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김현미·유은혜 장관은 왜 울먹였나
입력 2020.01.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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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자리. 일산서구 국회의원 김현미입니다...라며, 말문을 여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여러분의 성원이 저를 장관으로, 3선 의원으로 만들어줬다, 어디를 가더라도 일산 주민들과 이어져 있을 것"이라고 말하던 순간, 눈시울을 붉히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재선 의원인 유 장관 역시 "10년 동안 저를 키워주고 제 터전이었던 일산을 생각하면 불출마하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는 말을 하던 중 울먹였습니다. 애써 담담한 척 말을 이어갔지만, "앞으로도 제 삶의 터전은 일산"이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울먹임이 섞여 있었습니다.
거취를 놓고 최근까지도 이런저런 말이 많았던 두 사람. 공교롭게도 경기 고양시를 지역구로 둔 두 장관은 결국 올해 총선에 불출마하게 됐습니다. 이들의 울먹임은 어떤 의미일까요?
■ "출마 해야죠"…"제 신분이 국회의원이니..."
지난해 7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거취를 묻는 말에 김현미 장관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습니다. 김 장관은 "다만 제 거취는 임명권자가 결정하는 것이니,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면서도, '총선 출마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는 "출마는 해야죠"라고 답했습니다.
개각 발표가 있은 지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에는 일부 언론에서 유은혜, 김현미 장관의 불출마 방안이 거론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마침 당·정·청 협의회를 위해 국회에 왔던 유 장관은 "제 의사에 대한 확인 과정 없이 보도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웃으며 말했지만, 답변에서는 불편한 심경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지금 출마와 불출마를 제가 결정해서 이야기할 시기도, 상황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이어 '출마 의사가 확실하게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제 신분이 국회의원이기 때문에…"라고 했습니다.
당일 한 민주당 의원은 본인이 유 장관에게 직접 확인해보니, 불출마가 절대 아니라 했다고 전하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김현미 장관 역시 본인이 알기로는 출마 의지가 확고한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당사자들의 마음은 출마 쪽에 확실히 기울어져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이때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 참석한 두 장관의 거취에 대해 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유 장관은 '총선 준비는 언제쯤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고, 김 장관 역시 "총선과 관련해서는 들은 게 별도로 없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일련의 일들을 돌아볼 때 당사자들은 총선 출마를 향한 의지가 강했지만 결국 임명권자 혹은 당의 뜻이 불출마로 정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청와대에선 후임 인선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이 16일까지인데, 그 안에 당장 후임자를 구해 인사청문회까지 거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실제 국토부 장관의 경우 지난해 3월 최정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뒤 후임자를 못 찾기도 했는데요. 현 정부 들어 진행된 조각에서, 27명에게 제안했다 결국 28명째에 장관 후보자를 구한 에피소드도 있을 만큼, 내각 인선은 청와대와 여권의 깊은 고민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 "지역구 포기 어려운 결정"…"용기 필요했어"
하지만 이런 사정과는 별개로, 두 장관으로선 아쉬움, 미련이 컸던 것 같습니다. 불출마의 변에서,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가는 게 중요한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치인으로 지역구를 포기하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유 장관 역시 2010년부터 김 장관과 지역 활동과 선거를 함께 해왔는데, 두 사람이 같이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 역할을 하기 위해 선거에 안 나가게 된 상황 자체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고민이었고,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10년간 응원해주고 함께 해준 많은 분의 얼굴이 먼저 떠올라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도 했습니다.
■ 지역구와 영원한 이별?…"여성 의원들 공천에 영향"
두 장관이 울먹인 이유는 단순히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아쉬움 외에도, 현 지역구와의 영원한 이별이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경기 고양시는 국회의원 4석 가운데 3석에, 시장까지 석권한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꼽힙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정이 있어 지역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경우, 그 지역구에 다시 출마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며 청와대 임종석 전 비서실장 사례를 들었는데요. 임 전 비서실장은 16대와 17대 총선에서 서울 성동을에서 당선된 후 18대는 낙선했고, 19대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의 지역구를 같은 당 홍익표 의원(현 성동을)에게 물려줬습니다. 20대 총선에서는 현역인 홍 의원이 있어 성동을은 포기하고, 대신 은평을 출마를 선언했는데 경선에서 강병원 의원(현 은평을)에게 패배하고 맙니다.
이처럼 같은 당 후임 의원이 차지한 지역구를 탈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두 장관이 4년 뒤 22대 총선에서 지금의 지역구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하면, 21대에서 뽑힌 의원과 경쟁하거나, 아예 새로운 밭을 일궈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역구를 다시 돌려준 극히 드문 사례가 있긴 한데요. 민주당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인 손혜원 의원이 그렇습니다. 마포을을 지역구로 둔 손 의원은 올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했고, 대신 17대, 19대에서 마포을 의원이었던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이 다시 도전하게 됐습니다. 특히 최근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 전 의원의 후원회장이 손 의원으로 알려져, 손 의원이 정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다시 돌려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유 장관과 김 장관이 21대 총선에서만 잠시 자신의 지역구를 맡아줄 후임자를 기대하며 "어디 손 의원 같은 사람 없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한편으로는 이번 불출마가 당내 여성 의원들의 공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5선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4선 박영선 중기부 장관에 이어 3선인 김현미 장관까지, 중진급 의원들이 모두 빠지면서, 다른 3선 여성의원들이 공천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견인데요. 중진 여성 의원 전멸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두 장관은 아직은 미련을 다 떨쳐내지 못한 듯 3일 국회를 떠났습니다. 이제 관심은 이들의 자리에 누가 오게 될지, 또 이로 인한 총선 구도는 어떻게 바뀌게 될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재선 의원인 유 장관 역시 "10년 동안 저를 키워주고 제 터전이었던 일산을 생각하면 불출마하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는 말을 하던 중 울먹였습니다. 애써 담담한 척 말을 이어갔지만, "앞으로도 제 삶의 터전은 일산"이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울먹임이 섞여 있었습니다.
거취를 놓고 최근까지도 이런저런 말이 많았던 두 사람. 공교롭게도 경기 고양시를 지역구로 둔 두 장관은 결국 올해 총선에 불출마하게 됐습니다. 이들의 울먹임은 어떤 의미일까요?
■ "출마 해야죠"…"제 신분이 국회의원이니..."
지난해 7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거취를 묻는 말에 김현미 장관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습니다. 김 장관은 "다만 제 거취는 임명권자가 결정하는 것이니,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면서도, '총선 출마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는 "출마는 해야죠"라고 답했습니다.
개각 발표가 있은 지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에는 일부 언론에서 유은혜, 김현미 장관의 불출마 방안이 거론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마침 당·정·청 협의회를 위해 국회에 왔던 유 장관은 "제 의사에 대한 확인 과정 없이 보도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웃으며 말했지만, 답변에서는 불편한 심경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지금 출마와 불출마를 제가 결정해서 이야기할 시기도, 상황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이어 '출마 의사가 확실하게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제 신분이 국회의원이기 때문에…"라고 했습니다.
당일 한 민주당 의원은 본인이 유 장관에게 직접 확인해보니, 불출마가 절대 아니라 했다고 전하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김현미 장관 역시 본인이 알기로는 출마 의지가 확고한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당사자들의 마음은 출마 쪽에 확실히 기울어져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이때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 참석한 두 장관의 거취에 대해 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유 장관은 '총선 준비는 언제쯤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고, 김 장관 역시 "총선과 관련해서는 들은 게 별도로 없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일련의 일들을 돌아볼 때 당사자들은 총선 출마를 향한 의지가 강했지만 결국 임명권자 혹은 당의 뜻이 불출마로 정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청와대에선 후임 인선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이 16일까지인데, 그 안에 당장 후임자를 구해 인사청문회까지 거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실제 국토부 장관의 경우 지난해 3월 최정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뒤 후임자를 못 찾기도 했는데요. 현 정부 들어 진행된 조각에서, 27명에게 제안했다 결국 28명째에 장관 후보자를 구한 에피소드도 있을 만큼, 내각 인선은 청와대와 여권의 깊은 고민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 "지역구 포기 어려운 결정"…"용기 필요했어"
하지만 이런 사정과는 별개로, 두 장관으로선 아쉬움, 미련이 컸던 것 같습니다. 불출마의 변에서,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가는 게 중요한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치인으로 지역구를 포기하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유 장관 역시 2010년부터 김 장관과 지역 활동과 선거를 함께 해왔는데, 두 사람이 같이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 역할을 하기 위해 선거에 안 나가게 된 상황 자체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고민이었고,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10년간 응원해주고 함께 해준 많은 분의 얼굴이 먼저 떠올라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도 했습니다.
■ 지역구와 영원한 이별?…"여성 의원들 공천에 영향"
두 장관이 울먹인 이유는 단순히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아쉬움 외에도, 현 지역구와의 영원한 이별이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경기 고양시는 국회의원 4석 가운데 3석에, 시장까지 석권한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꼽힙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정이 있어 지역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경우, 그 지역구에 다시 출마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며 청와대 임종석 전 비서실장 사례를 들었는데요. 임 전 비서실장은 16대와 17대 총선에서 서울 성동을에서 당선된 후 18대는 낙선했고, 19대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의 지역구를 같은 당 홍익표 의원(현 성동을)에게 물려줬습니다. 20대 총선에서는 현역인 홍 의원이 있어 성동을은 포기하고, 대신 은평을 출마를 선언했는데 경선에서 강병원 의원(현 은평을)에게 패배하고 맙니다.
이처럼 같은 당 후임 의원이 차지한 지역구를 탈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두 장관이 4년 뒤 22대 총선에서 지금의 지역구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하면, 21대에서 뽑힌 의원과 경쟁하거나, 아예 새로운 밭을 일궈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역구를 다시 돌려준 극히 드문 사례가 있긴 한데요. 민주당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인 손혜원 의원이 그렇습니다. 마포을을 지역구로 둔 손 의원은 올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했고, 대신 17대, 19대에서 마포을 의원이었던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이 다시 도전하게 됐습니다. 특히 최근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 전 의원의 후원회장이 손 의원으로 알려져, 손 의원이 정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다시 돌려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유 장관과 김 장관이 21대 총선에서만 잠시 자신의 지역구를 맡아줄 후임자를 기대하며 "어디 손 의원 같은 사람 없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한편으로는 이번 불출마가 당내 여성 의원들의 공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5선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4선 박영선 중기부 장관에 이어 3선인 김현미 장관까지, 중진급 의원들이 모두 빠지면서, 다른 3선 여성의원들이 공천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견인데요. 중진 여성 의원 전멸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두 장관은 아직은 미련을 다 떨쳐내지 못한 듯 3일 국회를 떠났습니다. 이제 관심은 이들의 자리에 누가 오게 될지, 또 이로 인한 총선 구도는 어떻게 바뀌게 될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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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심야심] 김현미·유은혜 장관은 왜 울먹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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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1-04 10:00:19
3일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자리. 일산서구 국회의원 김현미입니다...라며, 말문을 여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여러분의 성원이 저를 장관으로, 3선 의원으로 만들어줬다, 어디를 가더라도 일산 주민들과 이어져 있을 것"이라고 말하던 순간, 눈시울을 붉히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재선 의원인 유 장관 역시 "10년 동안 저를 키워주고 제 터전이었던 일산을 생각하면 불출마하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는 말을 하던 중 울먹였습니다. 애써 담담한 척 말을 이어갔지만, "앞으로도 제 삶의 터전은 일산"이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울먹임이 섞여 있었습니다.
거취를 놓고 최근까지도 이런저런 말이 많았던 두 사람. 공교롭게도 경기 고양시를 지역구로 둔 두 장관은 결국 올해 총선에 불출마하게 됐습니다. 이들의 울먹임은 어떤 의미일까요?
■ "출마 해야죠"…"제 신분이 국회의원이니..."
지난해 7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거취를 묻는 말에 김현미 장관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습니다. 김 장관은 "다만 제 거취는 임명권자가 결정하는 것이니,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면서도, '총선 출마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는 "출마는 해야죠"라고 답했습니다.
개각 발표가 있은 지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에는 일부 언론에서 유은혜, 김현미 장관의 불출마 방안이 거론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마침 당·정·청 협의회를 위해 국회에 왔던 유 장관은 "제 의사에 대한 확인 과정 없이 보도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웃으며 말했지만, 답변에서는 불편한 심경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지금 출마와 불출마를 제가 결정해서 이야기할 시기도, 상황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이어 '출마 의사가 확실하게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제 신분이 국회의원이기 때문에…"라고 했습니다.
당일 한 민주당 의원은 본인이 유 장관에게 직접 확인해보니, 불출마가 절대 아니라 했다고 전하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김현미 장관 역시 본인이 알기로는 출마 의지가 확고한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당사자들의 마음은 출마 쪽에 확실히 기울어져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이때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 참석한 두 장관의 거취에 대해 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유 장관은 '총선 준비는 언제쯤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고, 김 장관 역시 "총선과 관련해서는 들은 게 별도로 없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일련의 일들을 돌아볼 때 당사자들은 총선 출마를 향한 의지가 강했지만 결국 임명권자 혹은 당의 뜻이 불출마로 정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청와대에선 후임 인선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이 16일까지인데, 그 안에 당장 후임자를 구해 인사청문회까지 거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실제 국토부 장관의 경우 지난해 3월 최정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뒤 후임자를 못 찾기도 했는데요. 현 정부 들어 진행된 조각에서, 27명에게 제안했다 결국 28명째에 장관 후보자를 구한 에피소드도 있을 만큼, 내각 인선은 청와대와 여권의 깊은 고민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 "지역구 포기 어려운 결정"…"용기 필요했어"
하지만 이런 사정과는 별개로, 두 장관으로선 아쉬움, 미련이 컸던 것 같습니다. 불출마의 변에서,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가는 게 중요한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치인으로 지역구를 포기하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유 장관 역시 2010년부터 김 장관과 지역 활동과 선거를 함께 해왔는데, 두 사람이 같이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 역할을 하기 위해 선거에 안 나가게 된 상황 자체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고민이었고,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10년간 응원해주고 함께 해준 많은 분의 얼굴이 먼저 떠올라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도 했습니다.
■ 지역구와 영원한 이별?…"여성 의원들 공천에 영향"
두 장관이 울먹인 이유는 단순히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아쉬움 외에도, 현 지역구와의 영원한 이별이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경기 고양시는 국회의원 4석 가운데 3석에, 시장까지 석권한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꼽힙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정이 있어 지역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경우, 그 지역구에 다시 출마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며 청와대 임종석 전 비서실장 사례를 들었는데요. 임 전 비서실장은 16대와 17대 총선에서 서울 성동을에서 당선된 후 18대는 낙선했고, 19대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의 지역구를 같은 당 홍익표 의원(현 성동을)에게 물려줬습니다. 20대 총선에서는 현역인 홍 의원이 있어 성동을은 포기하고, 대신 은평을 출마를 선언했는데 경선에서 강병원 의원(현 은평을)에게 패배하고 맙니다.
이처럼 같은 당 후임 의원이 차지한 지역구를 탈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두 장관이 4년 뒤 22대 총선에서 지금의 지역구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하면, 21대에서 뽑힌 의원과 경쟁하거나, 아예 새로운 밭을 일궈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역구를 다시 돌려준 극히 드문 사례가 있긴 한데요. 민주당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인 손혜원 의원이 그렇습니다. 마포을을 지역구로 둔 손 의원은 올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했고, 대신 17대, 19대에서 마포을 의원이었던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이 다시 도전하게 됐습니다. 특히 최근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 전 의원의 후원회장이 손 의원으로 알려져, 손 의원이 정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다시 돌려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유 장관과 김 장관이 21대 총선에서만 잠시 자신의 지역구를 맡아줄 후임자를 기대하며 "어디 손 의원 같은 사람 없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한편으로는 이번 불출마가 당내 여성 의원들의 공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5선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4선 박영선 중기부 장관에 이어 3선인 김현미 장관까지, 중진급 의원들이 모두 빠지면서, 다른 3선 여성의원들이 공천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견인데요. 중진 여성 의원 전멸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두 장관은 아직은 미련을 다 떨쳐내지 못한 듯 3일 국회를 떠났습니다. 이제 관심은 이들의 자리에 누가 오게 될지, 또 이로 인한 총선 구도는 어떻게 바뀌게 될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재선 의원인 유 장관 역시 "10년 동안 저를 키워주고 제 터전이었던 일산을 생각하면 불출마하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는 말을 하던 중 울먹였습니다. 애써 담담한 척 말을 이어갔지만, "앞으로도 제 삶의 터전은 일산"이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울먹임이 섞여 있었습니다.
거취를 놓고 최근까지도 이런저런 말이 많았던 두 사람. 공교롭게도 경기 고양시를 지역구로 둔 두 장관은 결국 올해 총선에 불출마하게 됐습니다. 이들의 울먹임은 어떤 의미일까요?
■ "출마 해야죠"…"제 신분이 국회의원이니..."
지난해 7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거취를 묻는 말에 김현미 장관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습니다. 김 장관은 "다만 제 거취는 임명권자가 결정하는 것이니,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면서도, '총선 출마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는 "출마는 해야죠"라고 답했습니다.
개각 발표가 있은 지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에는 일부 언론에서 유은혜, 김현미 장관의 불출마 방안이 거론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마침 당·정·청 협의회를 위해 국회에 왔던 유 장관은 "제 의사에 대한 확인 과정 없이 보도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웃으며 말했지만, 답변에서는 불편한 심경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지금 출마와 불출마를 제가 결정해서 이야기할 시기도, 상황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이어 '출마 의사가 확실하게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제 신분이 국회의원이기 때문에…"라고 했습니다.
당일 한 민주당 의원은 본인이 유 장관에게 직접 확인해보니, 불출마가 절대 아니라 했다고 전하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김현미 장관 역시 본인이 알기로는 출마 의지가 확고한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당사자들의 마음은 출마 쪽에 확실히 기울어져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이때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 참석한 두 장관의 거취에 대해 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유 장관은 '총선 준비는 언제쯤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고, 김 장관 역시 "총선과 관련해서는 들은 게 별도로 없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일련의 일들을 돌아볼 때 당사자들은 총선 출마를 향한 의지가 강했지만 결국 임명권자 혹은 당의 뜻이 불출마로 정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청와대에선 후임 인선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이 16일까지인데, 그 안에 당장 후임자를 구해 인사청문회까지 거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실제 국토부 장관의 경우 지난해 3월 최정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뒤 후임자를 못 찾기도 했는데요. 현 정부 들어 진행된 조각에서, 27명에게 제안했다 결국 28명째에 장관 후보자를 구한 에피소드도 있을 만큼, 내각 인선은 청와대와 여권의 깊은 고민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 "지역구 포기 어려운 결정"…"용기 필요했어"
하지만 이런 사정과는 별개로, 두 장관으로선 아쉬움, 미련이 컸던 것 같습니다. 불출마의 변에서,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가는 게 중요한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치인으로 지역구를 포기하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유 장관 역시 2010년부터 김 장관과 지역 활동과 선거를 함께 해왔는데, 두 사람이 같이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 역할을 하기 위해 선거에 안 나가게 된 상황 자체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고민이었고,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10년간 응원해주고 함께 해준 많은 분의 얼굴이 먼저 떠올라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도 했습니다.
■ 지역구와 영원한 이별?…"여성 의원들 공천에 영향"
두 장관이 울먹인 이유는 단순히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아쉬움 외에도, 현 지역구와의 영원한 이별이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경기 고양시는 국회의원 4석 가운데 3석에, 시장까지 석권한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꼽힙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정이 있어 지역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경우, 그 지역구에 다시 출마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며 청와대 임종석 전 비서실장 사례를 들었는데요. 임 전 비서실장은 16대와 17대 총선에서 서울 성동을에서 당선된 후 18대는 낙선했고, 19대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의 지역구를 같은 당 홍익표 의원(현 성동을)에게 물려줬습니다. 20대 총선에서는 현역인 홍 의원이 있어 성동을은 포기하고, 대신 은평을 출마를 선언했는데 경선에서 강병원 의원(현 은평을)에게 패배하고 맙니다.
이처럼 같은 당 후임 의원이 차지한 지역구를 탈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두 장관이 4년 뒤 22대 총선에서 지금의 지역구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하면, 21대에서 뽑힌 의원과 경쟁하거나, 아예 새로운 밭을 일궈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역구를 다시 돌려준 극히 드문 사례가 있긴 한데요. 민주당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인 손혜원 의원이 그렇습니다. 마포을을 지역구로 둔 손 의원은 올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했고, 대신 17대, 19대에서 마포을 의원이었던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이 다시 도전하게 됐습니다. 특히 최근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 전 의원의 후원회장이 손 의원으로 알려져, 손 의원이 정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다시 돌려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유 장관과 김 장관이 21대 총선에서만 잠시 자신의 지역구를 맡아줄 후임자를 기대하며 "어디 손 의원 같은 사람 없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한편으로는 이번 불출마가 당내 여성 의원들의 공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5선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4선 박영선 중기부 장관에 이어 3선인 김현미 장관까지, 중진급 의원들이 모두 빠지면서, 다른 3선 여성의원들이 공천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견인데요. 중진 여성 의원 전멸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두 장관은 아직은 미련을 다 떨쳐내지 못한 듯 3일 국회를 떠났습니다. 이제 관심은 이들의 자리에 누가 오게 될지, 또 이로 인한 총선 구도는 어떻게 바뀌게 될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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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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