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체 드러난 ‘캡틴아메리카’ 남성…“웹사이트서 가짜 CIA 신분증 제작”
입력 2025.03.26 (06:37)
수정 2025.03.2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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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영화의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미국 잠입(블랙)요원'이라고 주장해 온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안 모 씨가 지난 17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이 안 씨를 기소하며 작성한 공소장에는 그의 범행과 실체가 구체적으로 담겨있습니다.
KBS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소장을 보면, 안 씨에게는 건조물침입미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모욕, 공용물건손상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캡틴아메리카 옷 입고…'중국 혐오' 알리겠다며 중국대사관 달려들어
지난달 14일 저녁 7시 반, 안 씨는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중국대사관 앞에 미국 마블 영화의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나타났습니다.
안 씨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을 논의했던 지난달 10일에도 인권위 건물에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채 나타났고, 엘리베이터 이용 등을 통제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나서 안 씨는 중국대사관에 출몰했는데, 안 씨는 "중국대사관 근무자들에게 '중국 혐오'를 알리겠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 씨는 이를 위해 대사관 정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며 경찰관들에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근무중이던 경찰관들에게 "관등성명도 안하는데", "너희들 중국 공안이냐, 대답을 하지 않으니까 공안이네", "말도 좀 어눌한 것 같아, 한국 분 아닌 거 같아, 나 얘 패도 되죠?"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던 중 차량 한 대가 나오기 위해 정문이 열리자, 그 틈을 타서 중국대사관 내부로 침입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 현장 경찰관들의 제지로 대사관 침입은 미수에 그쳤지만, 안 씨는 건조물침입미수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경찰관에게 '가짜 미군 신분증' 내밀어…증명사진은 집에서 성조기 펴고 스마트폰으로
'중국대사관 침입 미수'로 현행범 체포된 안 씨는 30여분 뒤 인근의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옮겨졌습니다.
조사에 앞서 경찰관으로부터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자, 안 씨가 내민 것은 유엔안전보안국(UNDSS) 소속 요원 신분증과 미국 정부 소속 군인 신분증이었습니다.
안 씨는 이런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며 자신이 미국 국적이고, 미군 출신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경찰은 안 씨가 한국 국적이며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안 씨의 공소장에는 그가 신분증을 위조한 경위도 구체적으로 나와있습니다.
안 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 2월 사이, 사진을 보내주면 외국 정보기관 신분증을 만들어주는 웹사이트에 의뢰해 '가짜 신분증'을 만들었습니다. 배송은 국제우편으로 받았습니다. 신분증 사진은 자신의 집에서 미국 성조기를 배경으로 두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촬영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가짜 신분증은 모두 5장입니다.
중국대사관 침입 미수로 조사받을 당시 경찰에 제출한 UNDSS, 미군 신분증과 더불어 미국 중앙정보국(CIA),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INTERPOL) 소속 요원 신분증도 만들었습니다.

■한밤중 경찰서 찾아가 "지금 조사하라"며 난동…경찰관에게 욕하고 유리 보안문 파손
중국대사관 침입 미수 등 혐의로 체포됐던 안 씨는 경찰 조사를 받고 몇 시간 뒤 석방됐습니다. 안 씨의 혐의가 구속이 필요한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경찰이 불구속 수사 방침을 정했던 겁니다.
그 뒤 안 씨의 조사는 지난달 21일 오전 10시로 예정돼있었습니다. 그러나 안 씨는 하루 전인 20일 밤 11시 15분, 한밤중에 갑자기 남대문경찰서를 찾아가 '지금 당장 조사해달라'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경찰관이 "오늘은 담당자가 없으니 내일 오라"고 말하자, 안 씨는 동료 경찰관과 민원인들이 있는 가운데 "조사 받으러 왔는데 손님 왜 안받냐 이 XXX들아 조사받게 해달라고 XXX야"라며 큰 소리로 욕설을 하며 소란을 피웠습니다.
그러다 안 씨는 경찰관들에게 "기물이라도 파손해줄까? 이거 부숴줄까?"라며 경찰서 보안출입문을 망가뜨리려고 들었습니다.
안 씨는 "기물파손하면 긴급체포될 것 아닌가, 기물파손하고 그냥 긴급체포 될까? 담당 오라고 해 손님 맞이 XXX 하네, 나 그럼 이거 부순다"라고 말하며 유리로 된 보안 출입문을 군화를 신은 발로 걷어차 깨뜨렸습니다.
이에 안 씨는 일주일 만에 다시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다음날인 22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검찰 수사를 거쳐 구속 기소된 안 씨는 다음달 1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이 열릴 예정입니다.

■스카이데일리 '중국인 간첩단' 보도 관련 사건으로도 경찰 조사 받아
이 뿐만 아니라 안 씨는 KB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이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의 '중국인 간첩 99명 선관위 체포 후 주일 미군기지 압송' 기사의 취재원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연관 기사] ‘캡틴아메리카 코스프레’ 남성 단독인터뷰…“‘선관위 간첩’ 기사 정보원은 나” 주장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79389
이 내용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며,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이 기사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스카이데일리 측은 "여러 소스 중 한 분으로 소통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여러 취재원들이 첩보를 선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스카이데일리의 보도 내용이 명백히 허위라며 해당 기사를 쓴 기자와 스카이데일리 대표 등을 고발했고, 경찰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안 씨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경찰은 안 씨의 진술과 스카이데일리 기자 등의 조사를 토대로 스카이데일리 '허위 보도'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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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3-26 06:37:35
- 수정2025-03-26 08:46:07

마블 영화의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미국 잠입(블랙)요원'이라고 주장해 온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안 모 씨가 지난 17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이 안 씨를 기소하며 작성한 공소장에는 그의 범행과 실체가 구체적으로 담겨있습니다.
KBS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소장을 보면, 안 씨에게는 건조물침입미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모욕, 공용물건손상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캡틴아메리카 옷 입고…'중국 혐오' 알리겠다며 중국대사관 달려들어
지난달 14일 저녁 7시 반, 안 씨는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중국대사관 앞에 미국 마블 영화의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나타났습니다.
안 씨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을 논의했던 지난달 10일에도 인권위 건물에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채 나타났고, 엘리베이터 이용 등을 통제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나서 안 씨는 중국대사관에 출몰했는데, 안 씨는 "중국대사관 근무자들에게 '중국 혐오'를 알리겠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 씨는 이를 위해 대사관 정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며 경찰관들에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근무중이던 경찰관들에게 "관등성명도 안하는데", "너희들 중국 공안이냐, 대답을 하지 않으니까 공안이네", "말도 좀 어눌한 것 같아, 한국 분 아닌 거 같아, 나 얘 패도 되죠?"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던 중 차량 한 대가 나오기 위해 정문이 열리자, 그 틈을 타서 중국대사관 내부로 침입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 현장 경찰관들의 제지로 대사관 침입은 미수에 그쳤지만, 안 씨는 건조물침입미수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경찰관에게 '가짜 미군 신분증' 내밀어…증명사진은 집에서 성조기 펴고 스마트폰으로
'중국대사관 침입 미수'로 현행범 체포된 안 씨는 30여분 뒤 인근의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옮겨졌습니다.
조사에 앞서 경찰관으로부터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자, 안 씨가 내민 것은 유엔안전보안국(UNDSS) 소속 요원 신분증과 미국 정부 소속 군인 신분증이었습니다.
안 씨는 이런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며 자신이 미국 국적이고, 미군 출신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경찰은 안 씨가 한국 국적이며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안 씨의 공소장에는 그가 신분증을 위조한 경위도 구체적으로 나와있습니다.
안 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 2월 사이, 사진을 보내주면 외국 정보기관 신분증을 만들어주는 웹사이트에 의뢰해 '가짜 신분증'을 만들었습니다. 배송은 국제우편으로 받았습니다. 신분증 사진은 자신의 집에서 미국 성조기를 배경으로 두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촬영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가짜 신분증은 모두 5장입니다.
중국대사관 침입 미수로 조사받을 당시 경찰에 제출한 UNDSS, 미군 신분증과 더불어 미국 중앙정보국(CIA),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INTERPOL) 소속 요원 신분증도 만들었습니다.

■한밤중 경찰서 찾아가 "지금 조사하라"며 난동…경찰관에게 욕하고 유리 보안문 파손
중국대사관 침입 미수 등 혐의로 체포됐던 안 씨는 경찰 조사를 받고 몇 시간 뒤 석방됐습니다. 안 씨의 혐의가 구속이 필요한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경찰이 불구속 수사 방침을 정했던 겁니다.
그 뒤 안 씨의 조사는 지난달 21일 오전 10시로 예정돼있었습니다. 그러나 안 씨는 하루 전인 20일 밤 11시 15분, 한밤중에 갑자기 남대문경찰서를 찾아가 '지금 당장 조사해달라'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경찰관이 "오늘은 담당자가 없으니 내일 오라"고 말하자, 안 씨는 동료 경찰관과 민원인들이 있는 가운데 "조사 받으러 왔는데 손님 왜 안받냐 이 XXX들아 조사받게 해달라고 XXX야"라며 큰 소리로 욕설을 하며 소란을 피웠습니다.
그러다 안 씨는 경찰관들에게 "기물이라도 파손해줄까? 이거 부숴줄까?"라며 경찰서 보안출입문을 망가뜨리려고 들었습니다.
안 씨는 "기물파손하면 긴급체포될 것 아닌가, 기물파손하고 그냥 긴급체포 될까? 담당 오라고 해 손님 맞이 XXX 하네, 나 그럼 이거 부순다"라고 말하며 유리로 된 보안 출입문을 군화를 신은 발로 걷어차 깨뜨렸습니다.
이에 안 씨는 일주일 만에 다시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다음날인 22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검찰 수사를 거쳐 구속 기소된 안 씨는 다음달 1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이 열릴 예정입니다.

■스카이데일리 '중국인 간첩단' 보도 관련 사건으로도 경찰 조사 받아
이 뿐만 아니라 안 씨는 KB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이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의 '중국인 간첩 99명 선관위 체포 후 주일 미군기지 압송' 기사의 취재원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연관 기사] ‘캡틴아메리카 코스프레’ 남성 단독인터뷰…“‘선관위 간첩’ 기사 정보원은 나” 주장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79389
이 내용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며,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이 기사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스카이데일리 측은 "여러 소스 중 한 분으로 소통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여러 취재원들이 첩보를 선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스카이데일리의 보도 내용이 명백히 허위라며 해당 기사를 쓴 기자와 스카이데일리 대표 등을 고발했고, 경찰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안 씨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경찰은 안 씨의 진술과 스카이데일리 기자 등의 조사를 토대로 스카이데일리 '허위 보도'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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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영 기자 my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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