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몽골 간 V리그 레전드 이선규 감독, 벌써부터 챔피언 후보로? 왜?
입력 2024.11.18 (16:44)
수정 2024.11.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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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리그 지휘 중인 이선규 감독(제공 : 팀 큐브 에이전시)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해 온 미들블로커이자 V리그 레전드로 불려 온 이선규(43)가 몽골 리그의 첫 한국인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역대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첫 시즌에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몽골 배구 리그 '슈퍼 발리볼 리그인 몽골리아'의 명문 '하쑤 메가 스타스 발리볼 클럽' 감독으로 취임한 이선규 감독은 이달 1일부터 시작된 리그에서 현재 개막 5연승, 무패를 달리고 있다.
남자부 7개 팀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 선두에 올라있고 상대에 승점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말 그대로 무서운 질주 중이다. 몽골 배구 리그는 남자부 7개 팀과 여자부 9개 팀이 약 3개월 동안 리그와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치러 우승팀을 가린다.
이선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하쑤는 2022~2023시즌 2위, 2023~2024시즌 3위로 줄곧 리그 상위권을 차지하는 명문으로 이선규 감독 체제에서 한층 강해진 모습으로 챔피언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현지에서도 벌써 심상치 않은 돌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선규 감독만의 지도력은 뭘까? 이선규 감독은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에게 현지 생활과 몽골 배구 리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한국 배구의 국제 경쟁력 약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다음은 이선규 감독과의 일문일답.
Q. 몽골 생활 한 달 어떤가?
- (첫마디는 날씨 이야기부터 나왔다) 추워요. 하하. 어제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졌어요.
그런데 먹는 건 한국과 비슷하고 주변에 한식당도 많아서 생활은 한국에 있는 것처럼 편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게 가끔 외롭지만, 리그 일정이 한국보단 짧아서 4개월 일정으로 와있어서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족들이 연말에 올 계획이어서 걱정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Q. 몽골 슈퍼리그 소개
- 일정은 V리그의 절반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리그 2개월하고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을 치릅니다. 전체 일정이 약 3개월 정도로 짧죠. 몽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배구와 농구거든요. 사람들이 좋아해서 기쁘게 생활하고 있어요.
Q. 리그 수준은 어느 정도?
- 기술은 V리그보다 평균적으로 조금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힘 있고 탄력이 좋아서 경기력이 '짱짱'합니다.
인기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국가 자체에서 수준 높은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는 등 리그 육성을 주도하고 있고요. 각 팀에 외국인 선수는 2명 출전 제한이 있지만 4명까지 보유할 수 있습니다. (현재 몽골 배구 리그엔 이선규 감독과 이란 출신 지도자 등 총 2명의 외국인 지도자가 팀을 맡고 있다.)
Q. 생소한 몽골 리그에서 감독 출발…고민하진 않았는지?
- 현재 팀 승률이 높고 성적이 좋아서 잘 왔다는 생각입니다. 외국에서 힘든 점도 있지만 지난 시즌 3위였던 팀을 개막과 동시에 선두로 올려놓고 상대 팀에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5세트까지 가지 않고) 이기고 5연승 중이라는 건 힘이 나죠. 올해 초 프로배구 한국전력 코치직 재계약 안 되고 쉬고 있을 때 이곳 제안받았을 땐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잘 왔다 싶어요.
Q. 팀 맡자마자 선두 도약 이룬 비결, 승승장구 원동력은?
- 팀 합류하기 전에 지난 시즌 V리그에서 아시아 쿼터 선수로 활약했던 바야르샤이한에게 몽골 문화에 대해 조언을 얻었습니다. (바야르샤이한은 현재 이선규 감독이 지도하는 하쑤에서 선수로 뛰며 이선규 감독을 도와 통역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기술 전수와 훈련 시스템 변화에 집중했고요. 선수들이 기술 습득에 대한 갈망이 컸고 포지션·개인별 맞춤 훈련으로 좀 더 세부적으로 훈련을 했더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운동량이 늘었는데도 더 하고 싶다고 하는 선수들도 있었고요. 저희 팀에 러시아, 이란 선수들도 있는데 이 선수들이 훈련 만족도가 높다고 적극적으로 훈련 참여를 해주니 자연스럽게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졌습니다.
그러니 좋은 성적으로 연결된 것 같아요. 아마 선수들은 제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준이에요.
제가 가장 놀라웠던 건 아직까진 아시아에서 한국 배구가 어느 정도는 (속된 말로) 먹히는구나…였어요.
선수들이 2006도하 아시안게임대회에서 한국 배구가 금메달을 딴 걸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그때 뛰었던 걸 기억하고 있고요.
그래서 모든 선수가 기본적으로 한국 배구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팀에 저보다 12살 어린 이란 선수, 아미르라는 미들블로커가 있는데 이 선수는 본인이 중학생 때 한국 대표팀이 이란 테헤란에서 하는 경기에서 공을 전달하는 볼 리트리버를 했다고 하면서 당시 저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참 놀랍죠.
이런 것들을 접할 때 저는 한국 배구가 2006년 이후로도 계속 성장해야 했다….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저는 한국 배구의 전성기를 경험했던 선수로서 여전히 혜택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동시에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죠.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이 복잡해져요. 그래서 여기서 지도자로서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더 다부진 각오를 다집니다.
30분가량의 전화 인터뷰에도 이선규 감독은 몽골에서 본인의 지도력이 인정받는 것보다 한국 배구가 최근 급격히 국제 무대에서 특히 아시아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팀에서 이 감독과 선수단의 결속력은 만점 수준. 성적도 무패를 달리며 선두에 있다. 이 감독은 내친김에 감독 데뷔 시즌 목표를 우승으로 설정했다. 1차 목표를 이룬 뒤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V리그에서 감독 변신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선규 감독은 "현재 V리그 남자부 7개 팀 가운데 5개 팀 지휘봉을 외국인 감독이 잡고 있는 현실은 한국 배구 국제 경쟁력 약화와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기도 해서 여기서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와 함께 한국에서 지도자를 꿈꾸는 동료,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잘하자! 라는 마음이 큽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몽골에서 한국인 지도자의 성공 신화를 쓰겠다는 이선규 감독의 각오가 챔피언이란 결과를 낳아 또 다른 의미의 한국 배구 전성기, 지도자 열풍으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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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몽골 간 V리그 레전드 이선규 감독, 벌써부터 챔피언 후보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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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1-18 16:44:46
- 수정2024-11-18 16:45:42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해 온 미들블로커이자 V리그 레전드로 불려 온 이선규(43)가 몽골 리그의 첫 한국인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역대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첫 시즌에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몽골 배구 리그 '슈퍼 발리볼 리그인 몽골리아'의 명문 '하쑤 메가 스타스 발리볼 클럽' 감독으로 취임한 이선규 감독은 이달 1일부터 시작된 리그에서 현재 개막 5연승, 무패를 달리고 있다.
남자부 7개 팀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 선두에 올라있고 상대에 승점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말 그대로 무서운 질주 중이다. 몽골 배구 리그는 남자부 7개 팀과 여자부 9개 팀이 약 3개월 동안 리그와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치러 우승팀을 가린다.
이선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하쑤는 2022~2023시즌 2위, 2023~2024시즌 3위로 줄곧 리그 상위권을 차지하는 명문으로 이선규 감독 체제에서 한층 강해진 모습으로 챔피언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현지에서도 벌써 심상치 않은 돌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선규 감독만의 지도력은 뭘까? 이선규 감독은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에게 현지 생활과 몽골 배구 리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한국 배구의 국제 경쟁력 약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다음은 이선규 감독과의 일문일답.
Q. 몽골 생활 한 달 어떤가?
- (첫마디는 날씨 이야기부터 나왔다) 추워요. 하하. 어제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졌어요.
그런데 먹는 건 한국과 비슷하고 주변에 한식당도 많아서 생활은 한국에 있는 것처럼 편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게 가끔 외롭지만, 리그 일정이 한국보단 짧아서 4개월 일정으로 와있어서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족들이 연말에 올 계획이어서 걱정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Q. 몽골 슈퍼리그 소개
- 일정은 V리그의 절반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리그 2개월하고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을 치릅니다. 전체 일정이 약 3개월 정도로 짧죠. 몽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배구와 농구거든요. 사람들이 좋아해서 기쁘게 생활하고 있어요.
Q. 리그 수준은 어느 정도?
- 기술은 V리그보다 평균적으로 조금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힘 있고 탄력이 좋아서 경기력이 '짱짱'합니다.
인기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국가 자체에서 수준 높은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는 등 리그 육성을 주도하고 있고요. 각 팀에 외국인 선수는 2명 출전 제한이 있지만 4명까지 보유할 수 있습니다. (현재 몽골 배구 리그엔 이선규 감독과 이란 출신 지도자 등 총 2명의 외국인 지도자가 팀을 맡고 있다.)
Q. 생소한 몽골 리그에서 감독 출발…고민하진 않았는지?
- 현재 팀 승률이 높고 성적이 좋아서 잘 왔다는 생각입니다. 외국에서 힘든 점도 있지만 지난 시즌 3위였던 팀을 개막과 동시에 선두로 올려놓고 상대 팀에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5세트까지 가지 않고) 이기고 5연승 중이라는 건 힘이 나죠. 올해 초 프로배구 한국전력 코치직 재계약 안 되고 쉬고 있을 때 이곳 제안받았을 땐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잘 왔다 싶어요.
Q. 팀 맡자마자 선두 도약 이룬 비결, 승승장구 원동력은?
- 팀 합류하기 전에 지난 시즌 V리그에서 아시아 쿼터 선수로 활약했던 바야르샤이한에게 몽골 문화에 대해 조언을 얻었습니다. (바야르샤이한은 현재 이선규 감독이 지도하는 하쑤에서 선수로 뛰며 이선규 감독을 도와 통역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기술 전수와 훈련 시스템 변화에 집중했고요. 선수들이 기술 습득에 대한 갈망이 컸고 포지션·개인별 맞춤 훈련으로 좀 더 세부적으로 훈련을 했더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운동량이 늘었는데도 더 하고 싶다고 하는 선수들도 있었고요. 저희 팀에 러시아, 이란 선수들도 있는데 이 선수들이 훈련 만족도가 높다고 적극적으로 훈련 참여를 해주니 자연스럽게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졌습니다.
그러니 좋은 성적으로 연결된 것 같아요. 아마 선수들은 제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준이에요.
제가 가장 놀라웠던 건 아직까진 아시아에서 한국 배구가 어느 정도는 (속된 말로) 먹히는구나…였어요.
선수들이 2006도하 아시안게임대회에서 한국 배구가 금메달을 딴 걸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그때 뛰었던 걸 기억하고 있고요.
그래서 모든 선수가 기본적으로 한국 배구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팀에 저보다 12살 어린 이란 선수, 아미르라는 미들블로커가 있는데 이 선수는 본인이 중학생 때 한국 대표팀이 이란 테헤란에서 하는 경기에서 공을 전달하는 볼 리트리버를 했다고 하면서 당시 저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참 놀랍죠.
이런 것들을 접할 때 저는 한국 배구가 2006년 이후로도 계속 성장해야 했다….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저는 한국 배구의 전성기를 경험했던 선수로서 여전히 혜택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동시에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죠.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이 복잡해져요. 그래서 여기서 지도자로서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더 다부진 각오를 다집니다.
30분가량의 전화 인터뷰에도 이선규 감독은 몽골에서 본인의 지도력이 인정받는 것보다 한국 배구가 최근 급격히 국제 무대에서 특히 아시아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팀에서 이 감독과 선수단의 결속력은 만점 수준. 성적도 무패를 달리며 선두에 있다. 이 감독은 내친김에 감독 데뷔 시즌 목표를 우승으로 설정했다. 1차 목표를 이룬 뒤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V리그에서 감독 변신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선규 감독은 "현재 V리그 남자부 7개 팀 가운데 5개 팀 지휘봉을 외국인 감독이 잡고 있는 현실은 한국 배구 국제 경쟁력 약화와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기도 해서 여기서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와 함께 한국에서 지도자를 꿈꾸는 동료,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잘하자! 라는 마음이 큽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몽골에서 한국인 지도자의 성공 신화를 쓰겠다는 이선규 감독의 각오가 챔피언이란 결과를 낳아 또 다른 의미의 한국 배구 전성기, 지도자 열풍으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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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미 기자 jj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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