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감시K] ‘코로나19’로 본 국회의 법 만드는 법
입력 2020.03.18 (18:00)
수정 2020.03.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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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를 돌아보고 21대 국회의 미래를 그려보는 기획 보도, 이번엔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을 들여다봤습니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한 입법 기관, 즉 법을 만드는 곳입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한 날, 국회의원들은 국회사무처에 법안 52건을 제출했습니다. 이후 21대 총선을 30일 앞둔 시점까지 의원들은 모두 22,883건의 법안을 발의했고 3분의 1인 7,858건은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 법률로 제정됐습니다(2020년 3월 16일 기준).
국회가 처리한 법안에는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통과한 일명 '코로나 3법'(감염병 예방법 개정안, 검역법 개정안, 의료법 개정안)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시급히 대응하기 위해 모처럼 여야가 합심해 통과시킨 이 법안,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아쉬운 점, 한둘이 아닙니다. 특히 이 법안들 내용 상당 부분은 과거 메르스 사태 때 등 이미 여러 차례 의원들이 발의했던 것들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 '감염병 전문병원' 법안, 원안대로 통과됐더라면
지난달 27일, 대구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병상이 부족해 병원을 가지 못하고 집에서 대기하다 세상을 떴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이날까지 대구시가 확보한 병상은 1,013개, 이 가운데 음압 병상은 54개로 숨진 환자까지 감당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대구에 음압 병상이 갖춰진 감염병 전문병원이 설치돼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감염병 전문병원 관련 법안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고서 국회는 그 해 12월 감염병 예방법을 개정했습니다. 당시 개정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염병 예방법(2015년 12월 9일 개정)
제8조의2(감염병병원)
② 국가는 감염병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하여 권역별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병상(음압병상 및 격리병상을 포함한다)을 갖춘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하여 운영한다.
③ 국가는 예산의 범위에서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감염병전문병원 또는 감염병연구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하여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법안이 개정된 뒤 정부는 2017년 감염병 전문병원 두 곳을 지정합니다. 서울 국립중앙의료원과 광주광역시 조선대병원입니다. 이후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이 추가로 지정되지는 못했습니다. 운영 비용이 막대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지정, 운영에 필요한 예산 지원은 선택 사항이지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기 앞서 발의된, 이보다 훨씬 진일보한 법안이 있었습니다. 메르스가 한창이던 2015년 6월, 김용익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낸 법안으로 내용은 이렇습니다.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2015년 6월 17일 김용익 의원 대표발의)
제10조의2(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및 운영)
① 국가는 감염병 연구, 감염병 전문가 양성 및 교육, 감염병 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해 보건복지부의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200개 규모의 음압병상 등 감염병 관리를 위한 시설, 인력 및 연구 능력을 갖춘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여야 한다.
② 보건복지부장관 및 시·도지사는 감염병 환자 진료 및 치료 등을 하기 위해 시·도에 400개 규모의 병상(음압병상 및 격리병상을 포함한다)을 갖춘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여야 한다.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감염병 전문병원의 설립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해야 하고,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는 경우에 감염병 관리에 필요한 시설, 인력을 갖추고 훈련을 해야 하며,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여야 한다.
김용익 의원안을 보면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여야 한다',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해야 하고', 필요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2015년 12월 통과된 개정안과 비교하면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이 아니라 '설립'이라고 명시했고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예산 지원 부분도 강제력을 띱니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더라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더 빨리 추진됐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당시 이 법안을 냈던 김용익 의원은 2015년 6월 25일 본회의에서 법안 설명을 하다가 갖은 조롱과 수모를 겪었고, 결국 내용이 대폭 수정돼 후퇴한 법안이 2015년 12월 9일 의결됐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5년 뒤인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윤종필 미래통합당 의원이 다시 비슷한 내용의 감염병 전문병원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감염법 예방법 개정안(2020년 2월 17일 윤종필 의원 대표발의)
현행법은 지난 2015년 메르스(MERS-Cov,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유행으로 감염병에 취약한 국가 방역체계와 부실한 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감염병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한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 또는 지정하여 운영하도록 개정한바 있음.
그러나 현재까지 감염병전문병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과 호남권역 감염병전문병원인 조선대학교병원만이 지정되어 있을 뿐이어서, 아직까지도 대규모 감염병 위기에 대한 대응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음.
이에 수도권, 중부권, 영남권, 호남권, 제주권 등 5개 주요 권역별로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하도록 하며…
■계류 중 '마스크 법안' 14건…'코로나19' 사태 후 또 발의
'코로나19' 사태 확산이 빚은 진풍경, 바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입니다. 한때는 마스크 가격이 올라 부담스럽기도 했고 몇 장 사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5일 마스크 수급 안정화 정책에 따라 지정한 날에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5부제 판매를 시행하면서 조금 숨통이 틔었다지만 파문이 가라앉지는 않았습니다.
마스크 수급 불균형은 여전히 문제입니다. 마스크는 특히 병원의 의료진을 비롯해 장애인, 노약자 등 감염 위험이 큰 취약 계층에게 필수적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정보에 어두운 노인들이 제때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이 같은 일들은 이미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겪은 것이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다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미 의원들이 마스크 공급과 관련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취지의 법안을 여러 차례 낸 바 있습니다. 취재진의 확인 결과 이른바 '마스크 법안'은 14건으로 크게 두 종류였습니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마스크 지급 근거를 마련하자는 법안과 마스크에 부가가치세 면제 등 세제 특혜를 주자는 법안들이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이 법안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14건 모두 상임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자 부랴부랴 다시 취약 계층에게 마스크를 무상으로 배포하자는 내용의 마스크 법안 1건이 추가로 발의됐고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2020년 1월 29일 원유철 의원 대표발의)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의 감염병환자등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는 시중에서 유상으로 공급되는 마스크가 금방 동이 나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
이에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환자등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의 유치원생, 초등학교 학생,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무상으로 마스크 배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자 함.
■ 검역인력 확충 예산, 국회가 발목잡기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조금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감염병과의 전쟁 최전선에서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접촉자를 찾아내 감염병을 차단하는 역학조사관들, 공항과 항만 등에서 해외 입국자들의 검역을 책임지는 검역 공무원들의 역할이 여전히 막중합니다.
정부가 지난 3년간 현장 검역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며 예산을 요청했지만 국회는 그때마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건복지부 제출 자료를 보면 2017년 추경안에 역학조사관 등 각급 검역소 검역 인력 27명 충원 예산을 요청했지만, 국회는 이를 삭감했습니다. 2018년에도 역학조사관 등 현장 검역 인력 45명 증원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0명 증원 예산만 통과됐습니다. 국회는 2019년 역시 현장 검역 인력 22명 증원 요청에 19명 증원 예산만 통과시켰습니다.
이렇게 현장 검역 인력 138명 증원 요청에 83명 증원 예산만 허락한 국회가 '코로나19' 사태가 빚어지자 갑자기 검역 인력 증원을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에 집어넣었고 이 내용은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역학조사관의 수를 기존 30명에서 100명으로 늘리고 역학조사관을 '둔다'는 내용이 '두어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강화됐습니다.
발의 후 방치됐다가 사태가 터져야 부활하는 '뒷북' 법안들, 법안 22,883건을 발의하신 20대 국회 의원님들께 묻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21대 국회에도 계속돼야 할까요?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한 입법 기관, 즉 법을 만드는 곳입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한 날, 국회의원들은 국회사무처에 법안 52건을 제출했습니다. 이후 21대 총선을 30일 앞둔 시점까지 의원들은 모두 22,883건의 법안을 발의했고 3분의 1인 7,858건은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 법률로 제정됐습니다(2020년 3월 16일 기준).
코로나 3법 국회 본회의 통과(2020년 2월 26일)
국회가 처리한 법안에는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통과한 일명 '코로나 3법'(감염병 예방법 개정안, 검역법 개정안, 의료법 개정안)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시급히 대응하기 위해 모처럼 여야가 합심해 통과시킨 이 법안,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아쉬운 점, 한둘이 아닙니다. 특히 이 법안들 내용 상당 부분은 과거 메르스 사태 때 등 이미 여러 차례 의원들이 발의했던 것들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KBS 뉴스9(2020년 2월 27일)
■ '감염병 전문병원' 법안, 원안대로 통과됐더라면
지난달 27일, 대구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병상이 부족해 병원을 가지 못하고 집에서 대기하다 세상을 떴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이날까지 대구시가 확보한 병상은 1,013개, 이 가운데 음압 병상은 54개로 숨진 환자까지 감당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대구에 음압 병상이 갖춰진 감염병 전문병원이 설치돼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감염병 전문병원 관련 법안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고서 국회는 그 해 12월 감염병 예방법을 개정했습니다. 당시 개정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염병 예방법(2015년 12월 9일 개정)
제8조의2(감염병병원)
② 국가는 감염병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하여 권역별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병상(음압병상 및 격리병상을 포함한다)을 갖춘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하여 운영한다.
③ 국가는 예산의 범위에서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감염병전문병원 또는 감염병연구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하여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법안이 개정된 뒤 정부는 2017년 감염병 전문병원 두 곳을 지정합니다. 서울 국립중앙의료원과 광주광역시 조선대병원입니다. 이후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이 추가로 지정되지는 못했습니다. 운영 비용이 막대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지정, 운영에 필요한 예산 지원은 선택 사항이지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기 앞서 발의된, 이보다 훨씬 진일보한 법안이 있었습니다. 메르스가 한창이던 2015년 6월, 김용익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낸 법안으로 내용은 이렇습니다.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2015년 6월 17일 김용익 의원 대표발의)
제10조의2(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및 운영)
① 국가는 감염병 연구, 감염병 전문가 양성 및 교육, 감염병 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해 보건복지부의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200개 규모의 음압병상 등 감염병 관리를 위한 시설, 인력 및 연구 능력을 갖춘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여야 한다.
② 보건복지부장관 및 시·도지사는 감염병 환자 진료 및 치료 등을 하기 위해 시·도에 400개 규모의 병상(음압병상 및 격리병상을 포함한다)을 갖춘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여야 한다.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감염병 전문병원의 설립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해야 하고,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는 경우에 감염병 관리에 필요한 시설, 인력을 갖추고 훈련을 해야 하며,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여야 한다.
김용익 의원안을 보면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여야 한다',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해야 하고', 필요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2015년 12월 통과된 개정안과 비교하면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이 아니라 '설립'이라고 명시했고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예산 지원 부분도 강제력을 띱니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더라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더 빨리 추진됐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당시 이 법안을 냈던 김용익 의원은 2015년 6월 25일 본회의에서 법안 설명을 하다가 갖은 조롱과 수모를 겪었고, 결국 내용이 대폭 수정돼 후퇴한 법안이 2015년 12월 9일 의결됐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5년 뒤인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윤종필 미래통합당 의원이 다시 비슷한 내용의 감염병 전문병원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감염법 예방법 개정안(2020년 2월 17일 윤종필 의원 대표발의)
현행법은 지난 2015년 메르스(MERS-Cov,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유행으로 감염병에 취약한 국가 방역체계와 부실한 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감염병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한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 또는 지정하여 운영하도록 개정한바 있음.
그러나 현재까지 감염병전문병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과 호남권역 감염병전문병원인 조선대학교병원만이 지정되어 있을 뿐이어서, 아직까지도 대규모 감염병 위기에 대한 대응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음.
이에 수도권, 중부권, 영남권, 호남권, 제주권 등 5개 주요 권역별로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하도록 하며…
■계류 중 '마스크 법안' 14건…'코로나19' 사태 후 또 발의
'코로나19' 사태 확산이 빚은 진풍경, 바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입니다. 한때는 마스크 가격이 올라 부담스럽기도 했고 몇 장 사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5일 마스크 수급 안정화 정책에 따라 지정한 날에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5부제 판매를 시행하면서 조금 숨통이 틔었다지만 파문이 가라앉지는 않았습니다.
마스크 수급 불균형은 여전히 문제입니다. 마스크는 특히 병원의 의료진을 비롯해 장애인, 노약자 등 감염 위험이 큰 취약 계층에게 필수적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정보에 어두운 노인들이 제때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이 같은 일들은 이미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겪은 것이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다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미 의원들이 마스크 공급과 관련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취지의 법안을 여러 차례 낸 바 있습니다. 취재진의 확인 결과 이른바 '마스크 법안'은 14건으로 크게 두 종류였습니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마스크 지급 근거를 마련하자는 법안과 마스크에 부가가치세 면제 등 세제 특혜를 주자는 법안들이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이 법안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14건 모두 상임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자 부랴부랴 다시 취약 계층에게 마스크를 무상으로 배포하자는 내용의 마스크 법안 1건이 추가로 발의됐고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2020년 1월 29일 원유철 의원 대표발의)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의 감염병환자등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는 시중에서 유상으로 공급되는 마스크가 금방 동이 나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
이에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환자등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의 유치원생, 초등학교 학생,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무상으로 마스크 배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자 함.
■ 검역인력 확충 예산, 국회가 발목잡기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조금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감염병과의 전쟁 최전선에서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접촉자를 찾아내 감염병을 차단하는 역학조사관들, 공항과 항만 등에서 해외 입국자들의 검역을 책임지는 검역 공무원들의 역할이 여전히 막중합니다.
정부가 지난 3년간 현장 검역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며 예산을 요청했지만 국회는 그때마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건복지부 제출 자료를 보면 2017년 추경안에 역학조사관 등 각급 검역소 검역 인력 27명 충원 예산을 요청했지만, 국회는 이를 삭감했습니다. 2018년에도 역학조사관 등 현장 검역 인력 45명 증원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0명 증원 예산만 통과됐습니다. 국회는 2019년 역시 현장 검역 인력 22명 증원 요청에 19명 증원 예산만 통과시켰습니다.
이렇게 현장 검역 인력 138명 증원 요청에 83명 증원 예산만 허락한 국회가 '코로나19' 사태가 빚어지자 갑자기 검역 인력 증원을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에 집어넣었고 이 내용은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역학조사관의 수를 기존 30명에서 100명으로 늘리고 역학조사관을 '둔다'는 내용이 '두어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강화됐습니다.
발의 후 방치됐다가 사태가 터져야 부활하는 '뒷북' 법안들, 법안 22,883건을 발의하신 20대 국회 의원님들께 묻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21대 국회에도 계속돼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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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감시K] ‘코로나19’로 본 국회의 법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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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3-18 18:00:01
- 수정2020-03-18 18:05:06
20대 국회를 돌아보고 21대 국회의 미래를 그려보는 기획 보도, 이번엔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을 들여다봤습니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한 입법 기관, 즉 법을 만드는 곳입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한 날, 국회의원들은 국회사무처에 법안 52건을 제출했습니다. 이후 21대 총선을 30일 앞둔 시점까지 의원들은 모두 22,883건의 법안을 발의했고 3분의 1인 7,858건은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 법률로 제정됐습니다(2020년 3월 16일 기준).
국회가 처리한 법안에는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통과한 일명 '코로나 3법'(감염병 예방법 개정안, 검역법 개정안, 의료법 개정안)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시급히 대응하기 위해 모처럼 여야가 합심해 통과시킨 이 법안,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아쉬운 점, 한둘이 아닙니다. 특히 이 법안들 내용 상당 부분은 과거 메르스 사태 때 등 이미 여러 차례 의원들이 발의했던 것들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 '감염병 전문병원' 법안, 원안대로 통과됐더라면
지난달 27일, 대구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병상이 부족해 병원을 가지 못하고 집에서 대기하다 세상을 떴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이날까지 대구시가 확보한 병상은 1,013개, 이 가운데 음압 병상은 54개로 숨진 환자까지 감당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대구에 음압 병상이 갖춰진 감염병 전문병원이 설치돼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감염병 전문병원 관련 법안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고서 국회는 그 해 12월 감염병 예방법을 개정했습니다. 당시 개정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염병 예방법(2015년 12월 9일 개정)
제8조의2(감염병병원)
② 국가는 감염병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하여 권역별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병상(음압병상 및 격리병상을 포함한다)을 갖춘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하여 운영한다.
③ 국가는 예산의 범위에서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감염병전문병원 또는 감염병연구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하여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법안이 개정된 뒤 정부는 2017년 감염병 전문병원 두 곳을 지정합니다. 서울 국립중앙의료원과 광주광역시 조선대병원입니다. 이후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이 추가로 지정되지는 못했습니다. 운영 비용이 막대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지정, 운영에 필요한 예산 지원은 선택 사항이지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기 앞서 발의된, 이보다 훨씬 진일보한 법안이 있었습니다. 메르스가 한창이던 2015년 6월, 김용익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낸 법안으로 내용은 이렇습니다.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2015년 6월 17일 김용익 의원 대표발의)
제10조의2(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및 운영)
① 국가는 감염병 연구, 감염병 전문가 양성 및 교육, 감염병 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해 보건복지부의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200개 규모의 음압병상 등 감염병 관리를 위한 시설, 인력 및 연구 능력을 갖춘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여야 한다.
② 보건복지부장관 및 시·도지사는 감염병 환자 진료 및 치료 등을 하기 위해 시·도에 400개 규모의 병상(음압병상 및 격리병상을 포함한다)을 갖춘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여야 한다.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감염병 전문병원의 설립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해야 하고,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는 경우에 감염병 관리에 필요한 시설, 인력을 갖추고 훈련을 해야 하며,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여야 한다.
김용익 의원안을 보면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여야 한다',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해야 하고', 필요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2015년 12월 통과된 개정안과 비교하면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이 아니라 '설립'이라고 명시했고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예산 지원 부분도 강제력을 띱니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더라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더 빨리 추진됐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당시 이 법안을 냈던 김용익 의원은 2015년 6월 25일 본회의에서 법안 설명을 하다가 갖은 조롱과 수모를 겪었고, 결국 내용이 대폭 수정돼 후퇴한 법안이 2015년 12월 9일 의결됐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5년 뒤인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윤종필 미래통합당 의원이 다시 비슷한 내용의 감염병 전문병원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감염법 예방법 개정안(2020년 2월 17일 윤종필 의원 대표발의)
현행법은 지난 2015년 메르스(MERS-Cov,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유행으로 감염병에 취약한 국가 방역체계와 부실한 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감염병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한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 또는 지정하여 운영하도록 개정한바 있음.
그러나 현재까지 감염병전문병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과 호남권역 감염병전문병원인 조선대학교병원만이 지정되어 있을 뿐이어서, 아직까지도 대규모 감염병 위기에 대한 대응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음.
이에 수도권, 중부권, 영남권, 호남권, 제주권 등 5개 주요 권역별로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하도록 하며…
■계류 중 '마스크 법안' 14건…'코로나19' 사태 후 또 발의
'코로나19' 사태 확산이 빚은 진풍경, 바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입니다. 한때는 마스크 가격이 올라 부담스럽기도 했고 몇 장 사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5일 마스크 수급 안정화 정책에 따라 지정한 날에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5부제 판매를 시행하면서 조금 숨통이 틔었다지만 파문이 가라앉지는 않았습니다.
마스크 수급 불균형은 여전히 문제입니다. 마스크는 특히 병원의 의료진을 비롯해 장애인, 노약자 등 감염 위험이 큰 취약 계층에게 필수적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정보에 어두운 노인들이 제때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이 같은 일들은 이미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겪은 것이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다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미 의원들이 마스크 공급과 관련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취지의 법안을 여러 차례 낸 바 있습니다. 취재진의 확인 결과 이른바 '마스크 법안'은 14건으로 크게 두 종류였습니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마스크 지급 근거를 마련하자는 법안과 마스크에 부가가치세 면제 등 세제 특혜를 주자는 법안들이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이 법안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14건 모두 상임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자 부랴부랴 다시 취약 계층에게 마스크를 무상으로 배포하자는 내용의 마스크 법안 1건이 추가로 발의됐고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2020년 1월 29일 원유철 의원 대표발의)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의 감염병환자등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는 시중에서 유상으로 공급되는 마스크가 금방 동이 나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
이에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환자등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의 유치원생, 초등학교 학생,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무상으로 마스크 배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자 함.
■ 검역인력 확충 예산, 국회가 발목잡기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조금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감염병과의 전쟁 최전선에서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접촉자를 찾아내 감염병을 차단하는 역학조사관들, 공항과 항만 등에서 해외 입국자들의 검역을 책임지는 검역 공무원들의 역할이 여전히 막중합니다.
정부가 지난 3년간 현장 검역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며 예산을 요청했지만 국회는 그때마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건복지부 제출 자료를 보면 2017년 추경안에 역학조사관 등 각급 검역소 검역 인력 27명 충원 예산을 요청했지만, 국회는 이를 삭감했습니다. 2018년에도 역학조사관 등 현장 검역 인력 45명 증원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0명 증원 예산만 통과됐습니다. 국회는 2019년 역시 현장 검역 인력 22명 증원 요청에 19명 증원 예산만 통과시켰습니다.
이렇게 현장 검역 인력 138명 증원 요청에 83명 증원 예산만 허락한 국회가 '코로나19' 사태가 빚어지자 갑자기 검역 인력 증원을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에 집어넣었고 이 내용은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역학조사관의 수를 기존 30명에서 100명으로 늘리고 역학조사관을 '둔다'는 내용이 '두어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강화됐습니다.
발의 후 방치됐다가 사태가 터져야 부활하는 '뒷북' 법안들, 법안 22,883건을 발의하신 20대 국회 의원님들께 묻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21대 국회에도 계속돼야 할까요?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한 입법 기관, 즉 법을 만드는 곳입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한 날, 국회의원들은 국회사무처에 법안 52건을 제출했습니다. 이후 21대 총선을 30일 앞둔 시점까지 의원들은 모두 22,883건의 법안을 발의했고 3분의 1인 7,858건은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 법률로 제정됐습니다(2020년 3월 16일 기준).
국회가 처리한 법안에는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통과한 일명 '코로나 3법'(감염병 예방법 개정안, 검역법 개정안, 의료법 개정안)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시급히 대응하기 위해 모처럼 여야가 합심해 통과시킨 이 법안,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아쉬운 점, 한둘이 아닙니다. 특히 이 법안들 내용 상당 부분은 과거 메르스 사태 때 등 이미 여러 차례 의원들이 발의했던 것들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 '감염병 전문병원' 법안, 원안대로 통과됐더라면
지난달 27일, 대구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병상이 부족해 병원을 가지 못하고 집에서 대기하다 세상을 떴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이날까지 대구시가 확보한 병상은 1,013개, 이 가운데 음압 병상은 54개로 숨진 환자까지 감당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대구에 음압 병상이 갖춰진 감염병 전문병원이 설치돼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감염병 전문병원 관련 법안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고서 국회는 그 해 12월 감염병 예방법을 개정했습니다. 당시 개정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염병 예방법(2015년 12월 9일 개정)
제8조의2(감염병병원)
② 국가는 감염병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하여 권역별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병상(음압병상 및 격리병상을 포함한다)을 갖춘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하여 운영한다.
③ 국가는 예산의 범위에서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감염병전문병원 또는 감염병연구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하여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법안이 개정된 뒤 정부는 2017년 감염병 전문병원 두 곳을 지정합니다. 서울 국립중앙의료원과 광주광역시 조선대병원입니다. 이후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이 추가로 지정되지는 못했습니다. 운영 비용이 막대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지정, 운영에 필요한 예산 지원은 선택 사항이지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기 앞서 발의된, 이보다 훨씬 진일보한 법안이 있었습니다. 메르스가 한창이던 2015년 6월, 김용익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낸 법안으로 내용은 이렇습니다.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2015년 6월 17일 김용익 의원 대표발의)
제10조의2(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및 운영)
① 국가는 감염병 연구, 감염병 전문가 양성 및 교육, 감염병 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해 보건복지부의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200개 규모의 음압병상 등 감염병 관리를 위한 시설, 인력 및 연구 능력을 갖춘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여야 한다.
② 보건복지부장관 및 시·도지사는 감염병 환자 진료 및 치료 등을 하기 위해 시·도에 400개 규모의 병상(음압병상 및 격리병상을 포함한다)을 갖춘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여야 한다.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감염병 전문병원의 설립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해야 하고,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는 경우에 감염병 관리에 필요한 시설, 인력을 갖추고 훈련을 해야 하며,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여야 한다.
김용익 의원안을 보면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여야 한다',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해야 하고', 필요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2015년 12월 통과된 개정안과 비교하면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이 아니라 '설립'이라고 명시했고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예산 지원 부분도 강제력을 띱니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더라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더 빨리 추진됐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당시 이 법안을 냈던 김용익 의원은 2015년 6월 25일 본회의에서 법안 설명을 하다가 갖은 조롱과 수모를 겪었고, 결국 내용이 대폭 수정돼 후퇴한 법안이 2015년 12월 9일 의결됐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5년 뒤인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윤종필 미래통합당 의원이 다시 비슷한 내용의 감염병 전문병원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감염법 예방법 개정안(2020년 2월 17일 윤종필 의원 대표발의)
현행법은 지난 2015년 메르스(MERS-Cov,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유행으로 감염병에 취약한 국가 방역체계와 부실한 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감염병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한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 또는 지정하여 운영하도록 개정한바 있음.
그러나 현재까지 감염병전문병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과 호남권역 감염병전문병원인 조선대학교병원만이 지정되어 있을 뿐이어서, 아직까지도 대규모 감염병 위기에 대한 대응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음.
이에 수도권, 중부권, 영남권, 호남권, 제주권 등 5개 주요 권역별로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하도록 하며…
■계류 중 '마스크 법안' 14건…'코로나19' 사태 후 또 발의
'코로나19' 사태 확산이 빚은 진풍경, 바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입니다. 한때는 마스크 가격이 올라 부담스럽기도 했고 몇 장 사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5일 마스크 수급 안정화 정책에 따라 지정한 날에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5부제 판매를 시행하면서 조금 숨통이 틔었다지만 파문이 가라앉지는 않았습니다.
마스크 수급 불균형은 여전히 문제입니다. 마스크는 특히 병원의 의료진을 비롯해 장애인, 노약자 등 감염 위험이 큰 취약 계층에게 필수적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정보에 어두운 노인들이 제때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이 같은 일들은 이미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겪은 것이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다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미 의원들이 마스크 공급과 관련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취지의 법안을 여러 차례 낸 바 있습니다. 취재진의 확인 결과 이른바 '마스크 법안'은 14건으로 크게 두 종류였습니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마스크 지급 근거를 마련하자는 법안과 마스크에 부가가치세 면제 등 세제 특혜를 주자는 법안들이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이 법안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14건 모두 상임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자 부랴부랴 다시 취약 계층에게 마스크를 무상으로 배포하자는 내용의 마스크 법안 1건이 추가로 발의됐고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2020년 1월 29일 원유철 의원 대표발의)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의 감염병환자등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는 시중에서 유상으로 공급되는 마스크가 금방 동이 나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
이에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환자등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의 유치원생, 초등학교 학생,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무상으로 마스크 배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자 함.
■ 검역인력 확충 예산, 국회가 발목잡기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조금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감염병과의 전쟁 최전선에서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접촉자를 찾아내 감염병을 차단하는 역학조사관들, 공항과 항만 등에서 해외 입국자들의 검역을 책임지는 검역 공무원들의 역할이 여전히 막중합니다.
정부가 지난 3년간 현장 검역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며 예산을 요청했지만 국회는 그때마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건복지부 제출 자료를 보면 2017년 추경안에 역학조사관 등 각급 검역소 검역 인력 27명 충원 예산을 요청했지만, 국회는 이를 삭감했습니다. 2018년에도 역학조사관 등 현장 검역 인력 45명 증원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0명 증원 예산만 통과됐습니다. 국회는 2019년 역시 현장 검역 인력 22명 증원 요청에 19명 증원 예산만 통과시켰습니다.
이렇게 현장 검역 인력 138명 증원 요청에 83명 증원 예산만 허락한 국회가 '코로나19' 사태가 빚어지자 갑자기 검역 인력 증원을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에 집어넣었고 이 내용은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역학조사관의 수를 기존 30명에서 100명으로 늘리고 역학조사관을 '둔다'는 내용이 '두어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강화됐습니다.
발의 후 방치됐다가 사태가 터져야 부활하는 '뒷북' 법안들, 법안 22,883건을 발의하신 20대 국회 의원님들께 묻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21대 국회에도 계속돼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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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기자 e-gij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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