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고개 숙인 ‘영입 참사’…왜 몰랐나?
입력 2020.01.29 (18:48)
수정 2020.01.2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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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인사 '2호' 원종건 씨에 대한 '미투' 폭로 이틀 만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잇따라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오늘(29일) 당 최고위에서 "사실과 관계없이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국민과 당원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좀 더 세심하게 면밀하게 살피지 못해 국민께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이 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고, 남인순 최고위원도 "피해 여성을 비롯한 상처 입은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영입 참사'의 원인 중 하나는 검증 부족입니다. 김성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사전 검증을 했다"면서도 "원 씨 같은 경우는 사적 영역이라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발짝 더 들어가면, 이른바 '밀실 영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안 속에서 이뤄지는 영입 작업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영입논의 공개적으로 하면 난리"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마저도 KBS와의 통화에서 "원종건 씨의 영입은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말합니다. 원 씨뿐만 아니라 영입인사 모두, 당 최고위에서도 사전에 공유된 바 없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민주당의 '인재영입'은 추천은 여러 곳에서 받되, 최종 결정은 이해찬 대표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 극소수 인사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누가 영입 대상인지도 극히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만 공유됩니다.
이러다보니, 검증 또한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당에서 '평판 조회'라도 나서면 누가 물망에 올랐는지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기 때문입니다. 사전 검증이 당사자가 제출하는 서류나 본인의 말 등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공개적으로 영입 작업을 하면 되지 않을까?
당내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그렇게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총선 전 '인재 영입'이란, 결국 공천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는데, 공개적인 영입 작업에 나서면 서로 '자기 사람'을 영입하려고 난리가 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 과정에서 음해성 소문이라도 돌게 되면 총선 전 당내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 시스템에서는 '밀실 영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건데, 그럼 이번 같은 '영입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또 한 발짝 더 들어가면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굳이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정당의 문제인 부실한 청년 정치인 육성 시스템입니다.
"당내 청년조직은 사실상 동원조직"
현재 우리나라 주요 정당들도 청년 정치인 육성 프로그램이나 조직은 갖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전국청년위원회·전국대학생위원회 조직이 있고, 6개월에 한 번 '청년정치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제10기 '청년정치스쿨'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1월 18일부터 모두 네 차례, 하루 서너 시간 현역 의원이나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 게 전부입니다.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은 '청년정치스쿨'은 입문과정일 뿐이고, 이 과정을 거친 사람 가운데 절반 정도는 당 청년위에서 계속 활동하면서 '현실 정치'를 배우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장 위원장은 '당의 시야'를 지적합니다. 당내 조직에서 커가는 청년 중에 신인을 찾기보다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청년을 외부에서 데려오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있기 때문에, 밖에 있는 분들의 드라마틱한 과정을 더 어필하려하는 것 같다. 저만해도 자원봉사자부터 시작해서 청년위원장까지 15년 걸렸는데, 국민들은 거기에 감동받지 않는다. 또 (외부 영입인사가) '저는 정치를 잘 몰라서'라고 말하는 것을 (국민들은) 순수하고 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모르면서 정치를 하려고 하는게 참…당에서도 그런 것을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같다." 장 위원장의 말입니다.
이뿐일까요?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의 말은 좀 더 직설적입니다.
"현재 당 청년조직이 육성 시스템이냐, 제가 보기에는 사실상 동원조직에 가까워요. 솔직히 지역의 당 청년조직을 보면, 동네 조기축구회 같은데서 공 잘 차고, 사람들하고 낚시같은 거 잘 다니고, 분위기 잘 띄우고 술 잘 먹어서 행사 있을 때 사람들 많이 모으는 30대나 40대, 그런 사람이 지역 청년조직에서 최고입니다. 민주당만이 아니라 다 그래요."
이렇다보니 청년조직이 청년 문제를 의제화하고 정책으로 연결시키는 역량도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유의미한 청년조직이 되려면 그 세대가 공유하는 가치나 철학, 이런 것을 만들어나가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드는 일을 해야하는데, 지금 밑바닥 청년조직은 청년문제를 얼마나 고민하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당에서 커가는 청년을 선택하지 않고 '이벤트' 식으로 청년 정치인을 영입하는 지도부도, 청년정책 발굴 역량이 떨어지는 밑바닥 청년 조직도 문제라는 진단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어떤 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 지적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청년 정치인이 클 수 있는 시스템"
해법은 무엇일까? 현실 '청년 정치인'에게 물어봤습니다.
민주당 예비후보(대전 동구)로 총선을 준비 중인 장철민(38)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좀 어렵게 얘기하자면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활동을 하면 미래에는 이렇게 정치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시스템 말입니다. 두 축이 있겠죠. 하나는 당직자나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인으로 훈련받는, 직업으로서의 청년 정치인을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럽처럼 10대에 정당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해 당내 정치조직과 기초의원 등으로 커나가고 검증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중앙으로 진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축은, 외부의 전문가 자원, 변호사든 회계사든 노무사든, 이런 사람들을 청년 때부터 당 정책개발에 연계하고 정치에 대한 욕구를 만들어서, 나중에 '나의 역량이 공적인 영역에서도 발휘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는 각 정당에 그런 공간이 너무 협소해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놓으면 '이벤트성' 청년정책 수립이 아니라, 자연스레 청년 전문가 집단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이런 과정에 참여한 청년들은 당이 '평판 조회'를 하는 별도의 검증 없이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청년 정치인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은 비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선거 때마다 나오지만, 선거만 지나가면 또 금새 잊혀져온 얘기입니다. 또다시 모든 정당이 '청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하는 지금, 이번에는 달라질까요? 달라지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영입 참사'는 또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오늘(29일) 당 최고위에서 "사실과 관계없이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국민과 당원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좀 더 세심하게 면밀하게 살피지 못해 국민께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이 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고, 남인순 최고위원도 "피해 여성을 비롯한 상처 입은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영입 참사'의 원인 중 하나는 검증 부족입니다. 김성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사전 검증을 했다"면서도 "원 씨 같은 경우는 사적 영역이라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발짝 더 들어가면, 이른바 '밀실 영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안 속에서 이뤄지는 영입 작업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영입논의 공개적으로 하면 난리"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마저도 KBS와의 통화에서 "원종건 씨의 영입은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말합니다. 원 씨뿐만 아니라 영입인사 모두, 당 최고위에서도 사전에 공유된 바 없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민주당의 '인재영입'은 추천은 여러 곳에서 받되, 최종 결정은 이해찬 대표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 극소수 인사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누가 영입 대상인지도 극히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만 공유됩니다.
이러다보니, 검증 또한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당에서 '평판 조회'라도 나서면 누가 물망에 올랐는지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기 때문입니다. 사전 검증이 당사자가 제출하는 서류나 본인의 말 등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공개적으로 영입 작업을 하면 되지 않을까?
당내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그렇게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총선 전 '인재 영입'이란, 결국 공천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는데, 공개적인 영입 작업에 나서면 서로 '자기 사람'을 영입하려고 난리가 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 과정에서 음해성 소문이라도 돌게 되면 총선 전 당내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 시스템에서는 '밀실 영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건데, 그럼 이번 같은 '영입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또 한 발짝 더 들어가면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굳이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정당의 문제인 부실한 청년 정치인 육성 시스템입니다.
"당내 청년조직은 사실상 동원조직"
현재 우리나라 주요 정당들도 청년 정치인 육성 프로그램이나 조직은 갖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전국청년위원회·전국대학생위원회 조직이 있고, 6개월에 한 번 '청년정치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제10기 '청년정치스쿨'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1월 18일부터 모두 네 차례, 하루 서너 시간 현역 의원이나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 게 전부입니다.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은 '청년정치스쿨'은 입문과정일 뿐이고, 이 과정을 거친 사람 가운데 절반 정도는 당 청년위에서 계속 활동하면서 '현실 정치'를 배우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장 위원장은 '당의 시야'를 지적합니다. 당내 조직에서 커가는 청년 중에 신인을 찾기보다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청년을 외부에서 데려오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있기 때문에, 밖에 있는 분들의 드라마틱한 과정을 더 어필하려하는 것 같다. 저만해도 자원봉사자부터 시작해서 청년위원장까지 15년 걸렸는데, 국민들은 거기에 감동받지 않는다. 또 (외부 영입인사가) '저는 정치를 잘 몰라서'라고 말하는 것을 (국민들은) 순수하고 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모르면서 정치를 하려고 하는게 참…당에서도 그런 것을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같다." 장 위원장의 말입니다.
이뿐일까요?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의 말은 좀 더 직설적입니다.
"현재 당 청년조직이 육성 시스템이냐, 제가 보기에는 사실상 동원조직에 가까워요. 솔직히 지역의 당 청년조직을 보면, 동네 조기축구회 같은데서 공 잘 차고, 사람들하고 낚시같은 거 잘 다니고, 분위기 잘 띄우고 술 잘 먹어서 행사 있을 때 사람들 많이 모으는 30대나 40대, 그런 사람이 지역 청년조직에서 최고입니다. 민주당만이 아니라 다 그래요."
이렇다보니 청년조직이 청년 문제를 의제화하고 정책으로 연결시키는 역량도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유의미한 청년조직이 되려면 그 세대가 공유하는 가치나 철학, 이런 것을 만들어나가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드는 일을 해야하는데, 지금 밑바닥 청년조직은 청년문제를 얼마나 고민하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당에서 커가는 청년을 선택하지 않고 '이벤트' 식으로 청년 정치인을 영입하는 지도부도, 청년정책 발굴 역량이 떨어지는 밑바닥 청년 조직도 문제라는 진단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어떤 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 지적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청년 정치인이 클 수 있는 시스템"
해법은 무엇일까? 현실 '청년 정치인'에게 물어봤습니다.
민주당 예비후보(대전 동구)로 총선을 준비 중인 장철민(38)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좀 어렵게 얘기하자면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활동을 하면 미래에는 이렇게 정치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시스템 말입니다. 두 축이 있겠죠. 하나는 당직자나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인으로 훈련받는, 직업으로서의 청년 정치인을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럽처럼 10대에 정당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해 당내 정치조직과 기초의원 등으로 커나가고 검증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중앙으로 진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축은, 외부의 전문가 자원, 변호사든 회계사든 노무사든, 이런 사람들을 청년 때부터 당 정책개발에 연계하고 정치에 대한 욕구를 만들어서, 나중에 '나의 역량이 공적인 영역에서도 발휘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는 각 정당에 그런 공간이 너무 협소해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놓으면 '이벤트성' 청년정책 수립이 아니라, 자연스레 청년 전문가 집단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이런 과정에 참여한 청년들은 당이 '평판 조회'를 하는 별도의 검증 없이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청년 정치인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은 비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선거 때마다 나오지만, 선거만 지나가면 또 금새 잊혀져온 얘기입니다. 또다시 모든 정당이 '청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하는 지금, 이번에는 달라질까요? 달라지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영입 참사'는 또 반복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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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인사 '2호' 원종건 씨에 대한 '미투' 폭로 이틀 만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잇따라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오늘(29일) 당 최고위에서 "사실과 관계없이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국민과 당원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좀 더 세심하게 면밀하게 살피지 못해 국민께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이 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고, 남인순 최고위원도 "피해 여성을 비롯한 상처 입은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영입 참사'의 원인 중 하나는 검증 부족입니다. 김성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사전 검증을 했다"면서도 "원 씨 같은 경우는 사적 영역이라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발짝 더 들어가면, 이른바 '밀실 영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안 속에서 이뤄지는 영입 작업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영입논의 공개적으로 하면 난리"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마저도 KBS와의 통화에서 "원종건 씨의 영입은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말합니다. 원 씨뿐만 아니라 영입인사 모두, 당 최고위에서도 사전에 공유된 바 없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민주당의 '인재영입'은 추천은 여러 곳에서 받되, 최종 결정은 이해찬 대표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 극소수 인사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누가 영입 대상인지도 극히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만 공유됩니다.
이러다보니, 검증 또한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당에서 '평판 조회'라도 나서면 누가 물망에 올랐는지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기 때문입니다. 사전 검증이 당사자가 제출하는 서류나 본인의 말 등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공개적으로 영입 작업을 하면 되지 않을까?
당내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그렇게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총선 전 '인재 영입'이란, 결국 공천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는데, 공개적인 영입 작업에 나서면 서로 '자기 사람'을 영입하려고 난리가 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 과정에서 음해성 소문이라도 돌게 되면 총선 전 당내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 시스템에서는 '밀실 영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건데, 그럼 이번 같은 '영입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또 한 발짝 더 들어가면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굳이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정당의 문제인 부실한 청년 정치인 육성 시스템입니다.
"당내 청년조직은 사실상 동원조직"
현재 우리나라 주요 정당들도 청년 정치인 육성 프로그램이나 조직은 갖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전국청년위원회·전국대학생위원회 조직이 있고, 6개월에 한 번 '청년정치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제10기 '청년정치스쿨'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1월 18일부터 모두 네 차례, 하루 서너 시간 현역 의원이나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 게 전부입니다.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은 '청년정치스쿨'은 입문과정일 뿐이고, 이 과정을 거친 사람 가운데 절반 정도는 당 청년위에서 계속 활동하면서 '현실 정치'를 배우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장 위원장은 '당의 시야'를 지적합니다. 당내 조직에서 커가는 청년 중에 신인을 찾기보다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청년을 외부에서 데려오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있기 때문에, 밖에 있는 분들의 드라마틱한 과정을 더 어필하려하는 것 같다. 저만해도 자원봉사자부터 시작해서 청년위원장까지 15년 걸렸는데, 국민들은 거기에 감동받지 않는다. 또 (외부 영입인사가) '저는 정치를 잘 몰라서'라고 말하는 것을 (국민들은) 순수하고 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모르면서 정치를 하려고 하는게 참…당에서도 그런 것을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같다." 장 위원장의 말입니다.
이뿐일까요?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의 말은 좀 더 직설적입니다.
"현재 당 청년조직이 육성 시스템이냐, 제가 보기에는 사실상 동원조직에 가까워요. 솔직히 지역의 당 청년조직을 보면, 동네 조기축구회 같은데서 공 잘 차고, 사람들하고 낚시같은 거 잘 다니고, 분위기 잘 띄우고 술 잘 먹어서 행사 있을 때 사람들 많이 모으는 30대나 40대, 그런 사람이 지역 청년조직에서 최고입니다. 민주당만이 아니라 다 그래요."
이렇다보니 청년조직이 청년 문제를 의제화하고 정책으로 연결시키는 역량도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유의미한 청년조직이 되려면 그 세대가 공유하는 가치나 철학, 이런 것을 만들어나가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드는 일을 해야하는데, 지금 밑바닥 청년조직은 청년문제를 얼마나 고민하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당에서 커가는 청년을 선택하지 않고 '이벤트' 식으로 청년 정치인을 영입하는 지도부도, 청년정책 발굴 역량이 떨어지는 밑바닥 청년 조직도 문제라는 진단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어떤 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 지적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청년 정치인이 클 수 있는 시스템"
해법은 무엇일까? 현실 '청년 정치인'에게 물어봤습니다.
민주당 예비후보(대전 동구)로 총선을 준비 중인 장철민(38)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좀 어렵게 얘기하자면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활동을 하면 미래에는 이렇게 정치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시스템 말입니다. 두 축이 있겠죠. 하나는 당직자나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인으로 훈련받는, 직업으로서의 청년 정치인을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럽처럼 10대에 정당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해 당내 정치조직과 기초의원 등으로 커나가고 검증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중앙으로 진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축은, 외부의 전문가 자원, 변호사든 회계사든 노무사든, 이런 사람들을 청년 때부터 당 정책개발에 연계하고 정치에 대한 욕구를 만들어서, 나중에 '나의 역량이 공적인 영역에서도 발휘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는 각 정당에 그런 공간이 너무 협소해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놓으면 '이벤트성' 청년정책 수립이 아니라, 자연스레 청년 전문가 집단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이런 과정에 참여한 청년들은 당이 '평판 조회'를 하는 별도의 검증 없이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청년 정치인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은 비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선거 때마다 나오지만, 선거만 지나가면 또 금새 잊혀져온 얘기입니다. 또다시 모든 정당이 '청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하는 지금, 이번에는 달라질까요? 달라지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영입 참사'는 또 반복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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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흠 기자 jote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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