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홍장원, 메모 작성 때 청사 있었다”…‘체포 명단’은 인정

조태용 국정원장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작성한, 이른바 '홍장원 메모'에 대해 "4가지 종류의 메모가 있다"며 "홍 전 차장이 설명한 내용의 뼈대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원장은 오늘(1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히고, 홍 전 차장이 지난 변론에서 밝힌 메모의 작성 경위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조태용 "홍장원, 당시 청사" 홍장원 "관사 입구에서 메모"

조 원장은 당시 5차 변론에서 해당 메모가 증거로 제시됐을 때 이를 처음 보았다며, "홍 전 차장이 (12월 3일) 오후 11시 6분에 국정원 공관 앞 어두운 공터에서 급히 메모를 썼다고 했는데, CCTV를 확인해 보니 해당 시각에 홍 전 차장은 청사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담당 보좌관을 찾아 확인해 보니 당일 밤 사각 포스트잇에 홍 전 차장이 쓴 메모를 받아 정서한 건 맞지만, 다음날인 12월 4일 늦은 오후 홍 전 차장이 '네가 기억나는 거로 해서 다시 써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헌재 변론과 언론 등에서 공개된 메모는 바로 이 '기억을 더듬어 새로 써 보라'고 해서 작성한 세 번째 메모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조 원장은 "보좌관은 메모를 쓸 때 파란 펜으로 사람 이름만 쭉 썼다.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거나, 방첩사 같은 단어를 가필한 부분은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결국 메모가 4가지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체포조'라는 단어를 쓰면서 명단을 불러드리겠다고 말한 걸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당시 책상에 앉아서 여 전 사령관이 불러주는 명단을 받아 적은 게 아니라 국정원장 관사 입구 공터에 서서 주머니에 있던 메모지에 적었다"면서 검찰에 제출한 명단은 이후 보좌관을 시켜 다시 옮겨 적은 거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사무실에 다시 와서 보니 제가 봐도 알아보기 어려워 보좌관을 불러 정서를 시켰다. 정서로 돼 있는 대상자 인물 글씨는 보좌관 글씨고 그 밑에 흘려 쓴 건 내 글씨"로 설명했습니다.

■조태용 "보좌관이 기억 더듬어 14명 적어"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의 보좌관이 적었다는 이른바 '체포조' 명단에 대해서도 증언했습니다.

국회 측 대리인인 장순욱 변호사가 "저기(메모)에 적힌 사람이 12명 밖에 안 된다"고 묻자 조 원장은 "본인(보좌관)이 다 기억 못 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장 변호사가 "두 번째 버전 (메모)에 몇 명을 적었는지 확인했냐?"는 질문에 "확인했고, 제 기억으로는 14명 생각된다"면서 "기억을 더듬어 쓴 거라 이렇게까지 밖에 못 썼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인 최거훈 변호사가 "홍 전 차장 메모 주장 따라 언론인과 전 대법원장, 방송인 등이 체포대상으로 추가됐고, 홍 전 차장 주장으로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가 변경된 듯 하다"고 말하자, 조 원장은 "법적인 부분은 딱히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홍 전 차장 주장에 따라 큰 영향을 미친 건 맞다"고 답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