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그들이 하지 못한 말…‘봄날’이 그려낸 광주의 열흘
입력 2021.05.30 (21:20)
수정 2021.05.3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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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중기획 우리 시대의 소설,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임철우의 장편, 봄날입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처절했고, 그래서 가장 빛나는 항쟁으로 각인된 열흘의 시간을 당시 대학생으로 현장에 있었던 작가가 마치 기사로 전하듯 치밀하게 재구성했습니다.
특히 항쟁의 마지막 날, 죽음이 예정된 도청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광주 시민들의 선택을 문학의 언어로 소환해 역사의 시간에 아로새겼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유동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1년 전 광주.
계엄군의 진압이 예고된 도청에서 소설 속 인물은 자신에게 묻습니다.
'왜 스스로 죽음을 택하려 하는가.'
1980년 5월 27일, 그 봄날의 마지막 아침 이후 작가는 이 질문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임철우/소설가 :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죽음을, 최후를 맞이했을까. 죽음을 선택한 겁니다, 최후를. 왜 그랬을까?"]
소설 속에서 질문을 던진 실제 주인공은 최후의 시민군 대변인으로 전남도청에서 산화한 고(故) 윤상원 열사.
서울의 은행원 자리를 6개월 만에 내던지고, 이 3층짜리 아파트에 살며 야학을 운영했습니다.
성당 한쪽에 남은 야학의 흔적.
윤상원 열사는 이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5·18 소식지 '투사회보'를 만들었습니다.
[임철우/소설가 : "(야학에) 영어강사가 부족하다고. 누가 나한테 한번 해달라고, 해보라고 그래서 그때 처음 윤상원 선배를 만났죠."]
그가 세상을 떠난 그 자리에서 열리는 전시회.
선배의 참혹한 시신이 담긴 사진은 고통스러운 40년 전 그곳으로 작가를 데려다 놓았습니다.
수많은 영령 앞에 살아남은 자가 느껴야 하는 생의 무게.
누군가는 치열했고, 누군가는 잔혹했던 그 열흘의 의미를 작가는 찾아야만 했습니다.
[이정연 열사 일기/임철우 낭독 : "우리가 사랑했던 것, 괴로움 당했던 것 아무것도 헛됨은 없어라."]
작가는 그렇게 떠난 이들이 하지 못한 말을 하나씩 되살려 냈습니다.
[임철우/소설가 : "내 안으로, 내 안으로 들어오시라. 내가 여러분들의 마음을, 마지막 남기는, 세상에 남기지 못한 말을 제가 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공장 노동자와 가게 점원, 광주를 지킨 평범한 투사들.
12·12 반란 직후부터 시민을 공격하는 훈련을 받고 광주를 덮친 계엄군.
각각의 인물 등 뒤에 서 있는 느낌이 들 만큼 광주의 오월을 시리게 되살렸습니다.
[김형중/조선대학교 국문과 교수 : "동료들은 감옥에 잡혀가기도 하고 죽기도 했는데 본인이 살아남았어요. 그것을 소설화하는 것이 아마 두렵지 않았을까. 가급적이면 자세하게 있었던 일을 전달하고 싶은 욕망, 저는 그거를 정확성에 대한 강박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예고된 최후.
열 번째 아침을 채 맞지 못하고 스러져간 그 봄날의 시민들.
소설 속 인물은 왜 죽음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다시 스스로 답합니다.
[소설 '봄날' 중에서/임철우 낭독 : "이 뜨거운 항쟁의 마침표를 누군가는 찍어야 해. 저 불의한 압제자들에게 이 자리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고스란히 내어줄 수는 없어. 절대로..."]
현실의 열사가 미처 말하지 못한, 그날 도청을 지킨 이유, 이제 소설로 우리와 만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 유용규/그래픽:김현수 강민수 한종헌/음악:김주한 Doopiano
연중기획 우리 시대의 소설,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임철우의 장편, 봄날입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처절했고, 그래서 가장 빛나는 항쟁으로 각인된 열흘의 시간을 당시 대학생으로 현장에 있었던 작가가 마치 기사로 전하듯 치밀하게 재구성했습니다.
특히 항쟁의 마지막 날, 죽음이 예정된 도청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광주 시민들의 선택을 문학의 언어로 소환해 역사의 시간에 아로새겼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유동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1년 전 광주.
계엄군의 진압이 예고된 도청에서 소설 속 인물은 자신에게 묻습니다.
'왜 스스로 죽음을 택하려 하는가.'
1980년 5월 27일, 그 봄날의 마지막 아침 이후 작가는 이 질문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임철우/소설가 :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죽음을, 최후를 맞이했을까. 죽음을 선택한 겁니다, 최후를. 왜 그랬을까?"]
소설 속에서 질문을 던진 실제 주인공은 최후의 시민군 대변인으로 전남도청에서 산화한 고(故) 윤상원 열사.
서울의 은행원 자리를 6개월 만에 내던지고, 이 3층짜리 아파트에 살며 야학을 운영했습니다.
성당 한쪽에 남은 야학의 흔적.
윤상원 열사는 이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5·18 소식지 '투사회보'를 만들었습니다.
[임철우/소설가 : "(야학에) 영어강사가 부족하다고. 누가 나한테 한번 해달라고, 해보라고 그래서 그때 처음 윤상원 선배를 만났죠."]
그가 세상을 떠난 그 자리에서 열리는 전시회.
선배의 참혹한 시신이 담긴 사진은 고통스러운 40년 전 그곳으로 작가를 데려다 놓았습니다.
수많은 영령 앞에 살아남은 자가 느껴야 하는 생의 무게.
누군가는 치열했고, 누군가는 잔혹했던 그 열흘의 의미를 작가는 찾아야만 했습니다.
[이정연 열사 일기/임철우 낭독 : "우리가 사랑했던 것, 괴로움 당했던 것 아무것도 헛됨은 없어라."]
작가는 그렇게 떠난 이들이 하지 못한 말을 하나씩 되살려 냈습니다.
[임철우/소설가 : "내 안으로, 내 안으로 들어오시라. 내가 여러분들의 마음을, 마지막 남기는, 세상에 남기지 못한 말을 제가 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공장 노동자와 가게 점원, 광주를 지킨 평범한 투사들.
12·12 반란 직후부터 시민을 공격하는 훈련을 받고 광주를 덮친 계엄군.
각각의 인물 등 뒤에 서 있는 느낌이 들 만큼 광주의 오월을 시리게 되살렸습니다.
[김형중/조선대학교 국문과 교수 : "동료들은 감옥에 잡혀가기도 하고 죽기도 했는데 본인이 살아남았어요. 그것을 소설화하는 것이 아마 두렵지 않았을까. 가급적이면 자세하게 있었던 일을 전달하고 싶은 욕망, 저는 그거를 정확성에 대한 강박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예고된 최후.
열 번째 아침을 채 맞지 못하고 스러져간 그 봄날의 시민들.
소설 속 인물은 왜 죽음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다시 스스로 답합니다.
[소설 '봄날' 중에서/임철우 낭독 : "이 뜨거운 항쟁의 마침표를 누군가는 찍어야 해. 저 불의한 압제자들에게 이 자리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고스란히 내어줄 수는 없어. 절대로..."]
현실의 열사가 미처 말하지 못한, 그날 도청을 지킨 이유, 이제 소설로 우리와 만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 유용규/그래픽:김현수 강민수 한종헌/음악:김주한 Doo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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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우리 시대의 소설,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임철우의 장편, 봄날입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처절했고, 그래서 가장 빛나는 항쟁으로 각인된 열흘의 시간을 당시 대학생으로 현장에 있었던 작가가 마치 기사로 전하듯 치밀하게 재구성했습니다.
특히 항쟁의 마지막 날, 죽음이 예정된 도청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광주 시민들의 선택을 문학의 언어로 소환해 역사의 시간에 아로새겼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유동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1년 전 광주.
계엄군의 진압이 예고된 도청에서 소설 속 인물은 자신에게 묻습니다.
'왜 스스로 죽음을 택하려 하는가.'
1980년 5월 27일, 그 봄날의 마지막 아침 이후 작가는 이 질문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임철우/소설가 :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죽음을, 최후를 맞이했을까. 죽음을 선택한 겁니다, 최후를. 왜 그랬을까?"]
소설 속에서 질문을 던진 실제 주인공은 최후의 시민군 대변인으로 전남도청에서 산화한 고(故) 윤상원 열사.
서울의 은행원 자리를 6개월 만에 내던지고, 이 3층짜리 아파트에 살며 야학을 운영했습니다.
성당 한쪽에 남은 야학의 흔적.
윤상원 열사는 이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5·18 소식지 '투사회보'를 만들었습니다.
[임철우/소설가 : "(야학에) 영어강사가 부족하다고. 누가 나한테 한번 해달라고, 해보라고 그래서 그때 처음 윤상원 선배를 만났죠."]
그가 세상을 떠난 그 자리에서 열리는 전시회.
선배의 참혹한 시신이 담긴 사진은 고통스러운 40년 전 그곳으로 작가를 데려다 놓았습니다.
수많은 영령 앞에 살아남은 자가 느껴야 하는 생의 무게.
누군가는 치열했고, 누군가는 잔혹했던 그 열흘의 의미를 작가는 찾아야만 했습니다.
[이정연 열사 일기/임철우 낭독 : "우리가 사랑했던 것, 괴로움 당했던 것 아무것도 헛됨은 없어라."]
작가는 그렇게 떠난 이들이 하지 못한 말을 하나씩 되살려 냈습니다.
[임철우/소설가 : "내 안으로, 내 안으로 들어오시라. 내가 여러분들의 마음을, 마지막 남기는, 세상에 남기지 못한 말을 제가 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공장 노동자와 가게 점원, 광주를 지킨 평범한 투사들.
12·12 반란 직후부터 시민을 공격하는 훈련을 받고 광주를 덮친 계엄군.
각각의 인물 등 뒤에 서 있는 느낌이 들 만큼 광주의 오월을 시리게 되살렸습니다.
[김형중/조선대학교 국문과 교수 : "동료들은 감옥에 잡혀가기도 하고 죽기도 했는데 본인이 살아남았어요. 그것을 소설화하는 것이 아마 두렵지 않았을까. 가급적이면 자세하게 있었던 일을 전달하고 싶은 욕망, 저는 그거를 정확성에 대한 강박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예고된 최후.
열 번째 아침을 채 맞지 못하고 스러져간 그 봄날의 시민들.
소설 속 인물은 왜 죽음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다시 스스로 답합니다.
[소설 '봄날' 중에서/임철우 낭독 : "이 뜨거운 항쟁의 마침표를 누군가는 찍어야 해. 저 불의한 압제자들에게 이 자리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고스란히 내어줄 수는 없어. 절대로..."]
현실의 열사가 미처 말하지 못한, 그날 도청을 지킨 이유, 이제 소설로 우리와 만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 유용규/그래픽:김현수 강민수 한종헌/음악:김주한 Doopiano
연중기획 우리 시대의 소설,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임철우의 장편, 봄날입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처절했고, 그래서 가장 빛나는 항쟁으로 각인된 열흘의 시간을 당시 대학생으로 현장에 있었던 작가가 마치 기사로 전하듯 치밀하게 재구성했습니다.
특히 항쟁의 마지막 날, 죽음이 예정된 도청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광주 시민들의 선택을 문학의 언어로 소환해 역사의 시간에 아로새겼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유동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1년 전 광주.
계엄군의 진압이 예고된 도청에서 소설 속 인물은 자신에게 묻습니다.
'왜 스스로 죽음을 택하려 하는가.'
1980년 5월 27일, 그 봄날의 마지막 아침 이후 작가는 이 질문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임철우/소설가 :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죽음을, 최후를 맞이했을까. 죽음을 선택한 겁니다, 최후를. 왜 그랬을까?"]
소설 속에서 질문을 던진 실제 주인공은 최후의 시민군 대변인으로 전남도청에서 산화한 고(故) 윤상원 열사.
서울의 은행원 자리를 6개월 만에 내던지고, 이 3층짜리 아파트에 살며 야학을 운영했습니다.
성당 한쪽에 남은 야학의 흔적.
윤상원 열사는 이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5·18 소식지 '투사회보'를 만들었습니다.
[임철우/소설가 : "(야학에) 영어강사가 부족하다고. 누가 나한테 한번 해달라고, 해보라고 그래서 그때 처음 윤상원 선배를 만났죠."]
그가 세상을 떠난 그 자리에서 열리는 전시회.
선배의 참혹한 시신이 담긴 사진은 고통스러운 40년 전 그곳으로 작가를 데려다 놓았습니다.
수많은 영령 앞에 살아남은 자가 느껴야 하는 생의 무게.
누군가는 치열했고, 누군가는 잔혹했던 그 열흘의 의미를 작가는 찾아야만 했습니다.
[이정연 열사 일기/임철우 낭독 : "우리가 사랑했던 것, 괴로움 당했던 것 아무것도 헛됨은 없어라."]
작가는 그렇게 떠난 이들이 하지 못한 말을 하나씩 되살려 냈습니다.
[임철우/소설가 : "내 안으로, 내 안으로 들어오시라. 내가 여러분들의 마음을, 마지막 남기는, 세상에 남기지 못한 말을 제가 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공장 노동자와 가게 점원, 광주를 지킨 평범한 투사들.
12·12 반란 직후부터 시민을 공격하는 훈련을 받고 광주를 덮친 계엄군.
각각의 인물 등 뒤에 서 있는 느낌이 들 만큼 광주의 오월을 시리게 되살렸습니다.
[김형중/조선대학교 국문과 교수 : "동료들은 감옥에 잡혀가기도 하고 죽기도 했는데 본인이 살아남았어요. 그것을 소설화하는 것이 아마 두렵지 않았을까. 가급적이면 자세하게 있었던 일을 전달하고 싶은 욕망, 저는 그거를 정확성에 대한 강박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예고된 최후.
열 번째 아침을 채 맞지 못하고 스러져간 그 봄날의 시민들.
소설 속 인물은 왜 죽음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다시 스스로 답합니다.
[소설 '봄날' 중에서/임철우 낭독 : "이 뜨거운 항쟁의 마침표를 누군가는 찍어야 해. 저 불의한 압제자들에게 이 자리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고스란히 내어줄 수는 없어. 절대로..."]
현실의 열사가 미처 말하지 못한, 그날 도청을 지킨 이유, 이제 소설로 우리와 만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 유용규/그래픽:김현수 강민수 한종헌/음악:김주한 Doo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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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엽 기자 imhe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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