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군인 겸직 가능 관료직 확대…시민단체 “민주주의 위기”

입력 2025.03.20 (17:50) 수정 2025.03.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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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의회가 군법을 개정해 군인 신분으로 겸직할 수 있는 관료직을 확대했습니다.

이를 놓고 시민사회는 수하르토 독재 정권 시절처럼 군부 통치 체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으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푸안 마하라니 의장은 “이 법이 민주주의와 인권 원칙에 부합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법 개정에 따라 군인 신분으로 일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은 현재 10개에서 14개로 늘어납니다.

새로 추가된 기관은 법무부와 재난대응청, 테러방지청, 해상보안청 등입니다.

또 인도네시아군이 전쟁 외에 할 수 있는 군사작전 범위도 사이버 방어와 해외 시민 보호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다만 국영 기업에서 직책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제외됐습니다.

샤프리 샴수딘 국방부 장관은 “세계적인 군사 기술 변화와 지정학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인도네시아 국민의 주권을 지키는 데 실망을 안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도네시아는 1968∼1998년 수하르토 독재 정권 당시 현역 군인이 정부 관료를 비롯해 주지사나 시장 등 직책을 맡았고, 각종 국영 기업 등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군부가 정부나 민간 기업들을 장악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수하르토 정권 퇴진 후 인도네시아는 민주화를 거치며 군법을 개정, 국방부와 국가정보국, 국가 마약국 등 안보나 치안, 국방 관련 직책에서만 군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이자 수하르토 정권에서 군부 세력 핵심이었던 프라보워가 대통령이 되면서 군인들이 맡을 수 있는 관료직을 늘린 것입니다.

시민사회는 법안 개정에 즉각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인도네시아 의회로 몰려가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군법 개정이 군의 민간 개입을 합법화하고, 부패한 군 출신 관리들에 대한 법적 견제를 약화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험하게 만드는 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안드레아스 하르소노 휴먼라이츠워치 인도네시아 선임 연구원은 성명을 통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군이 다시 민간 업무에 개입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과거 인권 유린과 면책 특권이 만연했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우스만 하미드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사무총장도 “민주주의의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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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0 17:50:06
    • 수정2025-03-20 17:51:03
    국제
인도네시아 의회가 군법을 개정해 군인 신분으로 겸직할 수 있는 관료직을 확대했습니다.

이를 놓고 시민사회는 수하르토 독재 정권 시절처럼 군부 통치 체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으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푸안 마하라니 의장은 “이 법이 민주주의와 인권 원칙에 부합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법 개정에 따라 군인 신분으로 일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은 현재 10개에서 14개로 늘어납니다.

새로 추가된 기관은 법무부와 재난대응청, 테러방지청, 해상보안청 등입니다.

또 인도네시아군이 전쟁 외에 할 수 있는 군사작전 범위도 사이버 방어와 해외 시민 보호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다만 국영 기업에서 직책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제외됐습니다.

샤프리 샴수딘 국방부 장관은 “세계적인 군사 기술 변화와 지정학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인도네시아 국민의 주권을 지키는 데 실망을 안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도네시아는 1968∼1998년 수하르토 독재 정권 당시 현역 군인이 정부 관료를 비롯해 주지사나 시장 등 직책을 맡았고, 각종 국영 기업 등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군부가 정부나 민간 기업들을 장악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수하르토 정권 퇴진 후 인도네시아는 민주화를 거치며 군법을 개정, 국방부와 국가정보국, 국가 마약국 등 안보나 치안, 국방 관련 직책에서만 군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이자 수하르토 정권에서 군부 세력 핵심이었던 프라보워가 대통령이 되면서 군인들이 맡을 수 있는 관료직을 늘린 것입니다.

시민사회는 법안 개정에 즉각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인도네시아 의회로 몰려가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군법 개정이 군의 민간 개입을 합법화하고, 부패한 군 출신 관리들에 대한 법적 견제를 약화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험하게 만드는 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안드레아스 하르소노 휴먼라이츠워치 인도네시아 선임 연구원은 성명을 통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군이 다시 민간 업무에 개입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과거 인권 유린과 면책 특권이 만연했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우스만 하미드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사무총장도 “민주주의의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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