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미워도 다시 한번”…호남 통합 관건은 손학규?

물밑에서 진행 중이던 호남 기반 제3지대 중도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통합 선언 시점이 거론되고 있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공개적으로 통합의 당위성을 이야기했습니다.

민주당에서 옛 국민의당으로, 이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거기서 또 대안신당으로 갈라졌던 호남계 의원들이 4.15 총선을 앞두고 한 지붕 아래 다시 모여들고 있습니다.

호남 통합 어디까지 왔나?…"2월 중순엔 정치적 선언"

대안신당 최경환 대표는 5일 아침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3당 통합 선언이 이달(2월) 중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적어도 이달 중순까지 적어도 "정치적 선언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없다", "지지자들도 피로감이 쌓여있고 출마 대기자들도 혼선"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거취 문제도 언급했습니다. 최 대표는 손 대표가 3당 통합 선언 이후에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3당 통합 시동'을 명분 삼아 거취 결정을 그때까지 유보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그러면서 "손 대표의 거취나 바른미래당 상황들이 정리되면 통합 논의를 바로 같이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퍼즐 손학규 "통합 추진하겠다"

손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5일 공식 회의 석상에서 여기에 대해 바로 답했습니다. 손 대표는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3지대 중도통합이 긴밀히 협의되고 있다"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다만 대안신당과 평화당만으로는 통합이 완성될 수 없고, 새로운 미래세대 통합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 거기까지가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는데, 미래세대까지 완벽한 통합이 이뤄지면 그 때 한 사람의 평당원으로 남겠다고 했습니다.

통합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상당히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며 이번 주 안에 할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의 거취를 놓고는 "내일이라도 통합되면 당 대표 안 한다는 것이다. 대표한 사람이 사무총장을 하겠나, 부총장을 하겠나"라고 했습니다.

손 대표의 발언으로 일단 통합 논의는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호남계 정당과의 통합에 모호한 입장을 보여왔던 손 대표가 갑작스럽게 통합을 서두르는 이유를 놓고 해석은 엇갈립니다.

"물밑 협상 결과물" vs "당권 연장 꼼수"

대안신당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공개가 안 됐을 뿐, 어제까지도 손 대표 측과 통합 논의를 물밑에서 해왔다"며, 5일 손 대표의 발언은 협상 결과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돌발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계속 접촉이 이뤄질 거라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통합의 조건으로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평화당 세 당 플러스 알파로 새로운 인물을 모시되, 전면에 등장했던 분들은 빠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를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대안신당은 이미 다 내려놓고, 초선의 최경환 의원을 대표로 세우는 등 달라질 준비가 돼 있지 않은가"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상황은 이렇습니다. 호남계 의원들을 포함한 이른바 당권파는 오는 10일까지 손 대표가 용단을 내릴 것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손 대표는 이 위기를 대안신당, 평화당과의 합당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한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손 대표의 통합 발언이 "당권 연장을 위한 꼼수밖에 안 된다"고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손 대표 발언 행간의 의미를 보라고 했습니다. 숨은 뜻이 있다는 발언은 바로 이겁니다.

"저는 제3지대 정당통합과 새로운 미래세대 통합이 끝나면 저의 역할이 거기까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

손 대표가 언급한 미래세대, 이른바 "청년 그룹은 정작 손 대표를 원치 않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런 이유로 손 대표가 미래세대까지 통합은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미래세대 통합이 끝나면"이라고 전제를 단 건 "결국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럼에도 "손 대표가 통합을 서두르는 모양새를 취한 건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의원들의 탈당으로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면서 국고보조금이 많이 삭감될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특히 손 대표가 10일까지 퇴진하지 않으면, 탈당 러시가 현실화돼, 바른미래당은 최대 80억 원가량을 손해 보게 됩니다. 이게 바로 손 대표가 통합을 서두른 이유라는 겁니다.

"2월 15일, 통합 분기점"…"앙금 남아있지만..."

평화당 핵심 관계자 역시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이달 15일이 통합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거 일정을 고려해서도 이쯤엔 해야 하지만 국고보조금 역시 중요한 변수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평화당에서 찢어져 나간 대안신당과 다시 합치는 데 대한 평화당의 입장은 한마디로 이렇습니다. "평화당과 대안신당 간 불신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다." "아직 앙금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지만 호남에서 민주당을 꺾으려면 통합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도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무조건 대표직을 내려 놓으라고만 하면 대표 본인들도 흔쾌히 물러날 리 없고, 오히려 될 일도 안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관건은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대표의 거취, 또 통합에서의 역할 범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당내 거센 퇴진 요구를 받는 손 대표가 통합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와 관련해, 바른미래당 또 다른 관계자는 "손 대표로 인해 당이 일당 독재 시스템이 된 상황"이라면서도 "손 대표가 합리적인 분이니 이른 시일 내에 지혜로운 선택을 할 걸로 믿고 있다"고 일말의 희망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