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년 전 제주로 이주…전입신고 없이 나 홀로 차량 생활
제주도 제주시 삼양해수욕장 공영 주차장에는 10년 가까이 장기 주차된 빛바랜 승용차 한 대가 있었습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시동을 걸었는지 모를 이 차량은 낡을 대로 낡아, 녹슬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번호판도 없는 차 뒷문을 열면 겨우 몸 하나 뉠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뒷좌석을 걷어낸 자리에는 큰 스티로폼과 대나무 돗자리 한 장이 깔려 있었습니다. 폭염에도 창문 하나 열려있지 않던 차량 내부는 금방이라도 숨이 막힐 듯한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주민등록번호조차 없던 50대 남성 한 명이 지난 10년간 세상에 마음을 닫은 채 살아왔던 곳입니다.

폐차 수준의 차량에서 고립 생활해 오던 이 남성은 행정기관 복지 도움으로 마침내 차 문밖으로 나왔습니다. 지난달에는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말소됐던 주민등록증도 복원했습니다. 8년에 걸친 행정기관의 관계 형성과 설득에 세상으로 나올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제주시 8년간 상담·모니터링…마음의 문 열어
제주시는 장기간 차량에서 생활하며 거주 불명 상태였던 중장년 1인 가구를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지역사회 내 안전한 생활을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오늘(30일) 밝혔습니다.

제주시에 따르면 이 50대 남성은 약 10년 전 대전에서 제주로 이주한 후, 전입신고 없이 거주 불명 상태로 삼양 해수욕장 주차장에서 홀로 생활해 왔습니다. 2018년 첫 발견 당시에도 차량은 심하게 부식되어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는데, 남성은 폭염 속에서도 차량 문을 굳게 닫은 채 생활했습니다.
당장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남성은 처음엔 모든 복지서비스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제주시에서 주거와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돕겠다고 했지만 그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됐습니다. 제주시는 관할 주민센터, 지구대, 희망나눔종합지원센터 등과 협력해 8년에 걸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상담을 이어가며 이 남성과 신뢰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그동안 주기적으로 안부를 묻고 생필품도 지원하며 관리하고 있었다"면서 "최근 통합사례관리사가 상담하며 건강이 악화한 모습을 보고, 남성에게 '복지혜택을 받아보는 게 어떠냐?'고 넌지시 권유하자 '고려해 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 남성은 지난 6월쯤 월세 주택에 입주했고, 말소됐던 주민등록증도 복원했습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차츰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또, 대인 접촉에 대한 불안과 오랜 기간 차량에서 생활하며 생긴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제주도의료원의 고독사 예방 사업과 연계한 의료지원도 병행해서 받고 있습니다.
한명미 제주시 주민복지과장은 "이번 민·관 협력 기반의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장기간 고립된 상태로 지내던 1인 가구가 지역사회 내에서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1인 가구의 고독사 예방은 물론, 기본적인 일상생활 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폐차에서 10년간 고립 생활한 50대…무슨 사연이?
-
- 입력 2025-07-30 15:32:21

■ 10년 전 제주로 이주…전입신고 없이 나 홀로 차량 생활
제주도 제주시 삼양해수욕장 공영 주차장에는 10년 가까이 장기 주차된 빛바랜 승용차 한 대가 있었습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시동을 걸었는지 모를 이 차량은 낡을 대로 낡아, 녹슬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번호판도 없는 차 뒷문을 열면 겨우 몸 하나 뉠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뒷좌석을 걷어낸 자리에는 큰 스티로폼과 대나무 돗자리 한 장이 깔려 있었습니다. 폭염에도 창문 하나 열려있지 않던 차량 내부는 금방이라도 숨이 막힐 듯한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주민등록번호조차 없던 50대 남성 한 명이 지난 10년간 세상에 마음을 닫은 채 살아왔던 곳입니다.

폐차 수준의 차량에서 고립 생활해 오던 이 남성은 행정기관 복지 도움으로 마침내 차 문밖으로 나왔습니다. 지난달에는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말소됐던 주민등록증도 복원했습니다. 8년에 걸친 행정기관의 관계 형성과 설득에 세상으로 나올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제주시 8년간 상담·모니터링…마음의 문 열어
제주시는 장기간 차량에서 생활하며 거주 불명 상태였던 중장년 1인 가구를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지역사회 내 안전한 생활을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오늘(30일) 밝혔습니다.

제주시에 따르면 이 50대 남성은 약 10년 전 대전에서 제주로 이주한 후, 전입신고 없이 거주 불명 상태로 삼양 해수욕장 주차장에서 홀로 생활해 왔습니다. 2018년 첫 발견 당시에도 차량은 심하게 부식되어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는데, 남성은 폭염 속에서도 차량 문을 굳게 닫은 채 생활했습니다.
당장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남성은 처음엔 모든 복지서비스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제주시에서 주거와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돕겠다고 했지만 그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됐습니다. 제주시는 관할 주민센터, 지구대, 희망나눔종합지원센터 등과 협력해 8년에 걸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상담을 이어가며 이 남성과 신뢰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그동안 주기적으로 안부를 묻고 생필품도 지원하며 관리하고 있었다"면서 "최근 통합사례관리사가 상담하며 건강이 악화한 모습을 보고, 남성에게 '복지혜택을 받아보는 게 어떠냐?'고 넌지시 권유하자 '고려해 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 남성은 지난 6월쯤 월세 주택에 입주했고, 말소됐던 주민등록증도 복원했습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차츰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또, 대인 접촉에 대한 불안과 오랜 기간 차량에서 생활하며 생긴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제주도의료원의 고독사 예방 사업과 연계한 의료지원도 병행해서 받고 있습니다.
한명미 제주시 주민복지과장은 "이번 민·관 협력 기반의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장기간 고립된 상태로 지내던 1인 가구가 지역사회 내에서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1인 가구의 고독사 예방은 물론, 기본적인 일상생활 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