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의 눈으로 본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전성태 ‘늑대’
입력 2021.09.05 (21:22)
수정 2021.09.0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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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시대의 소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는 코너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소설 50편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5일) 소개할 작품은 전성태 작가의 '늑대'입니다.
몽골을 배경으로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을 파헤친 소설입니다.
2000년대 한국 문학의 매우 주목할 만한 성취로 꼽히는 전성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문화부 김석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설원.
가축을 몰고 들판을 누비는 유목민들의 땅에도 어김없이 '자본'의 입김이 밀려들고, 주인공도 시류를 좇아 애써 기르던 가축을 모두 판 뒤 관광객을 상대하는 장사꾼이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을 찾아온 한국인 사업가.
몽골로 건너와 서커스단을 운영하며 제2의 삶을 즐기는 이 노인이 악착같이 쫓는 것은, 초원의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
전성태의 단편소설 <늑대>는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도입한 과도기의 몽골을 무대로, 탐욕에 멍들고 황폐해진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을 특유의 사색적인 언어로 그려냅니다.
[전성태/소설가 : "사냥을 하는 이야기 안에서 몽골이, 초원이 변해가는 모습, 그다음에 지금 우리 시대가 도달한 욕망들, 이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싶어요."]
대표작 <늑대>를 비롯해 2005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몽골에서 지낸 경험을 토대로 쓴 단편소설들.
유목적 삶의 질서가 무너져가는 혼란기의 몽골은 뜻밖에도 우리 사회를 되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학교마저 획일적인 우상화에 골몰했던 80년대식 '근대화'가 낳은 야만의 현실.
끔찍한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목숨을 담보로 강을 건너는 탈북인들의 이야기는 '분단'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전성태/소설가 : "작가가 돼서 몽골에 갔는데 오히려 거기에 우리의 어떤 사진첩이 있었다고 할까요. 몽골이란 사회가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들을 담고 이게 이런 모습이었다는 것을 너무 선명하게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의 시선은 끊임없이 나와 너, 우리와 너희, 이쪽과 저쪽을 갈라놓는 수많은 경계와 장벽을 응시합니다.
바로 그 경계 너머의 존재, 즉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있는 전성태의 소설은 2000년대 한국 문학의 빛나는 수확으로 꼽힙니다.
[강경석/문학평론가 : "단편 작업을 통해서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은 쉬운 작업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단편 한편, 한편에서 그런 것들이 굉장히 압축적인, 그러니까 우리 사회, 우리 시대의 축도 같은, 요약된 어떤 축도 같은 그런 그림을 잘 보여주는 면이 있다."]
이야기의 힘은 캄캄한 삶을 딛고 선 자리에서 나온다는 믿음.
그래서 작가는 오늘도 이웃과 사회, 국가, 더 나아가 인류 공동체의 문제로 질문을 키워가는 여정을 멈추지 않습니다.
[전성태/소설가 : "결국은 작가가 아주 작은 책상 위에서 세계를 궁리하지만, 그 책상 위로 결국은 세계의 고통이 당도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가의 책상은 그런 책상인 것 같아요. 고통을 나누는 책상이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채상우/문자그래픽:기연지
우리 시대의 소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는 코너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소설 50편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5일) 소개할 작품은 전성태 작가의 '늑대'입니다.
몽골을 배경으로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을 파헤친 소설입니다.
2000년대 한국 문학의 매우 주목할 만한 성취로 꼽히는 전성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문화부 김석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설원.
가축을 몰고 들판을 누비는 유목민들의 땅에도 어김없이 '자본'의 입김이 밀려들고, 주인공도 시류를 좇아 애써 기르던 가축을 모두 판 뒤 관광객을 상대하는 장사꾼이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을 찾아온 한국인 사업가.
몽골로 건너와 서커스단을 운영하며 제2의 삶을 즐기는 이 노인이 악착같이 쫓는 것은, 초원의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
전성태의 단편소설 <늑대>는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도입한 과도기의 몽골을 무대로, 탐욕에 멍들고 황폐해진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을 특유의 사색적인 언어로 그려냅니다.
[전성태/소설가 : "사냥을 하는 이야기 안에서 몽골이, 초원이 변해가는 모습, 그다음에 지금 우리 시대가 도달한 욕망들, 이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싶어요."]
대표작 <늑대>를 비롯해 2005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몽골에서 지낸 경험을 토대로 쓴 단편소설들.
유목적 삶의 질서가 무너져가는 혼란기의 몽골은 뜻밖에도 우리 사회를 되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학교마저 획일적인 우상화에 골몰했던 80년대식 '근대화'가 낳은 야만의 현실.
끔찍한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목숨을 담보로 강을 건너는 탈북인들의 이야기는 '분단'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전성태/소설가 : "작가가 돼서 몽골에 갔는데 오히려 거기에 우리의 어떤 사진첩이 있었다고 할까요. 몽골이란 사회가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들을 담고 이게 이런 모습이었다는 것을 너무 선명하게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의 시선은 끊임없이 나와 너, 우리와 너희, 이쪽과 저쪽을 갈라놓는 수많은 경계와 장벽을 응시합니다.
바로 그 경계 너머의 존재, 즉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있는 전성태의 소설은 2000년대 한국 문학의 빛나는 수확으로 꼽힙니다.
[강경석/문학평론가 : "단편 작업을 통해서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은 쉬운 작업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단편 한편, 한편에서 그런 것들이 굉장히 압축적인, 그러니까 우리 사회, 우리 시대의 축도 같은, 요약된 어떤 축도 같은 그런 그림을 잘 보여주는 면이 있다."]
이야기의 힘은 캄캄한 삶을 딛고 선 자리에서 나온다는 믿음.
그래서 작가는 오늘도 이웃과 사회, 국가, 더 나아가 인류 공동체의 문제로 질문을 키워가는 여정을 멈추지 않습니다.
[전성태/소설가 : "결국은 작가가 아주 작은 책상 위에서 세계를 궁리하지만, 그 책상 위로 결국은 세계의 고통이 당도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가의 책상은 그런 책상인 것 같아요. 고통을 나누는 책상이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채상우/문자그래픽:기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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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9-05 21: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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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시대의 소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는 코너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소설 50편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5일) 소개할 작품은 전성태 작가의 '늑대'입니다.
몽골을 배경으로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을 파헤친 소설입니다.
2000년대 한국 문학의 매우 주목할 만한 성취로 꼽히는 전성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문화부 김석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설원.
가축을 몰고 들판을 누비는 유목민들의 땅에도 어김없이 '자본'의 입김이 밀려들고, 주인공도 시류를 좇아 애써 기르던 가축을 모두 판 뒤 관광객을 상대하는 장사꾼이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을 찾아온 한국인 사업가.
몽골로 건너와 서커스단을 운영하며 제2의 삶을 즐기는 이 노인이 악착같이 쫓는 것은, 초원의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
전성태의 단편소설 <늑대>는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도입한 과도기의 몽골을 무대로, 탐욕에 멍들고 황폐해진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을 특유의 사색적인 언어로 그려냅니다.
[전성태/소설가 : "사냥을 하는 이야기 안에서 몽골이, 초원이 변해가는 모습, 그다음에 지금 우리 시대가 도달한 욕망들, 이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싶어요."]
대표작 <늑대>를 비롯해 2005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몽골에서 지낸 경험을 토대로 쓴 단편소설들.
유목적 삶의 질서가 무너져가는 혼란기의 몽골은 뜻밖에도 우리 사회를 되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학교마저 획일적인 우상화에 골몰했던 80년대식 '근대화'가 낳은 야만의 현실.
끔찍한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목숨을 담보로 강을 건너는 탈북인들의 이야기는 '분단'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전성태/소설가 : "작가가 돼서 몽골에 갔는데 오히려 거기에 우리의 어떤 사진첩이 있었다고 할까요. 몽골이란 사회가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들을 담고 이게 이런 모습이었다는 것을 너무 선명하게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의 시선은 끊임없이 나와 너, 우리와 너희, 이쪽과 저쪽을 갈라놓는 수많은 경계와 장벽을 응시합니다.
바로 그 경계 너머의 존재, 즉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있는 전성태의 소설은 2000년대 한국 문학의 빛나는 수확으로 꼽힙니다.
[강경석/문학평론가 : "단편 작업을 통해서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은 쉬운 작업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단편 한편, 한편에서 그런 것들이 굉장히 압축적인, 그러니까 우리 사회, 우리 시대의 축도 같은, 요약된 어떤 축도 같은 그런 그림을 잘 보여주는 면이 있다."]
이야기의 힘은 캄캄한 삶을 딛고 선 자리에서 나온다는 믿음.
그래서 작가는 오늘도 이웃과 사회, 국가, 더 나아가 인류 공동체의 문제로 질문을 키워가는 여정을 멈추지 않습니다.
[전성태/소설가 : "결국은 작가가 아주 작은 책상 위에서 세계를 궁리하지만, 그 책상 위로 결국은 세계의 고통이 당도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가의 책상은 그런 책상인 것 같아요. 고통을 나누는 책상이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채상우/문자그래픽:기연지
우리 시대의 소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는 코너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소설 50편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5일) 소개할 작품은 전성태 작가의 '늑대'입니다.
몽골을 배경으로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을 파헤친 소설입니다.
2000년대 한국 문학의 매우 주목할 만한 성취로 꼽히는 전성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문화부 김석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설원.
가축을 몰고 들판을 누비는 유목민들의 땅에도 어김없이 '자본'의 입김이 밀려들고, 주인공도 시류를 좇아 애써 기르던 가축을 모두 판 뒤 관광객을 상대하는 장사꾼이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을 찾아온 한국인 사업가.
몽골로 건너와 서커스단을 운영하며 제2의 삶을 즐기는 이 노인이 악착같이 쫓는 것은, 초원의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
전성태의 단편소설 <늑대>는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도입한 과도기의 몽골을 무대로, 탐욕에 멍들고 황폐해진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을 특유의 사색적인 언어로 그려냅니다.
[전성태/소설가 : "사냥을 하는 이야기 안에서 몽골이, 초원이 변해가는 모습, 그다음에 지금 우리 시대가 도달한 욕망들, 이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싶어요."]
대표작 <늑대>를 비롯해 2005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몽골에서 지낸 경험을 토대로 쓴 단편소설들.
유목적 삶의 질서가 무너져가는 혼란기의 몽골은 뜻밖에도 우리 사회를 되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학교마저 획일적인 우상화에 골몰했던 80년대식 '근대화'가 낳은 야만의 현실.
끔찍한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목숨을 담보로 강을 건너는 탈북인들의 이야기는 '분단'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전성태/소설가 : "작가가 돼서 몽골에 갔는데 오히려 거기에 우리의 어떤 사진첩이 있었다고 할까요. 몽골이란 사회가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들을 담고 이게 이런 모습이었다는 것을 너무 선명하게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의 시선은 끊임없이 나와 너, 우리와 너희, 이쪽과 저쪽을 갈라놓는 수많은 경계와 장벽을 응시합니다.
바로 그 경계 너머의 존재, 즉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있는 전성태의 소설은 2000년대 한국 문학의 빛나는 수확으로 꼽힙니다.
[강경석/문학평론가 : "단편 작업을 통해서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은 쉬운 작업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단편 한편, 한편에서 그런 것들이 굉장히 압축적인, 그러니까 우리 사회, 우리 시대의 축도 같은, 요약된 어떤 축도 같은 그런 그림을 잘 보여주는 면이 있다."]
이야기의 힘은 캄캄한 삶을 딛고 선 자리에서 나온다는 믿음.
그래서 작가는 오늘도 이웃과 사회, 국가, 더 나아가 인류 공동체의 문제로 질문을 키워가는 여정을 멈추지 않습니다.
[전성태/소설가 : "결국은 작가가 아주 작은 책상 위에서 세계를 궁리하지만, 그 책상 위로 결국은 세계의 고통이 당도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가의 책상은 그런 책상인 것 같아요. 고통을 나누는 책상이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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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채상우/문자그래픽:기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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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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