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한대행 “여야 합의안 제출까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정치로 풀어야 할 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하여 안을 제출하실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오늘(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이념 대립으로 많은 비극을 겪은 우리나라지만 그래도 언제나 우리 곁에는 진영의 유불리를 넘어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계셨다"며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로 풀어주시는 큰 어른들이 계셨기에 우리가 이만큼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가 많은 갈등을 겪고 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님,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들이 반드시 그런 리더십을 보여주실 것이고 또 보여주셔야 한다고 저는 굳게 믿고 있다"고 했습니다.

■"불가피하게 권한 행사해야 한다면 여야 합의가 관례"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에 대한 생각도 밝혔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나라가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전념하되, 헌법 행사해야 한다면 포함한 국민의 대표인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만약 불가피하게 이러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관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법리 해석이 엇갈리고 분열과 갈등이 극심하지만, 시간을 들여 사법적 판단을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을 때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 단 한 분도 없어"

아울러 헌법재판관이 명시된 헌법기관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우리 역사를 돌아볼 때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단 한 분도 안 계셨다는 점이 그 자리에 무게를 방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히나 지금은 국가의 운명과 역사를 결정하는 공정한 재판이 헌법재판관에 달려 있는 시점"이라며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하여 합리적인 국민이 이견 없이 수용할 수 있는 현명한 해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개인 거취나 영욕은 중요하지 않아…슬기와 용기 보여주길"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로서 저는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판단할 뿐 개인의 거취나 영욕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무엇보다 무겁게 느끼는 의무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의 정치적 합의 없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우리 헌정 질서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한 권한대행은 "존경하는 우원식 국회의장님,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들이 지금 여러분을 보고 있는 다음 세대 한국인들을 위해 앞선 세대 정치인들을 뛰어넘는 쓸기와 용기를 보여주시길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다시 한번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