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설 인생 50년 오정희 “쓰는 일은 매혹과 목마름”
입력 2021.06.06 (21:30)
수정 2021.06.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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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중국인 거리>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작가에게는 어느 시기에 이르러서는 자기 가족사라든가 또 성장에 대한, 자기 성장기에 대해서 그게 굉장히 좀 걸림돌, 꼭 건너가야 되는 징검다리 같은 것이기도 하고, 또 매혹이기도 해서요.
'내가 누구인가, 내가 무엇인가' 라는 것을 생각할 때 항상 거기로 돌아가 보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이 중국인 거리도 저의 성장기로 그렇게 썼던 것 같습니다.
Q. 어릴 때 이 주인공과 비슷했나?
그렇죠. 그냥 저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그 시대의 사회 분위기라든가 그 시대의 삶 속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가 이 아이를 그렇게 뭔가, 그러니까 항상 불안하죠. 불안하고 그런 것에 눈을 뜨게 한 것 같습니다.
Q. 유년 시절을 보낸 인천, 당시 풍경은?
휴전이 되고, 휴전이 53년도에 됐는데요. 거의 한 2~3년 정도밖에 안 지났을 때예요.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요. 전장에서 돌아온 상이 군인들이 그렇게 많았고 항상, 그러니까 제 주변에 고아, 고아원 아이들, 또 아버지를 잃고 남편을 잃은 여자들, 젊은 여성들이 많았고, 또 그러니까 이 소설 속의 그대로 그냥 판박이 같아요.
Q. 소설 속 여성들, 고통스러워 보이는데?
그 시절만 해도 지금보다 더 여성의 위치가 열악했고요. 또 가부장적인 제도라든가 습관이라든가 가치관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상당히 가부장적인 것에 중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받는 억압은 더 컸을 것이고. 지금도 우리가 눈을 조금만 더 돌리면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이라든지, 또 어떤 빈곤층 여성들의 위치라든가 겪고 있는 얘기들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그 시절하고 그렇게 크게 다를까요?
Q. 작품에 등장하는 '그'의 존재는?
어떤 미지가 갖는 신비감 있잖아요. 거기에 대한 어떤 선망과 동기, 선망과 의미부여랄까 신비감 같은 것들. 저는 이 아이가 지금 자기가 몸담고 있는 세계가 아닌 이 너머에, 이 건너에, 혹은 다른 세계에 대한 기대, 자기가 맞이할 기대에 대한 그런 의미, 그런 의미를 부여해서 그렇게 한 남자를 그것의 은유로 그렇게 썼던 것 같습니다.
Q. 이 아이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것을 어떤 운명적인 생각을 하지 마시고요. 그냥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게 그렇게 고독하면서, 뭔가 아이대로는 열심히 열심히, 오리가 물밑에서 발 이렇게 하듯이 그냥 자라나려고 슬픔도 느끼고 기쁨도 느끼고 자기 나름의 어떤 절망도 하면서 그렇게 기를 쓰고 성장을 하는 것이라는.묵은 나무에서 새순이 돋아오르는 것 같은 그런 것처럼 삐죽하게 고개를 들고 머리를 이렇게 솟구치는 어떤 그런 것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Q. 소설을 쓰게 한 가장 큰 동력은?
가장 뚜렷한 것은 제 안에 있는 결핍증 같은 것들인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인정 욕구'라든가 자기 현시 욕구 같은 그런 것이었는데, 차츰 글을 써가면서 언어로서 뭔가를 기술하는 일에 굉장히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그럴까요?
그래서 글 쓰는 일은 그냥 어떤 항상 매혹과 어떤 지금도 목마름 같은 그런 것으로 있고. 일생을 살아가면서 뭔가 그렇게 자기를 걸고 했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다는 게 지금은 굉장히 감사한 생각을 하죠.
Q.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작가는?
김동리, 황순원이라든지, 또 이호철 선생 이런 분도. 또 손창섭 이런 분들, 전후 작가라고 우리가 얘기하는 그런 분들의 아주 좋은 단편들을 계속 읽어왔기 때문에. 읽으면서 '아, 단편소설의 틀은 이런 것이구나' 라든지 '소설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들이 그냥 통째로 제가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황순원 선생님이랑 김동리 선생이 쓴 문장 같은 것은 지금도 기억을 하거든요.
Q. 작품이 많지 않은 과작(寡作)이신데?
저는 많이 게으르죠. (웃음) 그냥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문학이라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할 수 있는 만큼 한다... 생활과의 타협도 있었고요.
그러니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포함이 되죠. 이제 나날의 생활도 있고요, 육아의 문제 같은 것도 있을 수 있고요. 별로 유익하지 않은 고민 속으로 많이 도망을 갔던 것 같은 생각이 좀 듭니다.
Q. 가장 아끼는 작품을 꼽는다면?
저는 <동경> 이라는 작품이 비교적... 왜냐하면 완성도가 그게 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어느 시절이 제가 아주 강하게 거기에 각인되어 있다고 그럴까. 그래서... 저라기보다도 저의 부모님이죠. 부모님의 모습이 담겨있는 그런 것이어서 저는 그 작품에 좀 애착이 있습니다.
Q. 책을 잘 안 읽는 시대, 문학의 가치는?
'문학이나 예술이 주는 가장 큰 미덕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다.'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책을 읽는 것이. 그러니까 내 밖의 삶을 보게 되고요. 결국 닿게 되는 것은 '나는 당신과 다르지 않다' 이런 게 아닐까.
Q. <중국인 거리> 주인공을 다시 만난다면?
이럴 때는 그냥 통상적으로 하는 말이라는 게 그냥 '꼭 안아주고 싶어' 이렇게 말하겠지만, 저는 그냥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봐. 네 마음대로 가 봐. 많이 슬퍼하고 많이 아파하고 그래도 괜찮아.' 이런 식의 얘기들...
촬영기자: 조승연, 류재현
영상편집: 황혜경
아역배우: 이다혜/ 사진출처: 인천시교육청 화도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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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6-06 21:30:57
- 수정2021-06-11 18:35:56
Q.<중국인 거리>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작가에게는 어느 시기에 이르러서는 자기 가족사라든가 또 성장에 대한, 자기 성장기에 대해서 그게 굉장히 좀 걸림돌, 꼭 건너가야 되는 징검다리 같은 것이기도 하고, 또 매혹이기도 해서요.
'내가 누구인가, 내가 무엇인가' 라는 것을 생각할 때 항상 거기로 돌아가 보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이 중국인 거리도 저의 성장기로 그렇게 썼던 것 같습니다.
Q. 어릴 때 이 주인공과 비슷했나?
그렇죠. 그냥 저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그 시대의 사회 분위기라든가 그 시대의 삶 속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가 이 아이를 그렇게 뭔가, 그러니까 항상 불안하죠. 불안하고 그런 것에 눈을 뜨게 한 것 같습니다.
Q. 유년 시절을 보낸 인천, 당시 풍경은?
휴전이 되고, 휴전이 53년도에 됐는데요. 거의 한 2~3년 정도밖에 안 지났을 때예요.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요. 전장에서 돌아온 상이 군인들이 그렇게 많았고 항상, 그러니까 제 주변에 고아, 고아원 아이들, 또 아버지를 잃고 남편을 잃은 여자들, 젊은 여성들이 많았고, 또 그러니까 이 소설 속의 그대로 그냥 판박이 같아요.
Q. 소설 속 여성들, 고통스러워 보이는데?
그 시절만 해도 지금보다 더 여성의 위치가 열악했고요. 또 가부장적인 제도라든가 습관이라든가 가치관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상당히 가부장적인 것에 중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받는 억압은 더 컸을 것이고. 지금도 우리가 눈을 조금만 더 돌리면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이라든지, 또 어떤 빈곤층 여성들의 위치라든가 겪고 있는 얘기들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그 시절하고 그렇게 크게 다를까요?
Q. 작품에 등장하는 '그'의 존재는?
어떤 미지가 갖는 신비감 있잖아요. 거기에 대한 어떤 선망과 동기, 선망과 의미부여랄까 신비감 같은 것들. 저는 이 아이가 지금 자기가 몸담고 있는 세계가 아닌 이 너머에, 이 건너에, 혹은 다른 세계에 대한 기대, 자기가 맞이할 기대에 대한 그런 의미, 그런 의미를 부여해서 그렇게 한 남자를 그것의 은유로 그렇게 썼던 것 같습니다.
Q. 이 아이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것을 어떤 운명적인 생각을 하지 마시고요. 그냥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게 그렇게 고독하면서, 뭔가 아이대로는 열심히 열심히, 오리가 물밑에서 발 이렇게 하듯이 그냥 자라나려고 슬픔도 느끼고 기쁨도 느끼고 자기 나름의 어떤 절망도 하면서 그렇게 기를 쓰고 성장을 하는 것이라는.묵은 나무에서 새순이 돋아오르는 것 같은 그런 것처럼 삐죽하게 고개를 들고 머리를 이렇게 솟구치는 어떤 그런 것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Q. 소설을 쓰게 한 가장 큰 동력은?
가장 뚜렷한 것은 제 안에 있는 결핍증 같은 것들인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인정 욕구'라든가 자기 현시 욕구 같은 그런 것이었는데, 차츰 글을 써가면서 언어로서 뭔가를 기술하는 일에 굉장히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그럴까요?
그래서 글 쓰는 일은 그냥 어떤 항상 매혹과 어떤 지금도 목마름 같은 그런 것으로 있고. 일생을 살아가면서 뭔가 그렇게 자기를 걸고 했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다는 게 지금은 굉장히 감사한 생각을 하죠.
Q.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작가는?
김동리, 황순원이라든지, 또 이호철 선생 이런 분도. 또 손창섭 이런 분들, 전후 작가라고 우리가 얘기하는 그런 분들의 아주 좋은 단편들을 계속 읽어왔기 때문에. 읽으면서 '아, 단편소설의 틀은 이런 것이구나' 라든지 '소설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들이 그냥 통째로 제가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황순원 선생님이랑 김동리 선생이 쓴 문장 같은 것은 지금도 기억을 하거든요.
Q. 작품이 많지 않은 과작(寡作)이신데?
저는 많이 게으르죠. (웃음) 그냥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문학이라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할 수 있는 만큼 한다... 생활과의 타협도 있었고요.
그러니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포함이 되죠. 이제 나날의 생활도 있고요, 육아의 문제 같은 것도 있을 수 있고요. 별로 유익하지 않은 고민 속으로 많이 도망을 갔던 것 같은 생각이 좀 듭니다.
Q. 가장 아끼는 작품을 꼽는다면?
저는 <동경> 이라는 작품이 비교적... 왜냐하면 완성도가 그게 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어느 시절이 제가 아주 강하게 거기에 각인되어 있다고 그럴까. 그래서... 저라기보다도 저의 부모님이죠. 부모님의 모습이 담겨있는 그런 것이어서 저는 그 작품에 좀 애착이 있습니다.
Q. 책을 잘 안 읽는 시대, 문학의 가치는?
'문학이나 예술이 주는 가장 큰 미덕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다.'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책을 읽는 것이. 그러니까 내 밖의 삶을 보게 되고요. 결국 닿게 되는 것은 '나는 당신과 다르지 않다' 이런 게 아닐까.
Q. <중국인 거리> 주인공을 다시 만난다면?
이럴 때는 그냥 통상적으로 하는 말이라는 게 그냥 '꼭 안아주고 싶어' 이렇게 말하겠지만, 저는 그냥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봐. 네 마음대로 가 봐. 많이 슬퍼하고 많이 아파하고 그래도 괜찮아.' 이런 식의 얘기들...
촬영기자: 조승연, 류재현
영상편집: 황혜경
아역배우: 이다혜/ 사진출처: 인천시교육청 화도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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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기자 3rdl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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