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타깃이라더니…미·중 협상은 또 연장?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5.07.29 (06:00) 수정 2025.07.2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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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이어 EU까지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안기며 무역 협상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60조 원), 유럽도 6천억 달러(약 82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고, 미국산 항공기·에너지 등의 구매도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는 관세율 15%입니다.

미국에 '너무 많이 내줬다'는 비판에다, 참의원(일본 상원) 선거 패배까지 겹친 이시바 일본 총리는 '사퇴론'까지 불거졌습니다.

현재 평균 14.8%의 관세를 물고 있는 유럽에서도 선물을 퍼주고 받아 든 성적표가 '15% 현상 유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우리나라와 캐나다, 멕시코, 인도 등 주요국들의 부담은 더 커진 모양새입니다. 일본과 EU 사례를 따르자니 치러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타깃이라더니…늦어지는 미·중 관세 협상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하며 '상호 관세'의 주요 타깃이 중국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 시한으로 못 박은 8월 1일을 향해 세계 주요국들의 협상 릴레이가 펼쳐지는 와중에 '미국의 중점 타깃'이라던 중국은 오히려 느긋한 분위기입니다.

5월 11일, 미국과 중국 경제 수장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을 벌였다. (사진: 연합뉴스)5월 11일, 미국과 중국 경제 수장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을 벌였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은 '경제통'인 허리펑 부총리를 앞세워 현지 시각 28일부터 이틀 동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중 관세 3차 협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우리는 '연장될 것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해결할 것"이라며 '미·중 관세 휴전' 연장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러시아산과 이란산 석유를 구입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쉬 립스키 미국 대서양위원회 국제경제의장은 "현재 미·중 관계는 4, 5월 무역 전쟁 격화 당시보다 상당히 나아졌지만, 이번 주 가장 가능성 있는 결과는 또 하나의 '임시방편 합의'일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예상했습니다. 결국 이번 3차 협상 결과가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중국 매체 SCMP는 "미·중 관세 협상이 90일 연장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이 예상대로라면 오는 11월까지도 최종 무역 합의는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도 거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한 것과 달리, 주요 의제에 대해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다른 국가들에 신속한 협상 타결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는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있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경제 문제에 안보 문제까지 얽혀 있는 만큼 미·중 협상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이렇게 미국이 진땀을 빼는 데는, 지난 트럼프 1기 관세 협상을 겪은 중국이 '희토류'라는 펀치를 준비해 제대로 날린 게 한몫한다는 평가입니다.

지난 4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중국은 7가지 유형의 희토류와 자석의 수출 허가를 강화하며 말 그대로 미국의 목줄을 쥐었었습니다.

중국이 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인공지능과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을 육성해 치밀하게 2차 미·중 무역 전쟁을 준비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 전쟁 중에도 올해 상반기 경제 성장률 5.3%를 달성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대문:이영현, 그래픽: 조은수

■중국 "펜타닐 관세 철폐" vs 미국 "수출 그만해"

그럼, 중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은 어느 지점에서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요?

부과가 유예되긴 했지만,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상대국 관세를 끌어올리면서 지난 4월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145%, 중국은 대미국 관세는 125%까지 올랐습니다.

미국이 중국산에 부과한 145% 관세율 가운데 감정싸움 과정에서 끌어올린 관세율을 제외하면, 55%의 관세율이 남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기존 관세율 25%에 기본 상호 관세율 10%, 거기에 마약류 펜타닐 유통의 책임을 물어 부과한 20%의 '펜타닐 관세'를 포함한 수치입니다.

양국은 지난 1차 회담을 거쳐 고율 관세 가운데 115%포인트를 취소하거나 90일간 유예했지만, 미국은 펜타닐 관련 조처는 해제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이 '펜타닐 관세'가 부당하다며 우선 철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펜타닐 문제와 중국은 관련이 없다면서도 펜타닐 제조에 쓰이는 화학물질의 통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협상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더해 희토류와 자석류 수출을 풀어주고 미국 상품 구매를 늘리는 대신, 미국이 중국 유학생과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관세를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미국에 매각하는 카드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무역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 중국이 철강과 전기차 등 과잉 생산 구조를 개선해 내수 중심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넘치는 물건을 세계 시장에 내놓지 말고 안에서 소화하라는 요구입니다.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규제와 보조금, 허가 절차를 완화해 줄 것을 내걸고 있습니다.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문제 삼겠다고 한 '이란·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해서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은 (원유 구매 중단을 통해) 러시아 경제를 파괴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미·중 3차 협상에서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만날지 관심입니다.

황재원 코트라 중국 지역 본부장은 "미중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인공지능, 반도체, 희토류의 미중 수출입 기준이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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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이 타깃이라더니…미·중 협상은 또 연장?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5-07-29 06:00:22
    • 수정2025-07-29 06: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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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이어 EU까지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안기며 무역 협상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60조 원), 유럽도 6천억 달러(약 82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고, 미국산 항공기·에너지 등의 구매도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는 관세율 15%입니다.

미국에 '너무 많이 내줬다'는 비판에다, 참의원(일본 상원) 선거 패배까지 겹친 이시바 일본 총리는 '사퇴론'까지 불거졌습니다.

현재 평균 14.8%의 관세를 물고 있는 유럽에서도 선물을 퍼주고 받아 든 성적표가 '15% 현상 유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우리나라와 캐나다, 멕시코, 인도 등 주요국들의 부담은 더 커진 모양새입니다. 일본과 EU 사례를 따르자니 치러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타깃이라더니…늦어지는 미·중 관세 협상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하며 '상호 관세'의 주요 타깃이 중국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 시한으로 못 박은 8월 1일을 향해 세계 주요국들의 협상 릴레이가 펼쳐지는 와중에 '미국의 중점 타깃'이라던 중국은 오히려 느긋한 분위기입니다.

5월 11일, 미국과 중국 경제 수장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을 벌였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은 '경제통'인 허리펑 부총리를 앞세워 현지 시각 28일부터 이틀 동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중 관세 3차 협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우리는 '연장될 것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해결할 것"이라며 '미·중 관세 휴전' 연장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러시아산과 이란산 석유를 구입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쉬 립스키 미국 대서양위원회 국제경제의장은 "현재 미·중 관계는 4, 5월 무역 전쟁 격화 당시보다 상당히 나아졌지만, 이번 주 가장 가능성 있는 결과는 또 하나의 '임시방편 합의'일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예상했습니다. 결국 이번 3차 협상 결과가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중국 매체 SCMP는 "미·중 관세 협상이 90일 연장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이 예상대로라면 오는 11월까지도 최종 무역 합의는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도 거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한 것과 달리, 주요 의제에 대해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다른 국가들에 신속한 협상 타결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는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있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경제 문제에 안보 문제까지 얽혀 있는 만큼 미·중 협상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이렇게 미국이 진땀을 빼는 데는, 지난 트럼프 1기 관세 협상을 겪은 중국이 '희토류'라는 펀치를 준비해 제대로 날린 게 한몫한다는 평가입니다.

지난 4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중국은 7가지 유형의 희토류와 자석의 수출 허가를 강화하며 말 그대로 미국의 목줄을 쥐었었습니다.

중국이 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인공지능과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을 육성해 치밀하게 2차 미·중 무역 전쟁을 준비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 전쟁 중에도 올해 상반기 경제 성장률 5.3%를 달성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대문:이영현, 그래픽: 조은수

■중국 "펜타닐 관세 철폐" vs 미국 "수출 그만해"

그럼, 중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은 어느 지점에서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요?

부과가 유예되긴 했지만,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상대국 관세를 끌어올리면서 지난 4월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145%, 중국은 대미국 관세는 125%까지 올랐습니다.

미국이 중국산에 부과한 145% 관세율 가운데 감정싸움 과정에서 끌어올린 관세율을 제외하면, 55%의 관세율이 남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기존 관세율 25%에 기본 상호 관세율 10%, 거기에 마약류 펜타닐 유통의 책임을 물어 부과한 20%의 '펜타닐 관세'를 포함한 수치입니다.

양국은 지난 1차 회담을 거쳐 고율 관세 가운데 115%포인트를 취소하거나 90일간 유예했지만, 미국은 펜타닐 관련 조처는 해제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이 '펜타닐 관세'가 부당하다며 우선 철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펜타닐 문제와 중국은 관련이 없다면서도 펜타닐 제조에 쓰이는 화학물질의 통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협상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더해 희토류와 자석류 수출을 풀어주고 미국 상품 구매를 늘리는 대신, 미국이 중국 유학생과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관세를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미국에 매각하는 카드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무역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 중국이 철강과 전기차 등 과잉 생산 구조를 개선해 내수 중심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넘치는 물건을 세계 시장에 내놓지 말고 안에서 소화하라는 요구입니다.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규제와 보조금, 허가 절차를 완화해 줄 것을 내걸고 있습니다.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문제 삼겠다고 한 '이란·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해서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은 (원유 구매 중단을 통해) 러시아 경제를 파괴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미·중 3차 협상에서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만날지 관심입니다.

황재원 코트라 중국 지역 본부장은 "미중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인공지능, 반도체, 희토류의 미중 수출입 기준이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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