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방’ 대화 15만 건 분석…“왜곡된 피해의식이 죄의식 없앴다”
입력 2020.04.13 (21:58)
수정 2020.04.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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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사건은 범죄 수법이 끔찍했을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KBS는 이 문제를 최초로 고발한 대학생 '추적단 불꽃'의 협조를 받아 이미 붙잡힌 와치맨이 운영했던 텔레그램 대화방의 약 1년치 대화 내역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김지숙, 이화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n번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대체로 '와치맨'이 운영했던 '고담방'을 거쳤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운영한 홍보성 대화방이었는데, 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던 n번방과 달리 어떻게 하면 n번방에 갈 수 있는지 등을 놓고 활발한 대화가 이뤄진 곳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이용자가 많을 땐 7천 명까지 들어와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왜 이런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을까요?
이들이 나눈 메시지 15만 3천여 개를 키워드 분석 기법으로 살펴봤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영상'입니다.
이 '영상'과 가장 연관성이 크다고 나온 단어, 바로 '여성'입니다.
함께 언급된 단어들은 주로 얼굴과 몸매 등이었습니다.
"7번방의 여성들은 얼굴이 살짝 예쁘장하고 8번 여성들은 몸매가 좋다"
이들에게 여성은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영상물, 다시 말해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성착취 피해자들을 부르는 명칭, '노예'였죠.
'노예녀' '분양'
피해자를 어떻게 하면 노예로 만들지 정보를 공유하는 대화들이 주로 오갔습니다.
그런데 '탈출'이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열심히 일하는 본인이 "노예에서 못 벗어난다",
대화방 참여자들은 스스로를 노예라고 표현하면서 왜곡된 피해의식을 공유했던 겁니다.
같은 분석 결과에서 '비트코인'은 영상을 교환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이들이 노예에서 탈출하기 위한 투자 수단으로도 많이 언급됐습니다.
현실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비관하면서도, 가상현실 공간에서는 도리어 '돈'을 매개로 여성을 착취하며 지배욕과 권력욕을 충족시키는 의식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키워드는 '감시자' '형님'으로 수렴됩니다.
여성 피해자들은 노예에 지나지 않지만 더 높은 방으로 가게 해주는 운영자는 형님으로 모시는 모습.
남성중심 위계질서를 따르고 성을 매개로 권력을 행사하려는 사회 일각의 일그러진 모습처럼 보인다고 전문가는 지적합니다.
[김도훈/데이터 분석 업체 '아르스 프락시아' 대표 : "그 작은 사회 안에서도 신분 상승을 하고 싶은 것이죠. 그래서 더 많은 권력을 성을 매개로 행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형님한테 잘 보여야 하는 거죠."]
이 자료를 KBS에 제공한 대학생 '추적단 불꽃'은 1년 가까이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이런 대화를 지켜봐 왔습니다.
그런데 주요 가해자들이 붙잡힌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불꽃이 이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불꽃’이 전하는 목소리
[리포트]
저희는 대학생 '추적단 불꽃'입니다.
n번방의 실체를 처음으로 세상에 밝혀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텔레그램 방에서 저희들을 위협하는 글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n번방 이용자들이 알아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크고 현재는 경찰의 신변 보호도 받고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희가 만나본 피해자들에게는 경찰의 도움은 먼 이야기였습니다.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음성변조 : "(경찰관이) 유포한 증거를 가지고 오래요. 그 사람이 유포하겠다 말만 하지 않았느냐. 유포를 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찾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제가 그럼 유포가 될 때까지 나는 기다려야 되냐 라고 얘기를 했더니, 그렇다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세상 사람들이 뒤늦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음성변조 : "피해자들의 지원에 대한, 주민등록번호도 바꿔주고 지원금도 나오고. 뭐 너무 신변의 위협이 있다면 집도 이사를 해준다 그런 기사가 나왔는데, 사실 전 지원 받은 게 하나도 없거든요. 저는 작년 12월에 신고를 했지만 실질적으로 지원받은 게 없어요."]
오히려 가해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고 얼마 후 다시 세상에 나올까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음성변조 :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그냥 24시간이 힘들었어요. 악몽을 꾸고 그런 것도 내가 못 잊으니까. 내가 못 내려 놓으니까 계속해서 그런 꿈들만 꾸는 거예요."]
혹시나 자신을 자책하는 피해자가 있다면 꼭 기억해주세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반성하지 않고, 바뀌지 않는 우리 사회의 잘못으로 수 많은 n번방이 생겼다는 것을.
[텔레그램 'n번방' 피해자/음성변조 : "범죄 가담을 하고 방관했던 그 사람들에게 걸맞는 형량을 부여하고,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피해 자료들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이후에 더 이상 그런 영상들이 돌아다니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KBS 뉴스 불꽃입니다.
이번 사건은 범죄 수법이 끔찍했을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KBS는 이 문제를 최초로 고발한 대학생 '추적단 불꽃'의 협조를 받아 이미 붙잡힌 와치맨이 운영했던 텔레그램 대화방의 약 1년치 대화 내역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김지숙, 이화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n번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대체로 '와치맨'이 운영했던 '고담방'을 거쳤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운영한 홍보성 대화방이었는데, 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던 n번방과 달리 어떻게 하면 n번방에 갈 수 있는지 등을 놓고 활발한 대화가 이뤄진 곳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이용자가 많을 땐 7천 명까지 들어와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왜 이런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을까요?
이들이 나눈 메시지 15만 3천여 개를 키워드 분석 기법으로 살펴봤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영상'입니다.
이 '영상'과 가장 연관성이 크다고 나온 단어, 바로 '여성'입니다.
함께 언급된 단어들은 주로 얼굴과 몸매 등이었습니다.
"7번방의 여성들은 얼굴이 살짝 예쁘장하고 8번 여성들은 몸매가 좋다"
이들에게 여성은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영상물, 다시 말해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성착취 피해자들을 부르는 명칭, '노예'였죠.
'노예녀' '분양'
피해자를 어떻게 하면 노예로 만들지 정보를 공유하는 대화들이 주로 오갔습니다.
그런데 '탈출'이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열심히 일하는 본인이 "노예에서 못 벗어난다",
대화방 참여자들은 스스로를 노예라고 표현하면서 왜곡된 피해의식을 공유했던 겁니다.
같은 분석 결과에서 '비트코인'은 영상을 교환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이들이 노예에서 탈출하기 위한 투자 수단으로도 많이 언급됐습니다.
현실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비관하면서도, 가상현실 공간에서는 도리어 '돈'을 매개로 여성을 착취하며 지배욕과 권력욕을 충족시키는 의식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키워드는 '감시자' '형님'으로 수렴됩니다.
여성 피해자들은 노예에 지나지 않지만 더 높은 방으로 가게 해주는 운영자는 형님으로 모시는 모습.
남성중심 위계질서를 따르고 성을 매개로 권력을 행사하려는 사회 일각의 일그러진 모습처럼 보인다고 전문가는 지적합니다.
[김도훈/데이터 분석 업체 '아르스 프락시아' 대표 : "그 작은 사회 안에서도 신분 상승을 하고 싶은 것이죠. 그래서 더 많은 권력을 성을 매개로 행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형님한테 잘 보여야 하는 거죠."]
이 자료를 KBS에 제공한 대학생 '추적단 불꽃'은 1년 가까이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이런 대화를 지켜봐 왔습니다.
그런데 주요 가해자들이 붙잡힌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불꽃이 이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불꽃’이 전하는 목소리
[리포트]
저희는 대학생 '추적단 불꽃'입니다.
n번방의 실체를 처음으로 세상에 밝혀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텔레그램 방에서 저희들을 위협하는 글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n번방 이용자들이 알아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크고 현재는 경찰의 신변 보호도 받고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희가 만나본 피해자들에게는 경찰의 도움은 먼 이야기였습니다.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음성변조 : "(경찰관이) 유포한 증거를 가지고 오래요. 그 사람이 유포하겠다 말만 하지 않았느냐. 유포를 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찾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제가 그럼 유포가 될 때까지 나는 기다려야 되냐 라고 얘기를 했더니, 그렇다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세상 사람들이 뒤늦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음성변조 : "피해자들의 지원에 대한, 주민등록번호도 바꿔주고 지원금도 나오고. 뭐 너무 신변의 위협이 있다면 집도 이사를 해준다 그런 기사가 나왔는데, 사실 전 지원 받은 게 하나도 없거든요. 저는 작년 12월에 신고를 했지만 실질적으로 지원받은 게 없어요."]
오히려 가해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고 얼마 후 다시 세상에 나올까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음성변조 :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그냥 24시간이 힘들었어요. 악몽을 꾸고 그런 것도 내가 못 잊으니까. 내가 못 내려 놓으니까 계속해서 그런 꿈들만 꾸는 거예요."]
혹시나 자신을 자책하는 피해자가 있다면 꼭 기억해주세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반성하지 않고, 바뀌지 않는 우리 사회의 잘못으로 수 많은 n번방이 생겼다는 것을.
[텔레그램 'n번방' 피해자/음성변조 : "범죄 가담을 하고 방관했던 그 사람들에게 걸맞는 형량을 부여하고,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피해 자료들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이후에 더 이상 그런 영상들이 돌아다니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KBS 뉴스 불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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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4-13 21:43:41
- 수정2020-04-13 22:10:30
[앵커]
이번 사건은 범죄 수법이 끔찍했을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KBS는 이 문제를 최초로 고발한 대학생 '추적단 불꽃'의 협조를 받아 이미 붙잡힌 와치맨이 운영했던 텔레그램 대화방의 약 1년치 대화 내역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김지숙, 이화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n번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대체로 '와치맨'이 운영했던 '고담방'을 거쳤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운영한 홍보성 대화방이었는데, 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던 n번방과 달리 어떻게 하면 n번방에 갈 수 있는지 등을 놓고 활발한 대화가 이뤄진 곳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이용자가 많을 땐 7천 명까지 들어와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왜 이런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을까요?
이들이 나눈 메시지 15만 3천여 개를 키워드 분석 기법으로 살펴봤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영상'입니다.
이 '영상'과 가장 연관성이 크다고 나온 단어, 바로 '여성'입니다.
함께 언급된 단어들은 주로 얼굴과 몸매 등이었습니다.
"7번방의 여성들은 얼굴이 살짝 예쁘장하고 8번 여성들은 몸매가 좋다"
이들에게 여성은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영상물, 다시 말해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성착취 피해자들을 부르는 명칭, '노예'였죠.
'노예녀' '분양'
피해자를 어떻게 하면 노예로 만들지 정보를 공유하는 대화들이 주로 오갔습니다.
그런데 '탈출'이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열심히 일하는 본인이 "노예에서 못 벗어난다",
대화방 참여자들은 스스로를 노예라고 표현하면서 왜곡된 피해의식을 공유했던 겁니다.
같은 분석 결과에서 '비트코인'은 영상을 교환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이들이 노예에서 탈출하기 위한 투자 수단으로도 많이 언급됐습니다.
현실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비관하면서도, 가상현실 공간에서는 도리어 '돈'을 매개로 여성을 착취하며 지배욕과 권력욕을 충족시키는 의식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키워드는 '감시자' '형님'으로 수렴됩니다.
여성 피해자들은 노예에 지나지 않지만 더 높은 방으로 가게 해주는 운영자는 형님으로 모시는 모습.
남성중심 위계질서를 따르고 성을 매개로 권력을 행사하려는 사회 일각의 일그러진 모습처럼 보인다고 전문가는 지적합니다.
[김도훈/데이터 분석 업체 '아르스 프락시아' 대표 : "그 작은 사회 안에서도 신분 상승을 하고 싶은 것이죠. 그래서 더 많은 권력을 성을 매개로 행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형님한테 잘 보여야 하는 거죠."]
이 자료를 KBS에 제공한 대학생 '추적단 불꽃'은 1년 가까이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이런 대화를 지켜봐 왔습니다.
그런데 주요 가해자들이 붙잡힌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불꽃이 이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불꽃’이 전하는 목소리
[리포트]
저희는 대학생 '추적단 불꽃'입니다.
n번방의 실체를 처음으로 세상에 밝혀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텔레그램 방에서 저희들을 위협하는 글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n번방 이용자들이 알아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크고 현재는 경찰의 신변 보호도 받고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희가 만나본 피해자들에게는 경찰의 도움은 먼 이야기였습니다.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음성변조 : "(경찰관이) 유포한 증거를 가지고 오래요. 그 사람이 유포하겠다 말만 하지 않았느냐. 유포를 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찾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제가 그럼 유포가 될 때까지 나는 기다려야 되냐 라고 얘기를 했더니, 그렇다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세상 사람들이 뒤늦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음성변조 : "피해자들의 지원에 대한, 주민등록번호도 바꿔주고 지원금도 나오고. 뭐 너무 신변의 위협이 있다면 집도 이사를 해준다 그런 기사가 나왔는데, 사실 전 지원 받은 게 하나도 없거든요. 저는 작년 12월에 신고를 했지만 실질적으로 지원받은 게 없어요."]
오히려 가해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고 얼마 후 다시 세상에 나올까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음성변조 :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그냥 24시간이 힘들었어요. 악몽을 꾸고 그런 것도 내가 못 잊으니까. 내가 못 내려 놓으니까 계속해서 그런 꿈들만 꾸는 거예요."]
혹시나 자신을 자책하는 피해자가 있다면 꼭 기억해주세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반성하지 않고, 바뀌지 않는 우리 사회의 잘못으로 수 많은 n번방이 생겼다는 것을.
[텔레그램 'n번방' 피해자/음성변조 : "범죄 가담을 하고 방관했던 그 사람들에게 걸맞는 형량을 부여하고,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피해 자료들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이후에 더 이상 그런 영상들이 돌아다니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KBS 뉴스 불꽃입니다.
이번 사건은 범죄 수법이 끔찍했을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KBS는 이 문제를 최초로 고발한 대학생 '추적단 불꽃'의 협조를 받아 이미 붙잡힌 와치맨이 운영했던 텔레그램 대화방의 약 1년치 대화 내역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김지숙, 이화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n번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대체로 '와치맨'이 운영했던 '고담방'을 거쳤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운영한 홍보성 대화방이었는데, 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던 n번방과 달리 어떻게 하면 n번방에 갈 수 있는지 등을 놓고 활발한 대화가 이뤄진 곳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이용자가 많을 땐 7천 명까지 들어와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왜 이런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을까요?
이들이 나눈 메시지 15만 3천여 개를 키워드 분석 기법으로 살펴봤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영상'입니다.
이 '영상'과 가장 연관성이 크다고 나온 단어, 바로 '여성'입니다.
함께 언급된 단어들은 주로 얼굴과 몸매 등이었습니다.
"7번방의 여성들은 얼굴이 살짝 예쁘장하고 8번 여성들은 몸매가 좋다"
이들에게 여성은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영상물, 다시 말해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성착취 피해자들을 부르는 명칭, '노예'였죠.
'노예녀' '분양'
피해자를 어떻게 하면 노예로 만들지 정보를 공유하는 대화들이 주로 오갔습니다.
그런데 '탈출'이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열심히 일하는 본인이 "노예에서 못 벗어난다",
대화방 참여자들은 스스로를 노예라고 표현하면서 왜곡된 피해의식을 공유했던 겁니다.
같은 분석 결과에서 '비트코인'은 영상을 교환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이들이 노예에서 탈출하기 위한 투자 수단으로도 많이 언급됐습니다.
현실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비관하면서도, 가상현실 공간에서는 도리어 '돈'을 매개로 여성을 착취하며 지배욕과 권력욕을 충족시키는 의식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키워드는 '감시자' '형님'으로 수렴됩니다.
여성 피해자들은 노예에 지나지 않지만 더 높은 방으로 가게 해주는 운영자는 형님으로 모시는 모습.
남성중심 위계질서를 따르고 성을 매개로 권력을 행사하려는 사회 일각의 일그러진 모습처럼 보인다고 전문가는 지적합니다.
[김도훈/데이터 분석 업체 '아르스 프락시아' 대표 : "그 작은 사회 안에서도 신분 상승을 하고 싶은 것이죠. 그래서 더 많은 권력을 성을 매개로 행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형님한테 잘 보여야 하는 거죠."]
이 자료를 KBS에 제공한 대학생 '추적단 불꽃'은 1년 가까이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이런 대화를 지켜봐 왔습니다.
그런데 주요 가해자들이 붙잡힌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불꽃이 이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불꽃’이 전하는 목소리
[리포트]
저희는 대학생 '추적단 불꽃'입니다.
n번방의 실체를 처음으로 세상에 밝혀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텔레그램 방에서 저희들을 위협하는 글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n번방 이용자들이 알아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크고 현재는 경찰의 신변 보호도 받고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희가 만나본 피해자들에게는 경찰의 도움은 먼 이야기였습니다.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음성변조 : "(경찰관이) 유포한 증거를 가지고 오래요. 그 사람이 유포하겠다 말만 하지 않았느냐. 유포를 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찾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제가 그럼 유포가 될 때까지 나는 기다려야 되냐 라고 얘기를 했더니, 그렇다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세상 사람들이 뒤늦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음성변조 : "피해자들의 지원에 대한, 주민등록번호도 바꿔주고 지원금도 나오고. 뭐 너무 신변의 위협이 있다면 집도 이사를 해준다 그런 기사가 나왔는데, 사실 전 지원 받은 게 하나도 없거든요. 저는 작년 12월에 신고를 했지만 실질적으로 지원받은 게 없어요."]
오히려 가해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고 얼마 후 다시 세상에 나올까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음성변조 :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그냥 24시간이 힘들었어요. 악몽을 꾸고 그런 것도 내가 못 잊으니까. 내가 못 내려 놓으니까 계속해서 그런 꿈들만 꾸는 거예요."]
혹시나 자신을 자책하는 피해자가 있다면 꼭 기억해주세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반성하지 않고, 바뀌지 않는 우리 사회의 잘못으로 수 많은 n번방이 생겼다는 것을.
[텔레그램 'n번방' 피해자/음성변조 : "범죄 가담을 하고 방관했던 그 사람들에게 걸맞는 형량을 부여하고,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피해 자료들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이후에 더 이상 그런 영상들이 돌아다니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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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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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vox@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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