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후명 작가 “나의 문학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
입력 2021.09.26 (21:36)
수정 2021.09.2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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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명/소설가
모든 생명은 하나의 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별들은 견딜 수 없는 절대고독에 시달려 노래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천마 페가수스가 달려간 허공의 말발굽 자국에 눈길을 던지고 깊어가는 밤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별들이 내는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 <모든 별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 중에서
Q. 소설에 '아버지'에 관한 내용이 많은데...
(아버지에게) 회초리도 얻어맞고…. 또 회유도 당하고. 이러면서도 제가 문학을 안 버렸거든요. 그 점에서는 불효라면 불효랄 수 있는데요. 어렸을 때는 참 그 세계와 맞부딪혀서 살아가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어요. 아버님은 '문학은 패배자의 것이다. 법은 승리하는 사람의 것이다' 이렇게 말씀도 하시고. 그런 고정관념들이 세상에 또 있지요. 그래서 아버님은 내가 시, 소설에 각각 당선됐을 때도 기뻐하시지 않았어요. 그게 오히려 나를 법의 세계로 가지 못하게 하거든.
소설이 당선되고 시상식을 하면 상금을 받잖아요. 그날 (아버지가) 무덤에 가시는 날이 됐어요. 그런데 무덤을 마련할 돈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 상금을 갖고 무덤을 마련했죠. 이것이 참, 인생이 뭐냔 말이지. 이게 무슨 인생이냐. (아버지가) 누워계시는 이런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 참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그날 어떻게 이런 경험을...
Q. 정신병원에서의 경험도 상세히 묘사한 이유는?
미화시키는 것도 아니고. 형이상학이 없어요, 거기는. 살아남 그 자체야. 죽었던 놈이. 그러니까 '그것을 그대로 기록을 해야겠다. 이것은 정말 숨기지 말고 기록을 해야겠다'해서 기록을 한 거죠. '이렇게 내가 다시 살았소.' 참담한 기록이거든요. 사실 다들 죽는다 그랬어요. 그렇다 보니까 아주 그대로 썼던 것이죠.
Q. '별들의 음악소리'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가만히 어디 고요한 데 있으면 '왱'하는 소리가 들려요. 나는 '그 소리구나' 이렇게 여겼던 거죠. 그게 음악소리라고. 막 돌아가면서 어떤 음악소리를... 심오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그것을 채용해야 되겠구나.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과학적으로 설명하겠지만, 나는 그것을 예술적으로, 아 그것이 우주가 돌아가는 소리구나' 이렇게 여겨서 이것을 써야겠다...
권택영/문학평론가
윤후명의 언어가 굉장히 모호하고요. 흩어지고. 전통적인 플롯(plot)이 없어요. 그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 자아와 존재가 그렇기 때문에 고독, 공감이란 존재를 그런 서술형식으로 보여주는 거예요. 우리가 별을 보면 아무 소리도 들을 수가 없잖아요. 보이기는 해도. 그런데 음악소리를 낸다 이거에요. 별이 음악소리를 내는데 우리는 못 들으니까 그것처럼 인간 사이에서도 언어로 소통하는데 우리는 '다 내 말을 알아들었겠지.'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닌 경우. 거의 7, 80% 경험과 학습, 지식에 의해서 이해를 하는 거지
Q. 시인으로 등단한 뒤에 소설을 쓴 이유는?
시에 대한 회의가 온다는 것 자체가 싫어서, 어려워서. 그렇지만 다른 세계가 있을 것이다, 문학 바깥이 아니라 문학 안에서. 그 결과가 소설이죠. 시집을 내고 한 11년 뒤에 소설을 쓰게 됐죠. 무슨 배반하는 것 아닐까 이런 회의도 있었어요. 그러나 어쨌든 원고지 위다. 그때는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니까. 원고지의 세계다. 이러면서 소설을 썼지요. 아시다시피 시, 소설이 또 달라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참 어려웠어요. 그러나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해서 소설가가 됐죠. 요즘은 시를 쓰고 있어요. 재밌어요. 그때의 약속, 그것을 지켜야 되겠다 그래도. 그래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이 시를 열심히 씁니다.
Q. 작품세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제가 어떤 일을 직접 겪는 것보다는 기록하고, 해석하고, 내가 받아들인 것을 그대로 쓰고, 느낌을 쓰고. 이래가지고 그 자체를 나중에 읽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전체를 해석하는 이런 계기가 돼야겠다, 이런 생각이었죠. 지금껏 살아온 태도가 좀 그렇습니다.
Q. 왜 그토록 문학에 집착했나
아버님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했지만 결국은 '내'가 있죠. 그래서 거기에 내가 나를 찾는 세계, 그것이 내 문학이다. 이것을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그것이 진짜 나인지, 그건 모르겠어요. 그러나 거기 어디에 내가 있을 거다. 그리고 여러 가지 씀으로써 자아가 더 확장되어 있을 거다. 이 세계는 더 나아갈 것이다. 이런 것까지도 나름대로는 원대하게 이야기를 했지요.
모든 생명은 하나의 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별들은 견딜 수 없는 절대고독에 시달려 노래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천마 페가수스가 달려간 허공의 말발굽 자국에 눈길을 던지고 깊어가는 밤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별들이 내는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 <모든 별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 중에서
Q. 소설에 '아버지'에 관한 내용이 많은데...
(아버지에게) 회초리도 얻어맞고…. 또 회유도 당하고. 이러면서도 제가 문학을 안 버렸거든요. 그 점에서는 불효라면 불효랄 수 있는데요. 어렸을 때는 참 그 세계와 맞부딪혀서 살아가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어요. 아버님은 '문학은 패배자의 것이다. 법은 승리하는 사람의 것이다' 이렇게 말씀도 하시고. 그런 고정관념들이 세상에 또 있지요. 그래서 아버님은 내가 시, 소설에 각각 당선됐을 때도 기뻐하시지 않았어요. 그게 오히려 나를 법의 세계로 가지 못하게 하거든.
소설이 당선되고 시상식을 하면 상금을 받잖아요. 그날 (아버지가) 무덤에 가시는 날이 됐어요. 그런데 무덤을 마련할 돈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 상금을 갖고 무덤을 마련했죠. 이것이 참, 인생이 뭐냔 말이지. 이게 무슨 인생이냐. (아버지가) 누워계시는 이런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 참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그날 어떻게 이런 경험을...
Q. 정신병원에서의 경험도 상세히 묘사한 이유는?
미화시키는 것도 아니고. 형이상학이 없어요, 거기는. 살아남 그 자체야. 죽었던 놈이. 그러니까 '그것을 그대로 기록을 해야겠다. 이것은 정말 숨기지 말고 기록을 해야겠다'해서 기록을 한 거죠. '이렇게 내가 다시 살았소.' 참담한 기록이거든요. 사실 다들 죽는다 그랬어요. 그렇다 보니까 아주 그대로 썼던 것이죠.
Q. '별들의 음악소리'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가만히 어디 고요한 데 있으면 '왱'하는 소리가 들려요. 나는 '그 소리구나' 이렇게 여겼던 거죠. 그게 음악소리라고. 막 돌아가면서 어떤 음악소리를... 심오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그것을 채용해야 되겠구나.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과학적으로 설명하겠지만, 나는 그것을 예술적으로, 아 그것이 우주가 돌아가는 소리구나' 이렇게 여겨서 이것을 써야겠다...
권택영/문학평론가
윤후명의 언어가 굉장히 모호하고요. 흩어지고. 전통적인 플롯(plot)이 없어요. 그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 자아와 존재가 그렇기 때문에 고독, 공감이란 존재를 그런 서술형식으로 보여주는 거예요. 우리가 별을 보면 아무 소리도 들을 수가 없잖아요. 보이기는 해도. 그런데 음악소리를 낸다 이거에요. 별이 음악소리를 내는데 우리는 못 들으니까 그것처럼 인간 사이에서도 언어로 소통하는데 우리는 '다 내 말을 알아들었겠지.'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닌 경우. 거의 7, 80% 경험과 학습, 지식에 의해서 이해를 하는 거지
Q. 시인으로 등단한 뒤에 소설을 쓴 이유는?
시에 대한 회의가 온다는 것 자체가 싫어서, 어려워서. 그렇지만 다른 세계가 있을 것이다, 문학 바깥이 아니라 문학 안에서. 그 결과가 소설이죠. 시집을 내고 한 11년 뒤에 소설을 쓰게 됐죠. 무슨 배반하는 것 아닐까 이런 회의도 있었어요. 그러나 어쨌든 원고지 위다. 그때는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니까. 원고지의 세계다. 이러면서 소설을 썼지요. 아시다시피 시, 소설이 또 달라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참 어려웠어요. 그러나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해서 소설가가 됐죠. 요즘은 시를 쓰고 있어요. 재밌어요. 그때의 약속, 그것을 지켜야 되겠다 그래도. 그래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이 시를 열심히 씁니다.
Q. 작품세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제가 어떤 일을 직접 겪는 것보다는 기록하고, 해석하고, 내가 받아들인 것을 그대로 쓰고, 느낌을 쓰고. 이래가지고 그 자체를 나중에 읽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전체를 해석하는 이런 계기가 돼야겠다, 이런 생각이었죠. 지금껏 살아온 태도가 좀 그렇습니다.
Q. 왜 그토록 문학에 집착했나
아버님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했지만 결국은 '내'가 있죠. 그래서 거기에 내가 나를 찾는 세계, 그것이 내 문학이다. 이것을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그것이 진짜 나인지, 그건 모르겠어요. 그러나 거기 어디에 내가 있을 거다. 그리고 여러 가지 씀으로써 자아가 더 확장되어 있을 거다. 이 세계는 더 나아갈 것이다. 이런 것까지도 나름대로는 원대하게 이야기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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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9-26 21:36:33
- 수정2021-09-26 21:36:56
윤후명/소설가
모든 생명은 하나의 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별들은 견딜 수 없는 절대고독에 시달려 노래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천마 페가수스가 달려간 허공의 말발굽 자국에 눈길을 던지고 깊어가는 밤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별들이 내는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 <모든 별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 중에서
Q. 소설에 '아버지'에 관한 내용이 많은데...
(아버지에게) 회초리도 얻어맞고…. 또 회유도 당하고. 이러면서도 제가 문학을 안 버렸거든요. 그 점에서는 불효라면 불효랄 수 있는데요. 어렸을 때는 참 그 세계와 맞부딪혀서 살아가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어요. 아버님은 '문학은 패배자의 것이다. 법은 승리하는 사람의 것이다' 이렇게 말씀도 하시고. 그런 고정관념들이 세상에 또 있지요. 그래서 아버님은 내가 시, 소설에 각각 당선됐을 때도 기뻐하시지 않았어요. 그게 오히려 나를 법의 세계로 가지 못하게 하거든.
소설이 당선되고 시상식을 하면 상금을 받잖아요. 그날 (아버지가) 무덤에 가시는 날이 됐어요. 그런데 무덤을 마련할 돈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 상금을 갖고 무덤을 마련했죠. 이것이 참, 인생이 뭐냔 말이지. 이게 무슨 인생이냐. (아버지가) 누워계시는 이런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 참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그날 어떻게 이런 경험을...
Q. 정신병원에서의 경험도 상세히 묘사한 이유는?
미화시키는 것도 아니고. 형이상학이 없어요, 거기는. 살아남 그 자체야. 죽었던 놈이. 그러니까 '그것을 그대로 기록을 해야겠다. 이것은 정말 숨기지 말고 기록을 해야겠다'해서 기록을 한 거죠. '이렇게 내가 다시 살았소.' 참담한 기록이거든요. 사실 다들 죽는다 그랬어요. 그렇다 보니까 아주 그대로 썼던 것이죠.
Q. '별들의 음악소리'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가만히 어디 고요한 데 있으면 '왱'하는 소리가 들려요. 나는 '그 소리구나' 이렇게 여겼던 거죠. 그게 음악소리라고. 막 돌아가면서 어떤 음악소리를... 심오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그것을 채용해야 되겠구나.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과학적으로 설명하겠지만, 나는 그것을 예술적으로, 아 그것이 우주가 돌아가는 소리구나' 이렇게 여겨서 이것을 써야겠다...
권택영/문학평론가
윤후명의 언어가 굉장히 모호하고요. 흩어지고. 전통적인 플롯(plot)이 없어요. 그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 자아와 존재가 그렇기 때문에 고독, 공감이란 존재를 그런 서술형식으로 보여주는 거예요. 우리가 별을 보면 아무 소리도 들을 수가 없잖아요. 보이기는 해도. 그런데 음악소리를 낸다 이거에요. 별이 음악소리를 내는데 우리는 못 들으니까 그것처럼 인간 사이에서도 언어로 소통하는데 우리는 '다 내 말을 알아들었겠지.'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닌 경우. 거의 7, 80% 경험과 학습, 지식에 의해서 이해를 하는 거지
Q. 시인으로 등단한 뒤에 소설을 쓴 이유는?
시에 대한 회의가 온다는 것 자체가 싫어서, 어려워서. 그렇지만 다른 세계가 있을 것이다, 문학 바깥이 아니라 문학 안에서. 그 결과가 소설이죠. 시집을 내고 한 11년 뒤에 소설을 쓰게 됐죠. 무슨 배반하는 것 아닐까 이런 회의도 있었어요. 그러나 어쨌든 원고지 위다. 그때는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니까. 원고지의 세계다. 이러면서 소설을 썼지요. 아시다시피 시, 소설이 또 달라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참 어려웠어요. 그러나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해서 소설가가 됐죠. 요즘은 시를 쓰고 있어요. 재밌어요. 그때의 약속, 그것을 지켜야 되겠다 그래도. 그래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이 시를 열심히 씁니다.
Q. 작품세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제가 어떤 일을 직접 겪는 것보다는 기록하고, 해석하고, 내가 받아들인 것을 그대로 쓰고, 느낌을 쓰고. 이래가지고 그 자체를 나중에 읽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전체를 해석하는 이런 계기가 돼야겠다, 이런 생각이었죠. 지금껏 살아온 태도가 좀 그렇습니다.
Q. 왜 그토록 문학에 집착했나
아버님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했지만 결국은 '내'가 있죠. 그래서 거기에 내가 나를 찾는 세계, 그것이 내 문학이다. 이것을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그것이 진짜 나인지, 그건 모르겠어요. 그러나 거기 어디에 내가 있을 거다. 그리고 여러 가지 씀으로써 자아가 더 확장되어 있을 거다. 이 세계는 더 나아갈 것이다. 이런 것까지도 나름대로는 원대하게 이야기를 했지요.
모든 생명은 하나의 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별들은 견딜 수 없는 절대고독에 시달려 노래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천마 페가수스가 달려간 허공의 말발굽 자국에 눈길을 던지고 깊어가는 밤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별들이 내는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 <모든 별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 중에서
Q. 소설에 '아버지'에 관한 내용이 많은데...
(아버지에게) 회초리도 얻어맞고…. 또 회유도 당하고. 이러면서도 제가 문학을 안 버렸거든요. 그 점에서는 불효라면 불효랄 수 있는데요. 어렸을 때는 참 그 세계와 맞부딪혀서 살아가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어요. 아버님은 '문학은 패배자의 것이다. 법은 승리하는 사람의 것이다' 이렇게 말씀도 하시고. 그런 고정관념들이 세상에 또 있지요. 그래서 아버님은 내가 시, 소설에 각각 당선됐을 때도 기뻐하시지 않았어요. 그게 오히려 나를 법의 세계로 가지 못하게 하거든.
소설이 당선되고 시상식을 하면 상금을 받잖아요. 그날 (아버지가) 무덤에 가시는 날이 됐어요. 그런데 무덤을 마련할 돈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 상금을 갖고 무덤을 마련했죠. 이것이 참, 인생이 뭐냔 말이지. 이게 무슨 인생이냐. (아버지가) 누워계시는 이런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 참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그날 어떻게 이런 경험을...
Q. 정신병원에서의 경험도 상세히 묘사한 이유는?
미화시키는 것도 아니고. 형이상학이 없어요, 거기는. 살아남 그 자체야. 죽었던 놈이. 그러니까 '그것을 그대로 기록을 해야겠다. 이것은 정말 숨기지 말고 기록을 해야겠다'해서 기록을 한 거죠. '이렇게 내가 다시 살았소.' 참담한 기록이거든요. 사실 다들 죽는다 그랬어요. 그렇다 보니까 아주 그대로 썼던 것이죠.
Q. '별들의 음악소리'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가만히 어디 고요한 데 있으면 '왱'하는 소리가 들려요. 나는 '그 소리구나' 이렇게 여겼던 거죠. 그게 음악소리라고. 막 돌아가면서 어떤 음악소리를... 심오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그것을 채용해야 되겠구나.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과학적으로 설명하겠지만, 나는 그것을 예술적으로, 아 그것이 우주가 돌아가는 소리구나' 이렇게 여겨서 이것을 써야겠다...
권택영/문학평론가
윤후명의 언어가 굉장히 모호하고요. 흩어지고. 전통적인 플롯(plot)이 없어요. 그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 자아와 존재가 그렇기 때문에 고독, 공감이란 존재를 그런 서술형식으로 보여주는 거예요. 우리가 별을 보면 아무 소리도 들을 수가 없잖아요. 보이기는 해도. 그런데 음악소리를 낸다 이거에요. 별이 음악소리를 내는데 우리는 못 들으니까 그것처럼 인간 사이에서도 언어로 소통하는데 우리는 '다 내 말을 알아들었겠지.'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닌 경우. 거의 7, 80% 경험과 학습, 지식에 의해서 이해를 하는 거지
Q. 시인으로 등단한 뒤에 소설을 쓴 이유는?
시에 대한 회의가 온다는 것 자체가 싫어서, 어려워서. 그렇지만 다른 세계가 있을 것이다, 문학 바깥이 아니라 문학 안에서. 그 결과가 소설이죠. 시집을 내고 한 11년 뒤에 소설을 쓰게 됐죠. 무슨 배반하는 것 아닐까 이런 회의도 있었어요. 그러나 어쨌든 원고지 위다. 그때는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니까. 원고지의 세계다. 이러면서 소설을 썼지요. 아시다시피 시, 소설이 또 달라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참 어려웠어요. 그러나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해서 소설가가 됐죠. 요즘은 시를 쓰고 있어요. 재밌어요. 그때의 약속, 그것을 지켜야 되겠다 그래도. 그래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이 시를 열심히 씁니다.
Q. 작품세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제가 어떤 일을 직접 겪는 것보다는 기록하고, 해석하고, 내가 받아들인 것을 그대로 쓰고, 느낌을 쓰고. 이래가지고 그 자체를 나중에 읽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전체를 해석하는 이런 계기가 돼야겠다, 이런 생각이었죠. 지금껏 살아온 태도가 좀 그렇습니다.
Q. 왜 그토록 문학에 집착했나
아버님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했지만 결국은 '내'가 있죠. 그래서 거기에 내가 나를 찾는 세계, 그것이 내 문학이다. 이것을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그것이 진짜 나인지, 그건 모르겠어요. 그러나 거기 어디에 내가 있을 거다. 그리고 여러 가지 씀으로써 자아가 더 확장되어 있을 거다. 이 세계는 더 나아갈 것이다. 이런 것까지도 나름대로는 원대하게 이야기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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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기자 donke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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