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들 “법치주의 무시 일상화되면 나라 존립할 수 없어”

대법관들은 어제(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 벌어진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오늘(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오늘 오전 조희대 대법원장 주재로 대법원에서 열린 긴급 대법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고했습니다.

천 처장은 "법관 개인에 대한, 재판에 대한 테러 행위 시도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일 뿐 아니라 사법부, 국회, 정부 등 모든 헌법기관 자체에 대한 부정행위일 수 있어서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말씀들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 돼서는 정말로 곤란하겠다,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극단적인 행위가 일상화될 경우 우리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걱정을 많이 피력했다"고 했습니다.

천 처장은 "저도 그렇고 다른 대법관들도 그렇고 30년 이상 법관 생활을 하면서 초유의, 미증유 사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불법적인 난입, 폭력에 대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체 헌법 기관에 종사하는 분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해주실 필요가 있다는 말씀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천 처장은 또 "법조인이든 비법조인이든 헌법 토대 위에서 생활하는 관계자와 모든 사람이 유념하고 절제하고 자제하며 법치주의를 존중해야 한다"며 "(재판에 대해) 일부라도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게 있다면 사법부가 좀 더 반성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많았다"라고도 했습니다.

아울러 "영장 재판 하나가 모든 재판 전체를 결정하는 것처럼 중차대한 부담을 영장판사 개인에게 지우고 그렇게 일반에게 받아들여지는 사법 시스템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보다 유연한 구속영장 발부 제도인 '조건부 구속영장제'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천 처장은 전했습니다.

천 처장은 오늘 서부지법 폭력 사태에 관해 법원이 파악한 세부 사항을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 법치주의가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심각한 위기 상황의 징표"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