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이치 주가조작 ‘1차 주포’ 녹취 확보…“김건희 나 때문에 떼돈”

입력 2025.07.03 (21:00) 수정 2025.07.0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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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는 지난해 10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수익을 보지 못했다거나 주가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공범들의 진술과 녹취파일 등을 무혐의 판단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1차 주포'로 불리는 이 모 씨가 검찰 조사와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육성 녹취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 검찰, 이 모 씨 진술 인용하며 김건희 여사 불기소

검찰은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이 씨와 관련된 진술 혹은 녹취를 세 번 인용했습니다.


무혐의 처분 당시 검찰은 이 씨의 진술대로 김 여사가 수익을 보지 못한 피해자이고 주가조작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이 씨가 김 여사의 자금으로 시세조종성 주문을 하기는 했지만, 김 여사는 수익도 못 봤고 시세조종을 하는지도 몰랐으니 주가조작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 이 씨 "김 여사 나 때문에 떼돈 벌어… 15억하고 7억, 22억 원어치 주문"

이 씨는 이런 인식을 평소에도 유지하고 있었을까요? 이 씨는 사건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1년 지인에게 도이치모터스와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김 여사가 수익도 보지 못한 피해자라던 이 씨는 녹취파일에서 이렇게 운을 떼기 시작합니다.


녹취파일에서 이 씨는 김 여사가 본인이 주식투자를 해준 덕분에 큰 돈을 벌었다고 설명합니다. 적어도 이 씨는 김 여사에 대해 수익을 보지 못한 피해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이른바 자신이 1800원짜리를 3000원까지 시세조종했다고 말하는데, 이는 이 씨가 연루된 '1차 주가조작' 구간과 거의 일치합니다.

이 씨는 김 여사의 돈을 투자하게 된 경위에 대해 김 여사 성대모사를 하며 김 여사에게 전화가 왔다고 설명하며, 김 여사와의 친분도 자랑합니다.


김 여사가 직접 전화를 해서 투자를 해줬고, "김 여사 집에 100번을 더 갔다"고 비유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고 언급한 겁니다.

이 씨가 그동안 김 여사의 투자 경위에 대해 권 회장의 소개로 김 여사가 계좌를 일임받아 투자했고, 김 여사를 1~2번 본 게 전부라고 수사기관과 언론에 설명해 온 것과는 배치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껏 한 번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 없는 김 여사의 투자금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15억 원과, 7억 원으로 크게 두 번에 걸쳐 총 22억 원을 투자해줬다는 겁니다.


이 씨의 언급 중 앞선 15억 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 캠프도 인정한 적이 있습니다. 캠프는 김 여사의 자금으로 1000억 원대 상장사인 도이치모터스의 시세조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김 여사의 신한증권 계좌 일부를 공개하며 "15억 원을 투자했다"고 먼저 공개한 바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20대 대선 당시인 2022년 1월 "김 여사가 2010년 초 14억 상당의 주식을 매수했고 2009년 두창섬유(현 도이치아우토)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 약 8억 원을 장외 매수했으므로 주가조작 시기 전체 보유 주식이 22억 원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한 바 있습니다.

■ 이 씨 "윤석열은 내가 한마디 하면 내일부로 하야"

이 씨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행위를 인지하지 못해 죄가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이어왔습니다.

녹취파일에도 이 씨 자신이 김 여사에 대해 주가조작에 대해 알려줬다는 명시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꺼내면서 먼저 공소시효 10년을 언급하기도 하고,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자신이 이야기하면 당시 대선 후보이던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이 씨는 김 여사뿐만 아니라 처가까지 언급합니다. 윤 전 대통령의 장모이자 김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 씨도 역시 도이치모터스의 초기 투자자였습니다. 김 여사와 최 씨가 도이치모터스 비상장 주식에 각각 2억 원과 3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 씨는 김 여사 등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로 이른바 '600페이지 녹취록'을 언급합니다. 맥락상 이 씨의 통화녹음을 기록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해당 녹취록에 김 여사와 처가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무언가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도 '600페이지 녹취록'을 주요 증거로 인지하고 수사선상에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녹취록에 대해 여러 차례 조사하고, 강제수사를 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 '사건의 시작이자 끝'… 이 씨 "제가 거짓말" 해명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발단은 주가조작 선수로 불리는 이 모 씨의 진술이었습니다. 자신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고, 여기에 김 여사 자금을 가져다 썼다는 겁니다.

경찰이 2013년 이 씨의 진술을 토대로 내사를 벌였고, 또 이 씨의 자필 진술서 내용을 담은 내사보고서가 2020년 2월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검찰도 수사를 나섰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진술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 근거로도 쓰입니다. 사실상 사건의 시작이자 끝인 인물인 셈입니다. KBS는 이 씨에게 검찰 진술과 사뭇 다른 녹취파일의 사실관계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 씨는 KBS에 "김 여사를 대신해 전화주문을 한 것은 맞다"면서 "수익이 났는지 손해를 봤는지는 모른다"고 해명했습니다. 투자 경위는 "권 회장이 있는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우연치 않게 해준 것"이라면서, 녹취파일에서 강조한 김 여사의 친분에 대해선 "제가 거짓말을 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이 씨는 600페이지 녹취록의 존재만큼은 인정했습니다. 이 씨는 "검찰도 물어봤는데..."라며 "그게 발단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검찰에서도 얘기를 했는데 그게 다 없어졌다"며 현재는 녹취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측은 "공식적인 답변을 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씨의 말이 어디까지 사실일지, 여러 사정으로 제대로 수사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진실 규명은 민중기 특검의 몫으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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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7-03 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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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는 지난해 10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수익을 보지 못했다거나 주가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공범들의 진술과 녹취파일 등을 무혐의 판단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1차 주포'로 불리는 이 모 씨가 검찰 조사와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육성 녹취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 검찰, 이 모 씨 진술 인용하며 김건희 여사 불기소

검찰은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이 씨와 관련된 진술 혹은 녹취를 세 번 인용했습니다.


무혐의 처분 당시 검찰은 이 씨의 진술대로 김 여사가 수익을 보지 못한 피해자이고 주가조작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이 씨가 김 여사의 자금으로 시세조종성 주문을 하기는 했지만, 김 여사는 수익도 못 봤고 시세조종을 하는지도 몰랐으니 주가조작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 이 씨 "김 여사 나 때문에 떼돈 벌어… 15억하고 7억, 22억 원어치 주문"

이 씨는 이런 인식을 평소에도 유지하고 있었을까요? 이 씨는 사건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1년 지인에게 도이치모터스와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김 여사가 수익도 보지 못한 피해자라던 이 씨는 녹취파일에서 이렇게 운을 떼기 시작합니다.


녹취파일에서 이 씨는 김 여사가 본인이 주식투자를 해준 덕분에 큰 돈을 벌었다고 설명합니다. 적어도 이 씨는 김 여사에 대해 수익을 보지 못한 피해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이른바 자신이 1800원짜리를 3000원까지 시세조종했다고 말하는데, 이는 이 씨가 연루된 '1차 주가조작' 구간과 거의 일치합니다.

이 씨는 김 여사의 돈을 투자하게 된 경위에 대해 김 여사 성대모사를 하며 김 여사에게 전화가 왔다고 설명하며, 김 여사와의 친분도 자랑합니다.


김 여사가 직접 전화를 해서 투자를 해줬고, "김 여사 집에 100번을 더 갔다"고 비유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고 언급한 겁니다.

이 씨가 그동안 김 여사의 투자 경위에 대해 권 회장의 소개로 김 여사가 계좌를 일임받아 투자했고, 김 여사를 1~2번 본 게 전부라고 수사기관과 언론에 설명해 온 것과는 배치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껏 한 번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 없는 김 여사의 투자금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15억 원과, 7억 원으로 크게 두 번에 걸쳐 총 22억 원을 투자해줬다는 겁니다.


이 씨의 언급 중 앞선 15억 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 캠프도 인정한 적이 있습니다. 캠프는 김 여사의 자금으로 1000억 원대 상장사인 도이치모터스의 시세조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김 여사의 신한증권 계좌 일부를 공개하며 "15억 원을 투자했다"고 먼저 공개한 바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20대 대선 당시인 2022년 1월 "김 여사가 2010년 초 14억 상당의 주식을 매수했고 2009년 두창섬유(현 도이치아우토)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 약 8억 원을 장외 매수했으므로 주가조작 시기 전체 보유 주식이 22억 원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한 바 있습니다.

■ 이 씨 "윤석열은 내가 한마디 하면 내일부로 하야"

이 씨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행위를 인지하지 못해 죄가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이어왔습니다.

녹취파일에도 이 씨 자신이 김 여사에 대해 주가조작에 대해 알려줬다는 명시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꺼내면서 먼저 공소시효 10년을 언급하기도 하고,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자신이 이야기하면 당시 대선 후보이던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이 씨는 김 여사뿐만 아니라 처가까지 언급합니다. 윤 전 대통령의 장모이자 김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 씨도 역시 도이치모터스의 초기 투자자였습니다. 김 여사와 최 씨가 도이치모터스 비상장 주식에 각각 2억 원과 3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 씨는 김 여사 등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로 이른바 '600페이지 녹취록'을 언급합니다. 맥락상 이 씨의 통화녹음을 기록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해당 녹취록에 김 여사와 처가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무언가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도 '600페이지 녹취록'을 주요 증거로 인지하고 수사선상에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녹취록에 대해 여러 차례 조사하고, 강제수사를 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 '사건의 시작이자 끝'… 이 씨 "제가 거짓말" 해명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발단은 주가조작 선수로 불리는 이 모 씨의 진술이었습니다. 자신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고, 여기에 김 여사 자금을 가져다 썼다는 겁니다.

경찰이 2013년 이 씨의 진술을 토대로 내사를 벌였고, 또 이 씨의 자필 진술서 내용을 담은 내사보고서가 2020년 2월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검찰도 수사를 나섰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진술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 근거로도 쓰입니다. 사실상 사건의 시작이자 끝인 인물인 셈입니다. KBS는 이 씨에게 검찰 진술과 사뭇 다른 녹취파일의 사실관계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 씨는 KBS에 "김 여사를 대신해 전화주문을 한 것은 맞다"면서 "수익이 났는지 손해를 봤는지는 모른다"고 해명했습니다. 투자 경위는 "권 회장이 있는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우연치 않게 해준 것"이라면서, 녹취파일에서 강조한 김 여사의 친분에 대해선 "제가 거짓말을 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이 씨는 600페이지 녹취록의 존재만큼은 인정했습니다. 이 씨는 "검찰도 물어봤는데..."라며 "그게 발단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검찰에서도 얘기를 했는데 그게 다 없어졌다"며 현재는 녹취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측은 "공식적인 답변을 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씨의 말이 어디까지 사실일지, 여러 사정으로 제대로 수사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진실 규명은 민중기 특검의 몫으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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