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 명’ 김숨 “고운 옷 입혀드리고 싶어, 검열에 검열을 거듭했던 소설”

입력 2021.07.25 (21:32) 수정 2021.07.2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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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 소설가

Q. 피해 사실을 세상에 말하지 않은 주인공?

피해자라는 걸 밝히신 분들보다 밝히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들이 많이, 많이 계시죠. 그리고 그 소설을 쓸 때, 초고를 쓸 때 유난히 많이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언론에 돌아가실 때마다 방송이 되고 그러면서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던 것 같아요, 위안부 문제가.

그러면서 한 분 한 분이 돌아가시고, 이제 '한 분밖에는 생존해 계시지 않는 시기가 멀지 않았겠구나'라는 생각을 저절로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서 한 분이라도 더 피해자라는 걸 이제 세상에 알리고 또 증언을 해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저희에게, 저희 모두에게 있었던 것 같고, 그리고 그 소설을 쓰는 저에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피해자라고 말씀하시지 못한 분을 주인공으로, 아직 입을 갖지 못한 분을 주인공으로...

그런데 제가 초고를 쓰고, 책을 내고, 그리고 그 이후에 두 분의 할머니께서 피해자 등록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죠.


Q.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다는 부담감?

다른 소설들보다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소설, 쓰는 동안에도, 쓰고 나서도 그리고 지금도 감당하기 힘든 소설인 것 같아요. 할머니들께서 하신 경험들, 증언록에 실려 있는, 그리고 제가 소설 안에서 형상화해서 표현해낸 경험들을 체화하는 과정, 제 것으로 만들어서 소설로 풀어내야 하는데 그 체화의 과정이 쉽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걸 저의 문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저의 자세는 좀 더 문학적으로, 할머니들의 구술로 세상에 이렇게 나온 문장들을 좀 더 문학적인 문장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그런 욕구가 저에게 있었는데, 이제 그건 좀 더 고운 옷을 할머니들께 입혀 드리고 싶은 어떤 그런 심정. 그리고 저의 문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혹시 왜곡해서는 또 안 되니까. 할머니들의 문장을 과장하면 안 되니까 어떤 과장이 또 들어가면 안 되니까.

문장이 갖고 있는 그 진실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좀 더 이렇게 고운 어떤 문장으로, 그리고 또 제가 만들어낸 문장이 또 할머니들이 힘들게 되찾은 존엄성을 훼손하면 안 되잖아요. 그런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검열하고 검열하면서 저의 문장을, 그렇게 갔던 것 같아요. 조심 조심하면서...

Q. 우리는 왜 기억해야 하나?

인간은 존엄하잖아요. 그리고 인권은 보호받아야 되고. 한 개인 한 개인, 모두 소중한, 그리고 존엄한 존재들이죠. 결국, 그분들의 인권을 회복하는 데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은 그분들이 기억해내서 남겨주신 증언록들을 읽으면서 저희가 함께 기억하고 그럼으로써 저희들의 또, 저희 미래 세대의 인권도 보호받고 보장받는 게 아닌가.

기억하고 기록하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저희가 더 깊이 성찰하게 되지 않을까. 소설을 쓰면서 저도 인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수 있었고,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그 한 인간이 갖고 있는 회복력에 대해서 감탄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제가 개인적으로 또 치유 받기도 하고 그랬으니까...

Q. 소설을 읽고 충격을 받는 독자들이 있는데?

독자분들 중에 임신을 한 독자분이 계셨어요. 어떤 자리에서 만났는데, 그런데 그분께 '제 소설 읽어주세요' 이런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나중에 이렇게 '감당하실 수 있으실 때 읽으시면 좋겠다' 그렇게 말이 나오더라고요.

읽으셨던 분들이, 관심이 있던, 관심이 어쨌든 있는 분들이 읽어주시는데 그분들도 읽고 나서 이제 정말 이런 일들이 있었는지를 저에게 되물으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책과 관련해서 독자분들 만날 때 '제 소설을 읽어주세요' 이렇게는 말씀은 못 드리고, 드리지는 못하고. 한 분의 증언록이라도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어떻게 위안부로 동원이 되었고, 어떠한 경험들을 했고, 그리고 어떻게 살아 돌아왔고, 그리고 살아 돌아와서 그분들의 삶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외롭게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가셨는지 살아내셨는지 이해하고 싶으시면 한 분, 모든 분의 증언록이 아니라 딱 한 분의 증언록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씀을 드려요.

(구성 : 유동엽, 편집 : 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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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한 명’ 김숨 “고운 옷 입혀드리고 싶어, 검열에 검열을 거듭했던 소설”
    • 입력 2021-07-25 21:32:52
    • 수정2021-07-25 21: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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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 소설가

Q. 피해 사실을 세상에 말하지 않은 주인공?

피해자라는 걸 밝히신 분들보다 밝히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들이 많이, 많이 계시죠. 그리고 그 소설을 쓸 때, 초고를 쓸 때 유난히 많이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언론에 돌아가실 때마다 방송이 되고 그러면서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던 것 같아요, 위안부 문제가.

그러면서 한 분 한 분이 돌아가시고, 이제 '한 분밖에는 생존해 계시지 않는 시기가 멀지 않았겠구나'라는 생각을 저절로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서 한 분이라도 더 피해자라는 걸 이제 세상에 알리고 또 증언을 해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저희에게, 저희 모두에게 있었던 것 같고, 그리고 그 소설을 쓰는 저에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피해자라고 말씀하시지 못한 분을 주인공으로, 아직 입을 갖지 못한 분을 주인공으로...

그런데 제가 초고를 쓰고, 책을 내고, 그리고 그 이후에 두 분의 할머니께서 피해자 등록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죠.


Q.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다는 부담감?

다른 소설들보다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소설, 쓰는 동안에도, 쓰고 나서도 그리고 지금도 감당하기 힘든 소설인 것 같아요. 할머니들께서 하신 경험들, 증언록에 실려 있는, 그리고 제가 소설 안에서 형상화해서 표현해낸 경험들을 체화하는 과정, 제 것으로 만들어서 소설로 풀어내야 하는데 그 체화의 과정이 쉽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걸 저의 문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저의 자세는 좀 더 문학적으로, 할머니들의 구술로 세상에 이렇게 나온 문장들을 좀 더 문학적인 문장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그런 욕구가 저에게 있었는데, 이제 그건 좀 더 고운 옷을 할머니들께 입혀 드리고 싶은 어떤 그런 심정. 그리고 저의 문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혹시 왜곡해서는 또 안 되니까. 할머니들의 문장을 과장하면 안 되니까 어떤 과장이 또 들어가면 안 되니까.

문장이 갖고 있는 그 진실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좀 더 이렇게 고운 어떤 문장으로, 그리고 또 제가 만들어낸 문장이 또 할머니들이 힘들게 되찾은 존엄성을 훼손하면 안 되잖아요. 그런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검열하고 검열하면서 저의 문장을, 그렇게 갔던 것 같아요. 조심 조심하면서...

Q. 우리는 왜 기억해야 하나?

인간은 존엄하잖아요. 그리고 인권은 보호받아야 되고. 한 개인 한 개인, 모두 소중한, 그리고 존엄한 존재들이죠. 결국, 그분들의 인권을 회복하는 데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은 그분들이 기억해내서 남겨주신 증언록들을 읽으면서 저희가 함께 기억하고 그럼으로써 저희들의 또, 저희 미래 세대의 인권도 보호받고 보장받는 게 아닌가.

기억하고 기록하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저희가 더 깊이 성찰하게 되지 않을까. 소설을 쓰면서 저도 인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수 있었고,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그 한 인간이 갖고 있는 회복력에 대해서 감탄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제가 개인적으로 또 치유 받기도 하고 그랬으니까...

Q. 소설을 읽고 충격을 받는 독자들이 있는데?

독자분들 중에 임신을 한 독자분이 계셨어요. 어떤 자리에서 만났는데, 그런데 그분께 '제 소설 읽어주세요' 이런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나중에 이렇게 '감당하실 수 있으실 때 읽으시면 좋겠다' 그렇게 말이 나오더라고요.

읽으셨던 분들이, 관심이 있던, 관심이 어쨌든 있는 분들이 읽어주시는데 그분들도 읽고 나서 이제 정말 이런 일들이 있었는지를 저에게 되물으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책과 관련해서 독자분들 만날 때 '제 소설을 읽어주세요' 이렇게는 말씀은 못 드리고, 드리지는 못하고. 한 분의 증언록이라도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어떻게 위안부로 동원이 되었고, 어떠한 경험들을 했고, 그리고 어떻게 살아 돌아왔고, 그리고 살아 돌아와서 그분들의 삶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외롭게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가셨는지 살아내셨는지 이해하고 싶으시면 한 분, 모든 분의 증언록이 아니라 딱 한 분의 증언록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씀을 드려요.

(구성 : 유동엽, 편집 : 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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