다.
동물 보호 활동가들에 따르면 이런 일들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잔인하게, 또는 동족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개를 도살해 식용으로 판매하는 행위 자체를 2027년까지는 처벌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동물 보호 활동가인 강영교 씨는 "기르던 개가 자연사해서 도살했다고 주장하면 처벌할 방법이 없다"면서 "일부 농장주 사이에서는 현행법상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여러 꼼수도 공유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농장이 개 식용 종식법에 따른 폐업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사육 중이던 개를 1마리도 남겨둬선 안 되는데 이 과정에서 몰래 불법 도축하거나 다른 농장에 헐값에 팔아넘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개 식용 종식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에서 식용 목적으로 길러지는 개들이 46만여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법 시행 이후 지난 2월까지 개 사육 농장 1,537곳 가운데 40.5% 정도가 폐업했는데 동물 보호 단체들은 이렇게 농장이 폐업해서, 혹은 따로 구조된 사례들을 제외하고 여전히 개 수십만 마리가 방치되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이 개들도 새로운 가족을 만나거나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고민과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연관 기사][현장K] ‘개 식용 종식법’ 시행됐는데…불법 도살 여전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82767
-
-
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송근섭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