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코로나19, 역대 최저 투표율?…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입력 2020.03.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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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21대 총선이 한 달도 안 남았습니다. 그런데, '선거를 하긴 하나' 싶은 분위기입니다. WHO가 역대 3번째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코로나19 사태 때문입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 자제를 당부합니다. 하지만 투표 하려면 외출해야 합니다. 투표소에 사람들이 몰릴 테니 '사회적 거리 두기'도 어렵습니다. 딜레마입니다.
취재 중 만난 어르신은 "병나면 나만 손해지. 제일 위험한 게 나이 먹은 사람들이라잖아"라고 걱정했습니다.
20대 총선 투표율 58%…코로나까지 덮친 21대는?
4년 전, 20대 총선 투표율은 58%였습니다. 유권자 10명 중 6명이 안 되는 건데요. 이것도 오른 겁니다. 19대는 54.2%, 심지어 18대 총선 때는 역대 최저인 46.1%를 기록했습니다.
그럼,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은 어떻게 될까요? 코로나19 상황이 그때까지 비상하게 나아지지 않는 한, 18대 총선의 최저 투표율을 갱신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불과 일주일 전 선거를 치른, 프랑스 사례가 참고될 수 있습니다. 현지시각 15일 프랑스 1차 지방선거는 투표율 45%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선거보다 20%포인트 줄어든 수치라고 합니다.
프랑스 내무장관은 "전례 없이 낮은 투표율"이라며 당혹감을 나타냈고, 오는 22일 예정된 결선투표 여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20일 기준, 프랑스 코로나19 확진자는 만여 명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우리 정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8일 선거지원 관계장관회의에서 "유권자들이 감염을 걱정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투표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관위는 그래서 투표소 방역은 물론이고, 선거 당일 증상을 보인 유권자를 위한 임시 기표소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확진자를 위한 우편 투표를 시행하고, 생활치료센터에 특별 사전투표소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낮으면 보수에 유리?
정치권엔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성향 정당이, 낮으면 보수 성향 정당이 유리하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투표율이 높고, 낮을수록 투표율은 낮다는 데 따른 건데요.
실제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2008년 18대 총선을 보면, 20대 후반이 24.2%로 투표율이 가장 낮았고, 60세 이상은 65.5%로 가장 높았습니다. 두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이때 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은 단 81석을 얻는 데 그쳐 그야말로 참패했단 평가를 받았고, 미래통합당의 전신 한나라당은 153석을 거머쥐었습니다.
반면, 4년 전 20대 총선 때에는 20대가 52.7%를, 60대가 71.7%를 기록했습니다. 사전투표제 도입으로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이 크게 오른 거로 분석됩니다.
민주당은 이 선거에서 123석을 얻어, 새누리당을 1석 차이로 누르고 제1당에 올랐습니다. 투표율이 다는 아니지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데엔 많은 전문가가 동의합니다.
이번에도 그럴까?…"이념 지향에서 이익 중심으로"
정치권의 '속설'을 따른다면, 투표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총선은 보수 정당이 압승한 18대 총선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게 있습니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세대가 꼭 20~30대 젊은 유권자일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거부감은 노년층에서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죠.
'젊은 세대=진보, 노년층=보수'라는 기존 공식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집권 여당에 실망한 청년 유권자들이 야당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습니다.
또, 과거 60대 이상 노년층은 보수 정당 선호를 보여왔더라도, 지금의 60대가 과거 6월 항쟁의 주역이었던 '넥타이 부대'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앞으로의 투표는 각 세대가 지닌 '이념 지향' 투표가 아닌, '이익 중심' 투표가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이념 지향적인 생각을 가진 정당에 매력을 느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신 교수는 "오히려 먹고 사는 문제, 경제 문제 같은 것에 어떤 것이 더 가슴에 와 닿게 얘기해줄 것인가가 이번 선거에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에 가려져 있지만, 선거를 한 달도 안 남겨둔 지금, 정치권은 매우 시끄럽습니다. 일반 시민은 이해도 어려운, '비례 정당' 문제를 둘러싸고 제1, 2당 모두 몇 일째 잡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는 새 유권자들에겐 가장 중요한 인물과 정책은 실종됐습니다. 역대 최저 투표율이 우려되는 4.15 총선, 결국 마지막에 웃는 건, 유권자를 뺀 여야 모두일지 모릅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 자제를 당부합니다. 하지만 투표 하려면 외출해야 합니다. 투표소에 사람들이 몰릴 테니 '사회적 거리 두기'도 어렵습니다. 딜레마입니다.
취재 중 만난 어르신은 "병나면 나만 손해지. 제일 위험한 게 나이 먹은 사람들이라잖아"라고 걱정했습니다.
지난 16일, 뉴스9 「확진자엔 우편투표·버스투표소 검토…투표 대책 비상」 중에서
20대 총선 투표율 58%…코로나까지 덮친 21대는?
4년 전, 20대 총선 투표율은 58%였습니다. 유권자 10명 중 6명이 안 되는 건데요. 이것도 오른 겁니다. 19대는 54.2%, 심지어 18대 총선 때는 역대 최저인 46.1%를 기록했습니다.
그럼,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은 어떻게 될까요? 코로나19 상황이 그때까지 비상하게 나아지지 않는 한, 18대 총선의 최저 투표율을 갱신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불과 일주일 전 선거를 치른, 프랑스 사례가 참고될 수 있습니다. 현지시각 15일 프랑스 1차 지방선거는 투표율 45%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선거보다 20%포인트 줄어든 수치라고 합니다.
프랑스 내무장관은 "전례 없이 낮은 투표율"이라며 당혹감을 나타냈고, 오는 22일 예정된 결선투표 여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20일 기준, 프랑스 코로나19 확진자는 만여 명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현지시각 15일 시행된 프랑스 1차 지방선거. 역대 최저인 45% 투표율을 기록했다.
우리 정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8일 선거지원 관계장관회의에서 "유권자들이 감염을 걱정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투표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관위는 그래서 투표소 방역은 물론이고, 선거 당일 증상을 보인 유권자를 위한 임시 기표소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확진자를 위한 우편 투표를 시행하고, 생활치료센터에 특별 사전투표소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투표소 선거 물품을 점검하고 있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낮으면 보수에 유리?
정치권엔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성향 정당이, 낮으면 보수 성향 정당이 유리하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투표율이 높고, 낮을수록 투표율은 낮다는 데 따른 건데요.
실제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2008년 18대 총선을 보면, 20대 후반이 24.2%로 투표율이 가장 낮았고, 60세 이상은 65.5%로 가장 높았습니다. 두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이때 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은 단 81석을 얻는 데 그쳐 그야말로 참패했단 평가를 받았고, 미래통합당의 전신 한나라당은 153석을 거머쥐었습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지도부
반면, 4년 전 20대 총선 때에는 20대가 52.7%를, 60대가 71.7%를 기록했습니다. 사전투표제 도입으로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이 크게 오른 거로 분석됩니다.
민주당은 이 선거에서 123석을 얻어, 새누리당을 1석 차이로 누르고 제1당에 올랐습니다. 투표율이 다는 아니지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데엔 많은 전문가가 동의합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지도부
이번에도 그럴까?…"이념 지향에서 이익 중심으로"
정치권의 '속설'을 따른다면, 투표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총선은 보수 정당이 압승한 18대 총선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게 있습니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세대가 꼭 20~30대 젊은 유권자일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거부감은 노년층에서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죠.
'젊은 세대=진보, 노년층=보수'라는 기존 공식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집권 여당에 실망한 청년 유권자들이 야당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습니다.
또, 과거 60대 이상 노년층은 보수 정당 선호를 보여왔더라도, 지금의 60대가 과거 6월 항쟁의 주역이었던 '넥타이 부대'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앞으로의 투표는 각 세대가 지닌 '이념 지향' 투표가 아닌, '이익 중심' 투표가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이념 지향적인 생각을 가진 정당에 매력을 느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신 교수는 "오히려 먹고 사는 문제, 경제 문제 같은 것에 어떤 것이 더 가슴에 와 닿게 얘기해줄 것인가가 이번 선거에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22일, KBS 인터뷰 중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코로나에 가려져 있지만, 선거를 한 달도 안 남겨둔 지금, 정치권은 매우 시끄럽습니다. 일반 시민은 이해도 어려운, '비례 정당' 문제를 둘러싸고 제1, 2당 모두 몇 일째 잡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는 새 유권자들에겐 가장 중요한 인물과 정책은 실종됐습니다. 역대 최저 투표율이 우려되는 4.15 총선, 결국 마지막에 웃는 건, 유권자를 뺀 여야 모두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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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3-21 10:39:45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21대 총선이 한 달도 안 남았습니다. 그런데, '선거를 하긴 하나' 싶은 분위기입니다. WHO가 역대 3번째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코로나19 사태 때문입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 자제를 당부합니다. 하지만 투표 하려면 외출해야 합니다. 투표소에 사람들이 몰릴 테니 '사회적 거리 두기'도 어렵습니다. 딜레마입니다.
취재 중 만난 어르신은 "병나면 나만 손해지. 제일 위험한 게 나이 먹은 사람들이라잖아"라고 걱정했습니다.
20대 총선 투표율 58%…코로나까지 덮친 21대는?
4년 전, 20대 총선 투표율은 58%였습니다. 유권자 10명 중 6명이 안 되는 건데요. 이것도 오른 겁니다. 19대는 54.2%, 심지어 18대 총선 때는 역대 최저인 46.1%를 기록했습니다.
그럼,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은 어떻게 될까요? 코로나19 상황이 그때까지 비상하게 나아지지 않는 한, 18대 총선의 최저 투표율을 갱신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불과 일주일 전 선거를 치른, 프랑스 사례가 참고될 수 있습니다. 현지시각 15일 프랑스 1차 지방선거는 투표율 45%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선거보다 20%포인트 줄어든 수치라고 합니다.
프랑스 내무장관은 "전례 없이 낮은 투표율"이라며 당혹감을 나타냈고, 오는 22일 예정된 결선투표 여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20일 기준, 프랑스 코로나19 확진자는 만여 명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우리 정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8일 선거지원 관계장관회의에서 "유권자들이 감염을 걱정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투표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관위는 그래서 투표소 방역은 물론이고, 선거 당일 증상을 보인 유권자를 위한 임시 기표소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확진자를 위한 우편 투표를 시행하고, 생활치료센터에 특별 사전투표소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낮으면 보수에 유리?
정치권엔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성향 정당이, 낮으면 보수 성향 정당이 유리하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투표율이 높고, 낮을수록 투표율은 낮다는 데 따른 건데요.
실제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2008년 18대 총선을 보면, 20대 후반이 24.2%로 투표율이 가장 낮았고, 60세 이상은 65.5%로 가장 높았습니다. 두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이때 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은 단 81석을 얻는 데 그쳐 그야말로 참패했단 평가를 받았고, 미래통합당의 전신 한나라당은 153석을 거머쥐었습니다.
반면, 4년 전 20대 총선 때에는 20대가 52.7%를, 60대가 71.7%를 기록했습니다. 사전투표제 도입으로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이 크게 오른 거로 분석됩니다.
민주당은 이 선거에서 123석을 얻어, 새누리당을 1석 차이로 누르고 제1당에 올랐습니다. 투표율이 다는 아니지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데엔 많은 전문가가 동의합니다.
이번에도 그럴까?…"이념 지향에서 이익 중심으로"
정치권의 '속설'을 따른다면, 투표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총선은 보수 정당이 압승한 18대 총선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게 있습니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세대가 꼭 20~30대 젊은 유권자일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거부감은 노년층에서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죠.
'젊은 세대=진보, 노년층=보수'라는 기존 공식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집권 여당에 실망한 청년 유권자들이 야당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습니다.
또, 과거 60대 이상 노년층은 보수 정당 선호를 보여왔더라도, 지금의 60대가 과거 6월 항쟁의 주역이었던 '넥타이 부대'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앞으로의 투표는 각 세대가 지닌 '이념 지향' 투표가 아닌, '이익 중심' 투표가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이념 지향적인 생각을 가진 정당에 매력을 느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신 교수는 "오히려 먹고 사는 문제, 경제 문제 같은 것에 어떤 것이 더 가슴에 와 닿게 얘기해줄 것인가가 이번 선거에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에 가려져 있지만, 선거를 한 달도 안 남겨둔 지금, 정치권은 매우 시끄럽습니다. 일반 시민은 이해도 어려운, '비례 정당' 문제를 둘러싸고 제1, 2당 모두 몇 일째 잡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는 새 유권자들에겐 가장 중요한 인물과 정책은 실종됐습니다. 역대 최저 투표율이 우려되는 4.15 총선, 결국 마지막에 웃는 건, 유권자를 뺀 여야 모두일지 모릅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 자제를 당부합니다. 하지만 투표 하려면 외출해야 합니다. 투표소에 사람들이 몰릴 테니 '사회적 거리 두기'도 어렵습니다. 딜레마입니다.
취재 중 만난 어르신은 "병나면 나만 손해지. 제일 위험한 게 나이 먹은 사람들이라잖아"라고 걱정했습니다.
20대 총선 투표율 58%…코로나까지 덮친 21대는?
4년 전, 20대 총선 투표율은 58%였습니다. 유권자 10명 중 6명이 안 되는 건데요. 이것도 오른 겁니다. 19대는 54.2%, 심지어 18대 총선 때는 역대 최저인 46.1%를 기록했습니다.
그럼,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은 어떻게 될까요? 코로나19 상황이 그때까지 비상하게 나아지지 않는 한, 18대 총선의 최저 투표율을 갱신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불과 일주일 전 선거를 치른, 프랑스 사례가 참고될 수 있습니다. 현지시각 15일 프랑스 1차 지방선거는 투표율 45%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선거보다 20%포인트 줄어든 수치라고 합니다.
프랑스 내무장관은 "전례 없이 낮은 투표율"이라며 당혹감을 나타냈고, 오는 22일 예정된 결선투표 여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20일 기준, 프랑스 코로나19 확진자는 만여 명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우리 정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8일 선거지원 관계장관회의에서 "유권자들이 감염을 걱정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투표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관위는 그래서 투표소 방역은 물론이고, 선거 당일 증상을 보인 유권자를 위한 임시 기표소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확진자를 위한 우편 투표를 시행하고, 생활치료센터에 특별 사전투표소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낮으면 보수에 유리?
정치권엔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성향 정당이, 낮으면 보수 성향 정당이 유리하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투표율이 높고, 낮을수록 투표율은 낮다는 데 따른 건데요.
실제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2008년 18대 총선을 보면, 20대 후반이 24.2%로 투표율이 가장 낮았고, 60세 이상은 65.5%로 가장 높았습니다. 두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이때 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은 단 81석을 얻는 데 그쳐 그야말로 참패했단 평가를 받았고, 미래통합당의 전신 한나라당은 153석을 거머쥐었습니다.
반면, 4년 전 20대 총선 때에는 20대가 52.7%를, 60대가 71.7%를 기록했습니다. 사전투표제 도입으로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이 크게 오른 거로 분석됩니다.
민주당은 이 선거에서 123석을 얻어, 새누리당을 1석 차이로 누르고 제1당에 올랐습니다. 투표율이 다는 아니지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데엔 많은 전문가가 동의합니다.
이번에도 그럴까?…"이념 지향에서 이익 중심으로"
정치권의 '속설'을 따른다면, 투표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총선은 보수 정당이 압승한 18대 총선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게 있습니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세대가 꼭 20~30대 젊은 유권자일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거부감은 노년층에서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죠.
'젊은 세대=진보, 노년층=보수'라는 기존 공식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집권 여당에 실망한 청년 유권자들이 야당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습니다.
또, 과거 60대 이상 노년층은 보수 정당 선호를 보여왔더라도, 지금의 60대가 과거 6월 항쟁의 주역이었던 '넥타이 부대'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앞으로의 투표는 각 세대가 지닌 '이념 지향' 투표가 아닌, '이익 중심' 투표가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이념 지향적인 생각을 가진 정당에 매력을 느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신 교수는 "오히려 먹고 사는 문제, 경제 문제 같은 것에 어떤 것이 더 가슴에 와 닿게 얘기해줄 것인가가 이번 선거에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에 가려져 있지만, 선거를 한 달도 안 남겨둔 지금, 정치권은 매우 시끄럽습니다. 일반 시민은 이해도 어려운, '비례 정당' 문제를 둘러싸고 제1, 2당 모두 몇 일째 잡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는 새 유권자들에겐 가장 중요한 인물과 정책은 실종됐습니다. 역대 최저 투표율이 우려되는 4.15 총선, 결국 마지막에 웃는 건, 유권자를 뺀 여야 모두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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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기자 nar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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