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동네에서 명함 주는 ‘예비’ 후보는 누구?

입력 2020.02.01 (11: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즘 지하철역이나 전통 시장에 가면 어깨띠를 두르고 명함을 돌리는 정치인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이번 4·15 총선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 들입니다.

예비후보들이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들에게 한 표를 줄 수 있는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합니다. 예비후보들은 '본 후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본 후보는 투표 용지에 이름이 찍혀 나오는 후보들입니다. 오는 3월 26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후보자등록 신청 기간이 지나게 되면, 우리 지역구에서 내가 뽑을 수 있는 '본 후보'들이 누구인지 명확해집니다.

예비후보들은 물론 당선이 최종 목표겠지만, '본 후보'가 되는 것이 1차 관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 후보가 되려면 본인들이 속한 정당의 경선 과정 등을 거쳐 공천을 받아야 합니다. 경선에서 패배한 예비후보는 해당 지역구에 본 후보로 등록할 수 없습니다.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 등록한 정남희(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이지현(자유한국당) 예비후보서울 강남을 선거구에 등록한 정남희(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이지현(자유한국당) 예비후보

'현역 프리미엄' 때문에 예비후보되길 꺼리는 의원들

예비후보는 정치 신인들을 위한 제도입니다. 현역 의원들에 비해 자신을 알릴 기회가 부족하니, 공식 선거운동 기간(4월 2일~14일) 전에 가장 낮은 단계의 선거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겁니다. 예비후보 등록은 선거일 120일 전, 그러니까 지난해 12월 17일부터 가능했습니다.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어깨띠를 매거나 명함을 돌릴 수 있습니다. 예비후보가 아닌 현역 의원은 명함을 줄 수는 있지만, 무작위 배포, 지지 권유를 해서는 안 됩니다. 또 현역 의원은 지역사무소에 홍보성 현수막을 내걸지 못하지만, 예비후보자의 경우는 선거사무소에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비후보자에게는 제약도 많습니다. 선거 홍보물은 선거구 내 가구 중 최대 10%에만 보낼 수 있고, 불특정 다수 유권자에게 보내는 홍보 문자 메시지도 8회까지만 허용됩니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의정활동 보고 금지 기간(선거일 90일 전)이 되기 전까지 공약 이행 상황 등을 전하는 문자를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모든 가구에 의정보고서도 배포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현역 프리미엄'인 셈입니다.

현역 의원들은 굳이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국회의원 자격으로 각종 행사장에서 사실상의 선거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지역구 행사에 갔을 때 행사 취지에 맞는 발언만 해야 하고, 출마와 관련된 언급도 일절 제한됩니다. 현역의 경우 예비후보 등록을 서두르지 않고, 국회의원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얼굴 일찍 알리려 예비후보 등록한 현역 의원 47명

하지만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한 현역 의원들도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그제(1월 30일) 기준으로 예비후보로 등록한 현역 의원들은 모두 47명인데요. 이 중에서 12명이 의정활동 보고 금지 기간 전인 1월 16일 이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서영교ㆍ박경미ㆍ심재권ㆍ신창현ㆍ소병훈ㆍ박재호ㆍ전재수ㆍ윤준호ㆍ최인호 의원 ▲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 ▲ 정의당 이정미 의원 ▲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 등 12명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구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겁니다. 지역구 사무소에 현수막을 내걸고, 아침ㆍ저녁 '명함 유세'로 부지런히 얼굴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느껴집니다.

예비후보 자격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사진 출처 : 페이스북)예비후보 자격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사진 출처 : 페이스북)

'PK ·험지 정면 돌파' 조기 총선 모드 가동

'조국 사태' 이후 여당에 민심이 호의적이지 않은 PK(부산·경남) 지역 부산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현역 의원 6명도 이미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부산 북-강서갑의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17일에 바로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면서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바닥에서부터 뛰는 정공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신창현 의원도 지난해 12월 17일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신 의원의 지역구, 경기 의왕시-과천시에는 'MB정부 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 등 민주당 예비후보가 신 의원을 포함해 5명에 달합니다.

한나라당 대표까지 지낸 안상수 전 의원도 이곳에 도전장을 냈고, 김성제 전 의왕시장(무소속)과 신계용 전 과천시장(한국당)도 만만치 않은 경쟁자입니다. 신 의원 측 관계자는 "의왕시 내손로 인근 목 좋은 자리에 다른 예비후보들이 선거사무소를 차리게 돼서, 우리도 그 건물에 입주하려고 등록을 서두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선거는 전쟁…예비후보 등록 시점도 '치밀한 전략'

한 중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졸업 시즌을 넘기면 현역 의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관계자는 "예비후보 신분을 갖게 되면 행사 주최 측에서 특정 정당의 후보만 부르는 것에 부담을 갖기 때문에, 현직 국회의원으로 지역 활동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선거 비용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늦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지역구는 선거비용 제한액(상한선)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비후보자의 선거 운동으로 미리 '실탄'을 낭비하는 것보다, 본 후보가 되고 나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많은 돈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낫다는 설명입니다.

의원으로서 체면(?)도 고려된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의원실의 관계자는 "예비후보의 명함보다는 현직 국회의원의 명함이 무게감이 있는 등 사소한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기득권을 가진 현역 의원이라도, 선거는 전쟁입니다. 예비후보 등록의 장단점을 두고 현역 의원들도 치밀하게 저울질 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해석일 듯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여심야심] 동네에서 명함 주는 ‘예비’ 후보는 누구?
    • 입력 2020-02-01 11:14:50
    여심야심
요즘 지하철역이나 전통 시장에 가면 어깨띠를 두르고 명함을 돌리는 정치인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이번 4·15 총선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 들입니다.

예비후보들이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들에게 한 표를 줄 수 있는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합니다. 예비후보들은 '본 후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본 후보는 투표 용지에 이름이 찍혀 나오는 후보들입니다. 오는 3월 26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후보자등록 신청 기간이 지나게 되면, 우리 지역구에서 내가 뽑을 수 있는 '본 후보'들이 누구인지 명확해집니다.

예비후보들은 물론 당선이 최종 목표겠지만, '본 후보'가 되는 것이 1차 관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 후보가 되려면 본인들이 속한 정당의 경선 과정 등을 거쳐 공천을 받아야 합니다. 경선에서 패배한 예비후보는 해당 지역구에 본 후보로 등록할 수 없습니다.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 등록한 정남희(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이지현(자유한국당) 예비후보
'현역 프리미엄' 때문에 예비후보되길 꺼리는 의원들

예비후보는 정치 신인들을 위한 제도입니다. 현역 의원들에 비해 자신을 알릴 기회가 부족하니, 공식 선거운동 기간(4월 2일~14일) 전에 가장 낮은 단계의 선거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겁니다. 예비후보 등록은 선거일 120일 전, 그러니까 지난해 12월 17일부터 가능했습니다.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어깨띠를 매거나 명함을 돌릴 수 있습니다. 예비후보가 아닌 현역 의원은 명함을 줄 수는 있지만, 무작위 배포, 지지 권유를 해서는 안 됩니다. 또 현역 의원은 지역사무소에 홍보성 현수막을 내걸지 못하지만, 예비후보자의 경우는 선거사무소에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비후보자에게는 제약도 많습니다. 선거 홍보물은 선거구 내 가구 중 최대 10%에만 보낼 수 있고, 불특정 다수 유권자에게 보내는 홍보 문자 메시지도 8회까지만 허용됩니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의정활동 보고 금지 기간(선거일 90일 전)이 되기 전까지 공약 이행 상황 등을 전하는 문자를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모든 가구에 의정보고서도 배포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현역 프리미엄'인 셈입니다.

현역 의원들은 굳이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국회의원 자격으로 각종 행사장에서 사실상의 선거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지역구 행사에 갔을 때 행사 취지에 맞는 발언만 해야 하고, 출마와 관련된 언급도 일절 제한됩니다. 현역의 경우 예비후보 등록을 서두르지 않고, 국회의원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얼굴 일찍 알리려 예비후보 등록한 현역 의원 47명

하지만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한 현역 의원들도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그제(1월 30일) 기준으로 예비후보로 등록한 현역 의원들은 모두 47명인데요. 이 중에서 12명이 의정활동 보고 금지 기간 전인 1월 16일 이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서영교ㆍ박경미ㆍ심재권ㆍ신창현ㆍ소병훈ㆍ박재호ㆍ전재수ㆍ윤준호ㆍ최인호 의원 ▲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 ▲ 정의당 이정미 의원 ▲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 등 12명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구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겁니다. 지역구 사무소에 현수막을 내걸고, 아침ㆍ저녁 '명함 유세'로 부지런히 얼굴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느껴집니다.

예비후보 자격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사진 출처 : 페이스북)
'PK ·험지 정면 돌파' 조기 총선 모드 가동

'조국 사태' 이후 여당에 민심이 호의적이지 않은 PK(부산·경남) 지역 부산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현역 의원 6명도 이미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부산 북-강서갑의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17일에 바로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면서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바닥에서부터 뛰는 정공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신창현 의원도 지난해 12월 17일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신 의원의 지역구, 경기 의왕시-과천시에는 'MB정부 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 등 민주당 예비후보가 신 의원을 포함해 5명에 달합니다.

한나라당 대표까지 지낸 안상수 전 의원도 이곳에 도전장을 냈고, 김성제 전 의왕시장(무소속)과 신계용 전 과천시장(한국당)도 만만치 않은 경쟁자입니다. 신 의원 측 관계자는 "의왕시 내손로 인근 목 좋은 자리에 다른 예비후보들이 선거사무소를 차리게 돼서, 우리도 그 건물에 입주하려고 등록을 서두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선거는 전쟁…예비후보 등록 시점도 '치밀한 전략'

한 중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졸업 시즌을 넘기면 현역 의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관계자는 "예비후보 신분을 갖게 되면 행사 주최 측에서 특정 정당의 후보만 부르는 것에 부담을 갖기 때문에, 현직 국회의원으로 지역 활동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선거 비용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늦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지역구는 선거비용 제한액(상한선)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비후보자의 선거 운동으로 미리 '실탄'을 낭비하는 것보다, 본 후보가 되고 나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많은 돈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낫다는 설명입니다.

의원으로서 체면(?)도 고려된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의원실의 관계자는 "예비후보의 명함보다는 현직 국회의원의 명함이 무게감이 있는 등 사소한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기득권을 가진 현역 의원이라도, 선거는 전쟁입니다. 예비후보 등록의 장단점을 두고 현역 의원들도 치밀하게 저울질 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해석일 듯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