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감시K] 의원과 법⑥ 왜 발의하셨나요…혹시나 로비?

입력 2020.03.23 (21:29) 수정 2020.03.2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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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이 터지고 나서야 너도나도 나서서 숟가락 얹는 국회, 대체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런데 의원님들, 열심히 발의하신 법안들도 있습니다.

후원회장이 제안한 법안부터 각종 이익단체나 직역단체의 민원성 법안까지, 참 다양합니다.

국회감시 프로젝트 K,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 2만여 건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그 발의 과정을 추적해봤는데요.

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법무사법 개정안 국회 공청회.

법무사가 개인회생, 파산 사건 신청을 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업무범위를 넓혀주자는 겁니다.

발의자인 이은재 의원이 누군가를 거론합니다.

[이은재/미래통합당 의원/2019년 2월 21일 : "제안을 해주신 분은 김주경 회장님이십니다. 잠깐만 일어나 보세요."]

법안 제안자라는 분, 현직 법무사이자, 전 서울지방법무사회장이시네요.

선관위 자료 확인해봤더니, 20대 국회 내내 이은재 의원 후원회장이셨네요.

전화해봤습니다.

[김주경/법무사 : "공청회 할 땐 저는 안 갔어요. (영상에 박수받으시는 게 있어서.) 박수받은 일이 없어 저는."]

서울엔 안 계신답니다.

[김주경/법무사 : "지금 내가 치악산에 있어요. 호흡기가 안 좋아서 코로나 때문에 피해 있어요."]

혹시나 하고 사무실 찾아가 봤더니, 치악산 가신 건 아니네요.

[김주경 법무사사무소 관계자 : "(회장님 계실까요?) 외출하셨는데요. 식사하시고 바로 나가셨는데요."]

그런데 이분, 법무사협회 내부공문을 봤더니 법무사법 발의 직후 협회 고문으로 추대되셨네요.

[대한법무사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김주경 회장님이 제일 많이 나섰으니까.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누군가 하나를 앞장세워야 할 거 아닙니까."]

법안 로비 목적이랍니다.

[대한법무사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법안) 초안을 마련해서 설명이 들어갑니다. 학연 지연 찾아다니면서 국회 로비랄까. 로비라면 로비겠죠. 이은재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죠."]

그런데 이 법안, 원안보단 축소됐지만 결국 통과됐습니다.

이은재 의원, 뭐라고 할까요?

[이은재/미래통합당 의원 : "((왜) 발의를 하셨던 건지?) 잘 기억 안 나고요. 이미 다 끝난 건데. (법무사협회랑 얘기가 되신 건가요?) 없었어요."]

["의원님! 의원님! 한 가지만..."]

기다렸다 또 물었습니다.

["의원님!"]

["의원님, 근데요..."]

[이은재/미래통합당 의원 : "(후원회장이 법무사잖아요. 좀 부적절한 게 아닌가...) 나중에 얘기할게요."]

2018년 국정감사.

한 의원님, 난데없이 노래방 이야기를 꺼냅니다.

업주들 피해, 막대하답니다.

[최경환/민생당 의원/2018년 10월 10일 : "'노파라치'라고 아세요? 술 달라 뭐 하라고 해서 50~60만 원어치 먹고 신고한다. 업주들이 손님한테 싹싹 빌어요."]

결론은, 이겁니다.

[최경환/민생당 의원/2018년 10월 10일 : "김동철 의원이라고 있어요. 개정안을 냈는데, 청소년 출입 시간 이외에는 노래연습장에 맥주와 탁주 정도는 팔자."]

법안까지 낸 분이 계셨네요.

광주광역시의 이웃 지역구, 김동철 의원입니다.

확인해보니 이런 기사도 있습니다.

[한국인터넷뉴스/더빙 : "광주지회장은 노래연습장을 관장하고 있는 법률이 현실과 동떨어진 악법 중에 악법이라고 맹비난했다. 김동철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철/민생당 의원 : "1년에 5천 명, 만 명 씩 (노래방 업주를) 범법자 만들어서. 정부가 할 일입니까."]

광주지회장이란 분 찾아가 봤습니다.

["전화를 주시지. (제가 회장님 번호를 몰라서.)"]

[구일암/노래연습장업협회 광주지회장 : "우리와 약속을 했으니까 김동철 의원께서 직접 법안을 만드신 거예요."]

그럼 최경환 의원은 왜 나선 걸까요?

[구일암/노래연습장업협회 광주지회장 : "문화체육관광위원이 호남 지방에서 그 한 분(최경환 의원)이에요. (통과를 위해) 노력을 최선을 다 해주십사 제가 간곡히 말씀드렸고..."]

광주지역 노래방 업주들의 회원 사이트.

최 의원과 면담하고, 국감 시작 전인데도, 노래방 문제를 질의한다고 예고합니다.

엿새 뒤 지회장이 법안 통과를 위해 후원하자고 독려하더니 후원금 증명서 발급까지 살뜰하게 챙깁니다.

[구일암/노래연습장업협회 광주지회장 : "(김동철 의원은) 한 번 (후원)해 준 사실도 없고. (최경환 의원님은?) 그쪽에는 저희가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했죠."]

적법한 후원금이었다지만, 정말 순수했을까요?

[최경환/민생당 의원 : "(맥주를) 음료 수준으로 보는 사회적인 인식이 있잖아요. [후원금을 어느 정도나 받으셨는지?] 소액이에요. 뭐 10만 원. 정치자금 수준은 아니고요."]

열쇠관리사를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열쇠협회.

[열쇠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범죄자들이 제재 없이 다 할 수 있는 직업이 열쇠업인데, 그러면 안되지 않겠느냐..."]

알 도매시장을 만들어 달라는 계란협회.

[계란유통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정부 지원 자체가 없다 보니까 농산물 시장 이런 쪽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끔..."]

이런저런 협회들, 저마다 숙원사업이 있는데 문제는 법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런 법안들이 한꺼번에 발의됐습니다.

날짜도 엇비슷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OOO 의원실 관계자/음성변조 : "당시 보좌관이 (법안을) 받아와서 법률소비자연맹 쪽 사람을 만나서. (그대로 발의를 해준 거예요?) 그렇죠. 네."]

사람들 앞에서 국회의원 지팡이들고 호통치고,

["이거 뒀다가 뭐해요, 종아리 아니 XX 통을 때린다든가."]

국감에서 의원들에게 아들 문제 계속 질의하게 한 이 분,

[김대인/법률 소비자연맹 총재 : "(아까 그 아드님이 그날 상 시상식에서 도와주셨던 분이시죠?) 그런 얘기, 가족 얘기는 하시지 마요."]

여기도 등장하시네요.

확인해보니 법률소비자연맹의 임원인 변호사가 입법 자문까지 해 줬답니다.

자문료 1억 4천만 원인데 모두 정부예산이었습니다.

[최승재/전 소상공인연합회장/지난 1월 : "안** 변호사가 법률소비자연맹의 임원이었을 거예요. 아마 법률 자문위원을 했었을 것 같아."]

돈까지 오갔다는데, 법안 발의한 의원들 찾아가봤습니다.

[이명수/미래통합당 의원/경비업법 발의 : "모르겠는데 몰라. 우리가 법안 워낙 많이 내서. (사실 돈 받고 로비를 하면 안되는 거 잖아요. 시민단체가 하는 거면 괜찮은데.) 그렇지 맞지."]

[정성호/더불어민주당 의원/상가임대차법 발의 : "당연히 필요성이 있는 법안이었기 때문에 했던 거고. (법률소비자연맹은?) 처음 듣는 얘기예요."]

그런데 이들 법안 발의한 의원님들 확인해보니 모두 다 그해 말, 우수의원상 받으셨습니다.

상준 곳, 물론 법률소비자연맹이었습니다.

국회감시 프로젝트K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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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3 21:30:47
    • 수정2020-03-23 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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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이 터지고 나서야 너도나도 나서서 숟가락 얹는 국회, 대체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런데 의원님들, 열심히 발의하신 법안들도 있습니다.

후원회장이 제안한 법안부터 각종 이익단체나 직역단체의 민원성 법안까지, 참 다양합니다.

국회감시 프로젝트 K,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 2만여 건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그 발의 과정을 추적해봤는데요.

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법무사법 개정안 국회 공청회.

법무사가 개인회생, 파산 사건 신청을 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업무범위를 넓혀주자는 겁니다.

발의자인 이은재 의원이 누군가를 거론합니다.

[이은재/미래통합당 의원/2019년 2월 21일 : "제안을 해주신 분은 김주경 회장님이십니다. 잠깐만 일어나 보세요."]

법안 제안자라는 분, 현직 법무사이자, 전 서울지방법무사회장이시네요.

선관위 자료 확인해봤더니, 20대 국회 내내 이은재 의원 후원회장이셨네요.

전화해봤습니다.

[김주경/법무사 : "공청회 할 땐 저는 안 갔어요. (영상에 박수받으시는 게 있어서.) 박수받은 일이 없어 저는."]

서울엔 안 계신답니다.

[김주경/법무사 : "지금 내가 치악산에 있어요. 호흡기가 안 좋아서 코로나 때문에 피해 있어요."]

혹시나 하고 사무실 찾아가 봤더니, 치악산 가신 건 아니네요.

[김주경 법무사사무소 관계자 : "(회장님 계실까요?) 외출하셨는데요. 식사하시고 바로 나가셨는데요."]

그런데 이분, 법무사협회 내부공문을 봤더니 법무사법 발의 직후 협회 고문으로 추대되셨네요.

[대한법무사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김주경 회장님이 제일 많이 나섰으니까.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누군가 하나를 앞장세워야 할 거 아닙니까."]

법안 로비 목적이랍니다.

[대한법무사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법안) 초안을 마련해서 설명이 들어갑니다. 학연 지연 찾아다니면서 국회 로비랄까. 로비라면 로비겠죠. 이은재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죠."]

그런데 이 법안, 원안보단 축소됐지만 결국 통과됐습니다.

이은재 의원, 뭐라고 할까요?

[이은재/미래통합당 의원 : "((왜) 발의를 하셨던 건지?) 잘 기억 안 나고요. 이미 다 끝난 건데. (법무사협회랑 얘기가 되신 건가요?) 없었어요."]

["의원님! 의원님! 한 가지만..."]

기다렸다 또 물었습니다.

["의원님!"]

["의원님, 근데요..."]

[이은재/미래통합당 의원 : "(후원회장이 법무사잖아요. 좀 부적절한 게 아닌가...) 나중에 얘기할게요."]

2018년 국정감사.

한 의원님, 난데없이 노래방 이야기를 꺼냅니다.

업주들 피해, 막대하답니다.

[최경환/민생당 의원/2018년 10월 10일 : "'노파라치'라고 아세요? 술 달라 뭐 하라고 해서 50~60만 원어치 먹고 신고한다. 업주들이 손님한테 싹싹 빌어요."]

결론은, 이겁니다.

[최경환/민생당 의원/2018년 10월 10일 : "김동철 의원이라고 있어요. 개정안을 냈는데, 청소년 출입 시간 이외에는 노래연습장에 맥주와 탁주 정도는 팔자."]

법안까지 낸 분이 계셨네요.

광주광역시의 이웃 지역구, 김동철 의원입니다.

확인해보니 이런 기사도 있습니다.

[한국인터넷뉴스/더빙 : "광주지회장은 노래연습장을 관장하고 있는 법률이 현실과 동떨어진 악법 중에 악법이라고 맹비난했다. 김동철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철/민생당 의원 : "1년에 5천 명, 만 명 씩 (노래방 업주를) 범법자 만들어서. 정부가 할 일입니까."]

광주지회장이란 분 찾아가 봤습니다.

["전화를 주시지. (제가 회장님 번호를 몰라서.)"]

[구일암/노래연습장업협회 광주지회장 : "우리와 약속을 했으니까 김동철 의원께서 직접 법안을 만드신 거예요."]

그럼 최경환 의원은 왜 나선 걸까요?

[구일암/노래연습장업협회 광주지회장 : "문화체육관광위원이 호남 지방에서 그 한 분(최경환 의원)이에요. (통과를 위해) 노력을 최선을 다 해주십사 제가 간곡히 말씀드렸고..."]

광주지역 노래방 업주들의 회원 사이트.

최 의원과 면담하고, 국감 시작 전인데도, 노래방 문제를 질의한다고 예고합니다.

엿새 뒤 지회장이 법안 통과를 위해 후원하자고 독려하더니 후원금 증명서 발급까지 살뜰하게 챙깁니다.

[구일암/노래연습장업협회 광주지회장 : "(김동철 의원은) 한 번 (후원)해 준 사실도 없고. (최경환 의원님은?) 그쪽에는 저희가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했죠."]

적법한 후원금이었다지만, 정말 순수했을까요?

[최경환/민생당 의원 : "(맥주를) 음료 수준으로 보는 사회적인 인식이 있잖아요. [후원금을 어느 정도나 받으셨는지?] 소액이에요. 뭐 10만 원. 정치자금 수준은 아니고요."]

열쇠관리사를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열쇠협회.

[열쇠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범죄자들이 제재 없이 다 할 수 있는 직업이 열쇠업인데, 그러면 안되지 않겠느냐..."]

알 도매시장을 만들어 달라는 계란협회.

[계란유통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정부 지원 자체가 없다 보니까 농산물 시장 이런 쪽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끔..."]

이런저런 협회들, 저마다 숙원사업이 있는데 문제는 법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런 법안들이 한꺼번에 발의됐습니다.

날짜도 엇비슷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OOO 의원실 관계자/음성변조 : "당시 보좌관이 (법안을) 받아와서 법률소비자연맹 쪽 사람을 만나서. (그대로 발의를 해준 거예요?) 그렇죠. 네."]

사람들 앞에서 국회의원 지팡이들고 호통치고,

["이거 뒀다가 뭐해요, 종아리 아니 XX 통을 때린다든가."]

국감에서 의원들에게 아들 문제 계속 질의하게 한 이 분,

[김대인/법률 소비자연맹 총재 : "(아까 그 아드님이 그날 상 시상식에서 도와주셨던 분이시죠?) 그런 얘기, 가족 얘기는 하시지 마요."]

여기도 등장하시네요.

확인해보니 법률소비자연맹의 임원인 변호사가 입법 자문까지 해 줬답니다.

자문료 1억 4천만 원인데 모두 정부예산이었습니다.

[최승재/전 소상공인연합회장/지난 1월 : "안** 변호사가 법률소비자연맹의 임원이었을 거예요. 아마 법률 자문위원을 했었을 것 같아."]

돈까지 오갔다는데, 법안 발의한 의원들 찾아가봤습니다.

[이명수/미래통합당 의원/경비업법 발의 : "모르겠는데 몰라. 우리가 법안 워낙 많이 내서. (사실 돈 받고 로비를 하면 안되는 거 잖아요. 시민단체가 하는 거면 괜찮은데.) 그렇지 맞지."]

[정성호/더불어민주당 의원/상가임대차법 발의 : "당연히 필요성이 있는 법안이었기 때문에 했던 거고. (법률소비자연맹은?) 처음 듣는 얘기예요."]

그런데 이들 법안 발의한 의원님들 확인해보니 모두 다 그해 말, 우수의원상 받으셨습니다.

상준 곳, 물론 법률소비자연맹이었습니다.

국회감시 프로젝트K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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