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과 차별의 ‘시선’을 거부하는 용기…정세랑 ‘시선으로부터,’
입력 2021.12.12 (21:20)
수정 2021.12.1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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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시대의 소설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소설 50편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오늘(12일) 언급할 작품은 최근에 나온 소설입니다.
지난해 출간된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입니다.
20~30대 젊은 독자들의 많은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정연욱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해외로 흩어진 친척들이 중간 지점인 하와이에 모여 제사를 지내면 어떨까."
엄마의 농담은 곧 소설의 영감이 됐습니다.
[정세랑/소설가 : "엄마의 농담이란 걸 자꾸 반복해서 듣다 보니까 '정말 그런 가족이 있으면 어떨까'라고, 가벼운 농담에서 이 긴 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아요."]
주인공 심시선은 6·25 전쟁의 와중에 하와이로 이주한 여성으로 하와이에서 세계적인 화가를 만나 독일 유학길에 오르고, 서울 부암동에 정착한 뒤 작가로 명성을 떨친 1세대 페미니스트입니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절대 제사를 지내지 말라 당부했지만, 10주기가 되자 아들과 딸, 손녀, 손자들은 시선이 어린 시절을 보낸 하와이에서 색다른 제사를 지내기로 합니다.
[정세랑/소설가 : "서로서로 가족들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얘기할 때 그 순간들이 사실 (제사의) 핵심인 것 같은데, 핵심에 좀 더 완전히 극한으로 밀어붙여서 정말 기억에 집중하는 글을 써보면 어떨까..."]
어린 시절 큰 병을 앓았던 손녀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훈련 끝에 서핑에 성공해 건강한 청춘을 증명하고, 커피에 대한 고인의 예민한 취향을 은밀히 공유했던 막내 딸은 하와이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구해옵니다.
하와이에 모인 대가족이 각자의 방식으로 심시선을 기억하는 이 파격적인 제사는 소설의 서사가 주인공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이자, 온갖 억압과 차별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메시지임을 상기시킵니다.
[정세랑/소설가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함이 있고 실수를 했고 절망도 했고 그랬다 하더라도 괜찮아, 그 다음이 항상 있고. 넘어졌으면 일어나면 되고."]
시선에게 유독 가학적이었던, 그래서 권위적인 가부장을 연상케 하는 독일인 스승이 자신을 떠나는 시선에게 복수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대목.
소설의 맥락과는 전혀 다른 실제 사건들과 결부되며 한때 격렬한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세랑/소설가 : "인터넷 시대는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활동하는 사람에게 너무 무서운 시대에요. 그래서 절대로 의도했던 대로 말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그럼에도 이 작품은 타인을 향한 이해, 다름에 대한 포용을 경쾌한 문체로 녹여내는 데 성공했고, 특히 2/30대 독자들의 호응과 지지를 받았습니다.
[안서현/문학평론가 : "시선으로부터 살아남는 여성, 그리고 시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앞으로 살아갈 여성, 그 연결고리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대중작가'로 규정한 정세랑 작가.
팬데믹 시대야말로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장 필요한 때라며, '오락성'의 미덕을 당당하게 강조합니다.
[정세랑/소설가 : "추리소설을 써보고 싶고 공부 중인데 너무 어려워서 다음에 어떤 작품으로 인사드릴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정민욱 박장빈/그래픽:김지훈
우리 시대의 소설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소설 50편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오늘(12일) 언급할 작품은 최근에 나온 소설입니다.
지난해 출간된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입니다.
20~30대 젊은 독자들의 많은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정연욱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해외로 흩어진 친척들이 중간 지점인 하와이에 모여 제사를 지내면 어떨까."
엄마의 농담은 곧 소설의 영감이 됐습니다.
[정세랑/소설가 : "엄마의 농담이란 걸 자꾸 반복해서 듣다 보니까 '정말 그런 가족이 있으면 어떨까'라고, 가벼운 농담에서 이 긴 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아요."]
주인공 심시선은 6·25 전쟁의 와중에 하와이로 이주한 여성으로 하와이에서 세계적인 화가를 만나 독일 유학길에 오르고, 서울 부암동에 정착한 뒤 작가로 명성을 떨친 1세대 페미니스트입니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절대 제사를 지내지 말라 당부했지만, 10주기가 되자 아들과 딸, 손녀, 손자들은 시선이 어린 시절을 보낸 하와이에서 색다른 제사를 지내기로 합니다.
[정세랑/소설가 : "서로서로 가족들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얘기할 때 그 순간들이 사실 (제사의) 핵심인 것 같은데, 핵심에 좀 더 완전히 극한으로 밀어붙여서 정말 기억에 집중하는 글을 써보면 어떨까..."]
어린 시절 큰 병을 앓았던 손녀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훈련 끝에 서핑에 성공해 건강한 청춘을 증명하고, 커피에 대한 고인의 예민한 취향을 은밀히 공유했던 막내 딸은 하와이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구해옵니다.
하와이에 모인 대가족이 각자의 방식으로 심시선을 기억하는 이 파격적인 제사는 소설의 서사가 주인공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이자, 온갖 억압과 차별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메시지임을 상기시킵니다.
[정세랑/소설가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함이 있고 실수를 했고 절망도 했고 그랬다 하더라도 괜찮아, 그 다음이 항상 있고. 넘어졌으면 일어나면 되고."]
시선에게 유독 가학적이었던, 그래서 권위적인 가부장을 연상케 하는 독일인 스승이 자신을 떠나는 시선에게 복수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대목.
소설의 맥락과는 전혀 다른 실제 사건들과 결부되며 한때 격렬한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세랑/소설가 : "인터넷 시대는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활동하는 사람에게 너무 무서운 시대에요. 그래서 절대로 의도했던 대로 말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그럼에도 이 작품은 타인을 향한 이해, 다름에 대한 포용을 경쾌한 문체로 녹여내는 데 성공했고, 특히 2/30대 독자들의 호응과 지지를 받았습니다.
[안서현/문학평론가 : "시선으로부터 살아남는 여성, 그리고 시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앞으로 살아갈 여성, 그 연결고리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대중작가'로 규정한 정세랑 작가.
팬데믹 시대야말로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장 필요한 때라며, '오락성'의 미덕을 당당하게 강조합니다.
[정세랑/소설가 : "추리소설을 써보고 싶고 공부 중인데 너무 어려워서 다음에 어떤 작품으로 인사드릴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정민욱 박장빈/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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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소설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소설 50편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오늘(12일) 언급할 작품은 최근에 나온 소설입니다.
지난해 출간된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입니다.
20~30대 젊은 독자들의 많은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정연욱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해외로 흩어진 친척들이 중간 지점인 하와이에 모여 제사를 지내면 어떨까."
엄마의 농담은 곧 소설의 영감이 됐습니다.
[정세랑/소설가 : "엄마의 농담이란 걸 자꾸 반복해서 듣다 보니까 '정말 그런 가족이 있으면 어떨까'라고, 가벼운 농담에서 이 긴 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아요."]
주인공 심시선은 6·25 전쟁의 와중에 하와이로 이주한 여성으로 하와이에서 세계적인 화가를 만나 독일 유학길에 오르고, 서울 부암동에 정착한 뒤 작가로 명성을 떨친 1세대 페미니스트입니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절대 제사를 지내지 말라 당부했지만, 10주기가 되자 아들과 딸, 손녀, 손자들은 시선이 어린 시절을 보낸 하와이에서 색다른 제사를 지내기로 합니다.
[정세랑/소설가 : "서로서로 가족들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얘기할 때 그 순간들이 사실 (제사의) 핵심인 것 같은데, 핵심에 좀 더 완전히 극한으로 밀어붙여서 정말 기억에 집중하는 글을 써보면 어떨까..."]
어린 시절 큰 병을 앓았던 손녀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훈련 끝에 서핑에 성공해 건강한 청춘을 증명하고, 커피에 대한 고인의 예민한 취향을 은밀히 공유했던 막내 딸은 하와이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구해옵니다.
하와이에 모인 대가족이 각자의 방식으로 심시선을 기억하는 이 파격적인 제사는 소설의 서사가 주인공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이자, 온갖 억압과 차별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메시지임을 상기시킵니다.
[정세랑/소설가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함이 있고 실수를 했고 절망도 했고 그랬다 하더라도 괜찮아, 그 다음이 항상 있고. 넘어졌으면 일어나면 되고."]
시선에게 유독 가학적이었던, 그래서 권위적인 가부장을 연상케 하는 독일인 스승이 자신을 떠나는 시선에게 복수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대목.
소설의 맥락과는 전혀 다른 실제 사건들과 결부되며 한때 격렬한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세랑/소설가 : "인터넷 시대는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활동하는 사람에게 너무 무서운 시대에요. 그래서 절대로 의도했던 대로 말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그럼에도 이 작품은 타인을 향한 이해, 다름에 대한 포용을 경쾌한 문체로 녹여내는 데 성공했고, 특히 2/30대 독자들의 호응과 지지를 받았습니다.
[안서현/문학평론가 : "시선으로부터 살아남는 여성, 그리고 시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앞으로 살아갈 여성, 그 연결고리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대중작가'로 규정한 정세랑 작가.
팬데믹 시대야말로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장 필요한 때라며, '오락성'의 미덕을 당당하게 강조합니다.
[정세랑/소설가 : "추리소설을 써보고 싶고 공부 중인데 너무 어려워서 다음에 어떤 작품으로 인사드릴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정민욱 박장빈/그래픽:김지훈
우리 시대의 소설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소설 50편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오늘(12일) 언급할 작품은 최근에 나온 소설입니다.
지난해 출간된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입니다.
20~30대 젊은 독자들의 많은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정연욱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해외로 흩어진 친척들이 중간 지점인 하와이에 모여 제사를 지내면 어떨까."
엄마의 농담은 곧 소설의 영감이 됐습니다.
[정세랑/소설가 : "엄마의 농담이란 걸 자꾸 반복해서 듣다 보니까 '정말 그런 가족이 있으면 어떨까'라고, 가벼운 농담에서 이 긴 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아요."]
주인공 심시선은 6·25 전쟁의 와중에 하와이로 이주한 여성으로 하와이에서 세계적인 화가를 만나 독일 유학길에 오르고, 서울 부암동에 정착한 뒤 작가로 명성을 떨친 1세대 페미니스트입니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절대 제사를 지내지 말라 당부했지만, 10주기가 되자 아들과 딸, 손녀, 손자들은 시선이 어린 시절을 보낸 하와이에서 색다른 제사를 지내기로 합니다.
[정세랑/소설가 : "서로서로 가족들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얘기할 때 그 순간들이 사실 (제사의) 핵심인 것 같은데, 핵심에 좀 더 완전히 극한으로 밀어붙여서 정말 기억에 집중하는 글을 써보면 어떨까..."]
어린 시절 큰 병을 앓았던 손녀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훈련 끝에 서핑에 성공해 건강한 청춘을 증명하고, 커피에 대한 고인의 예민한 취향을 은밀히 공유했던 막내 딸은 하와이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구해옵니다.
하와이에 모인 대가족이 각자의 방식으로 심시선을 기억하는 이 파격적인 제사는 소설의 서사가 주인공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이자, 온갖 억압과 차별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메시지임을 상기시킵니다.
[정세랑/소설가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함이 있고 실수를 했고 절망도 했고 그랬다 하더라도 괜찮아, 그 다음이 항상 있고. 넘어졌으면 일어나면 되고."]
시선에게 유독 가학적이었던, 그래서 권위적인 가부장을 연상케 하는 독일인 스승이 자신을 떠나는 시선에게 복수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대목.
소설의 맥락과는 전혀 다른 실제 사건들과 결부되며 한때 격렬한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세랑/소설가 : "인터넷 시대는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활동하는 사람에게 너무 무서운 시대에요. 그래서 절대로 의도했던 대로 말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그럼에도 이 작품은 타인을 향한 이해, 다름에 대한 포용을 경쾌한 문체로 녹여내는 데 성공했고, 특히 2/30대 독자들의 호응과 지지를 받았습니다.
[안서현/문학평론가 : "시선으로부터 살아남는 여성, 그리고 시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앞으로 살아갈 여성, 그 연결고리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대중작가'로 규정한 정세랑 작가.
팬데믹 시대야말로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장 필요한 때라며, '오락성'의 미덕을 당당하게 강조합니다.
[정세랑/소설가 : "추리소설을 써보고 싶고 공부 중인데 너무 어려워서 다음에 어떤 작품으로 인사드릴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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