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을 뒤덮은 음울한 환상…백민석 ‘헤이, 우리 소풍 간다’
입력 2021.12.19 (21:25)
수정 2021.12.1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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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시대의 소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습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소설 50편을 차례로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19일) 언급할 작품은 백민석 작가의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입니다.
유동엽 기자가 소개하겠습니다.
[리포트]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 환상.
늘 지나는 집 근처 골목길에서 괴물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엉뚱하지만 무서운 어린 시절의 환상.
소설의 인물에게는 TV에서 본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늘 상상 속에 나타납니다.
익살스런 웃음소리로 끊임없이 장난을 치는 딱따구리.
[백민석/소설가 : "제가 살던 무허가촌에는 텔레비전 자체가 별로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컬러방송이 시작되더라고요. 그게 마침 1981년이었고, 컬러 텔레비전 있는 집마다 쫓아다니면서 그런 은하철도999나 이런 걸 보고 그랬던 것이 저희한테는 많은 영향을 끼쳤을 거다, 우리 삶에도 제 삶에도."]
만화 속 모습과 달리 환상 속에 나타나는 딱따구리는 음울하고 잔인한 괴물입니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중에서 : "나는 보았던 거야. 마치 제 앞에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제 적이라는 듯 자기를 가로막는 그 모든 것들에 구멍을 내고, 피를 흘리게 하는 딱따구리들을..."]
당황스러울 만큼 느닷없는 폭력은 소설 속 인물에게, 또 작가에게 환상 속에만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삼청교육대 관련 보도 중에서 : "상부에서 할당된 인원을 채우기에 급급해...평범한 직장인이 전과자로 둔갑해 인권을 유린당하는 사례가..."]
[백민석/소설가 : "동네에 있던 조금 껄렁껄렁한 그런 사람들이 다 잡혀서 훈련소 들어가고, 삼청교육대 같은 데 들어가고 실제로 우리 동네에 다 있었던 거예요."]
실제와 환상이 뒤섞여버린 모호한 이야기 속에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던 당시 공장 노동자와, 80년 광주의 기억까지, 현실 속 사건들이 책갈피처럼 삽입돼 있습니다.
[백민석/소설가 : "무허가촌에 살면서 이런 폭력적인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커서도 그것을 반영해서 자기가 겪었던 일을 반영해서 똑같이 비슷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김영찬/문학평론가·계명대 교수 : "폭력이 어떻게 개인의 영혼을 잠식하고, 그 영혼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가는가를 굉장히 파괴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그런 소설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유년 시절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중에서 :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할 만큼 좋았던 시절이 우리에게는 존재치 않았다는 걸..."]
주인공의 말은 성인이 되어 어릴 때 살던 동네를 다시 찾았을 때 느꼈던, 작가 자신의 감정이었습니다.
[백민석/소설가 : "옛날 생각도 나고 뭔가 추억에 젖어서 사람이 좀 감성적이 되고 이럴 줄 알았는데, 그런 기분은 전혀 안 들더라고요. 행복하지 않게 살았으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그 동네에 살던 친구들이 다 그랬을 것 같아요, 제 기억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따뜻하거나 아름답지 않다는 것, 작가의 소설이 쉽게 읽히지만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일 수 있습니다.
유쾌하지 않은 지난날의 기억들을 여러분은 어떻게 간직하고 계십니까?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촬영기자:조현관 황종원/그래픽:임희수
우리 시대의 소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습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소설 50편을 차례로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19일) 언급할 작품은 백민석 작가의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입니다.
유동엽 기자가 소개하겠습니다.
[리포트]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 환상.
늘 지나는 집 근처 골목길에서 괴물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엉뚱하지만 무서운 어린 시절의 환상.
소설의 인물에게는 TV에서 본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늘 상상 속에 나타납니다.
익살스런 웃음소리로 끊임없이 장난을 치는 딱따구리.
[백민석/소설가 : "제가 살던 무허가촌에는 텔레비전 자체가 별로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컬러방송이 시작되더라고요. 그게 마침 1981년이었고, 컬러 텔레비전 있는 집마다 쫓아다니면서 그런 은하철도999나 이런 걸 보고 그랬던 것이 저희한테는 많은 영향을 끼쳤을 거다, 우리 삶에도 제 삶에도."]
만화 속 모습과 달리 환상 속에 나타나는 딱따구리는 음울하고 잔인한 괴물입니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중에서 : "나는 보았던 거야. 마치 제 앞에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제 적이라는 듯 자기를 가로막는 그 모든 것들에 구멍을 내고, 피를 흘리게 하는 딱따구리들을..."]
당황스러울 만큼 느닷없는 폭력은 소설 속 인물에게, 또 작가에게 환상 속에만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삼청교육대 관련 보도 중에서 : "상부에서 할당된 인원을 채우기에 급급해...평범한 직장인이 전과자로 둔갑해 인권을 유린당하는 사례가..."]
[백민석/소설가 : "동네에 있던 조금 껄렁껄렁한 그런 사람들이 다 잡혀서 훈련소 들어가고, 삼청교육대 같은 데 들어가고 실제로 우리 동네에 다 있었던 거예요."]
실제와 환상이 뒤섞여버린 모호한 이야기 속에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던 당시 공장 노동자와, 80년 광주의 기억까지, 현실 속 사건들이 책갈피처럼 삽입돼 있습니다.
[백민석/소설가 : "무허가촌에 살면서 이런 폭력적인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커서도 그것을 반영해서 자기가 겪었던 일을 반영해서 똑같이 비슷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김영찬/문학평론가·계명대 교수 : "폭력이 어떻게 개인의 영혼을 잠식하고, 그 영혼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가는가를 굉장히 파괴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그런 소설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유년 시절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중에서 :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할 만큼 좋았던 시절이 우리에게는 존재치 않았다는 걸..."]
주인공의 말은 성인이 되어 어릴 때 살던 동네를 다시 찾았을 때 느꼈던, 작가 자신의 감정이었습니다.
[백민석/소설가 : "옛날 생각도 나고 뭔가 추억에 젖어서 사람이 좀 감성적이 되고 이럴 줄 알았는데, 그런 기분은 전혀 안 들더라고요. 행복하지 않게 살았으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그 동네에 살던 친구들이 다 그랬을 것 같아요, 제 기억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따뜻하거나 아름답지 않다는 것, 작가의 소설이 쉽게 읽히지만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일 수 있습니다.
유쾌하지 않은 지난날의 기억들을 여러분은 어떻게 간직하고 계십니까?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촬영기자:조현관 황종원/그래픽:임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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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소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습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소설 50편을 차례로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19일) 언급할 작품은 백민석 작가의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입니다.
유동엽 기자가 소개하겠습니다.
[리포트]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 환상.
늘 지나는 집 근처 골목길에서 괴물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엉뚱하지만 무서운 어린 시절의 환상.
소설의 인물에게는 TV에서 본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늘 상상 속에 나타납니다.
익살스런 웃음소리로 끊임없이 장난을 치는 딱따구리.
[백민석/소설가 : "제가 살던 무허가촌에는 텔레비전 자체가 별로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컬러방송이 시작되더라고요. 그게 마침 1981년이었고, 컬러 텔레비전 있는 집마다 쫓아다니면서 그런 은하철도999나 이런 걸 보고 그랬던 것이 저희한테는 많은 영향을 끼쳤을 거다, 우리 삶에도 제 삶에도."]
만화 속 모습과 달리 환상 속에 나타나는 딱따구리는 음울하고 잔인한 괴물입니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중에서 : "나는 보았던 거야. 마치 제 앞에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제 적이라는 듯 자기를 가로막는 그 모든 것들에 구멍을 내고, 피를 흘리게 하는 딱따구리들을..."]
당황스러울 만큼 느닷없는 폭력은 소설 속 인물에게, 또 작가에게 환상 속에만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삼청교육대 관련 보도 중에서 : "상부에서 할당된 인원을 채우기에 급급해...평범한 직장인이 전과자로 둔갑해 인권을 유린당하는 사례가..."]
[백민석/소설가 : "동네에 있던 조금 껄렁껄렁한 그런 사람들이 다 잡혀서 훈련소 들어가고, 삼청교육대 같은 데 들어가고 실제로 우리 동네에 다 있었던 거예요."]
실제와 환상이 뒤섞여버린 모호한 이야기 속에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던 당시 공장 노동자와, 80년 광주의 기억까지, 현실 속 사건들이 책갈피처럼 삽입돼 있습니다.
[백민석/소설가 : "무허가촌에 살면서 이런 폭력적인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커서도 그것을 반영해서 자기가 겪었던 일을 반영해서 똑같이 비슷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김영찬/문학평론가·계명대 교수 : "폭력이 어떻게 개인의 영혼을 잠식하고, 그 영혼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가는가를 굉장히 파괴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그런 소설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유년 시절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중에서 :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할 만큼 좋았던 시절이 우리에게는 존재치 않았다는 걸..."]
주인공의 말은 성인이 되어 어릴 때 살던 동네를 다시 찾았을 때 느꼈던, 작가 자신의 감정이었습니다.
[백민석/소설가 : "옛날 생각도 나고 뭔가 추억에 젖어서 사람이 좀 감성적이 되고 이럴 줄 알았는데, 그런 기분은 전혀 안 들더라고요. 행복하지 않게 살았으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그 동네에 살던 친구들이 다 그랬을 것 같아요, 제 기억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따뜻하거나 아름답지 않다는 것, 작가의 소설이 쉽게 읽히지만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일 수 있습니다.
유쾌하지 않은 지난날의 기억들을 여러분은 어떻게 간직하고 계십니까?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촬영기자:조현관 황종원/그래픽:임희수
우리 시대의 소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습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소설 50편을 차례로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19일) 언급할 작품은 백민석 작가의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입니다.
유동엽 기자가 소개하겠습니다.
[리포트]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 환상.
늘 지나는 집 근처 골목길에서 괴물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엉뚱하지만 무서운 어린 시절의 환상.
소설의 인물에게는 TV에서 본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늘 상상 속에 나타납니다.
익살스런 웃음소리로 끊임없이 장난을 치는 딱따구리.
[백민석/소설가 : "제가 살던 무허가촌에는 텔레비전 자체가 별로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컬러방송이 시작되더라고요. 그게 마침 1981년이었고, 컬러 텔레비전 있는 집마다 쫓아다니면서 그런 은하철도999나 이런 걸 보고 그랬던 것이 저희한테는 많은 영향을 끼쳤을 거다, 우리 삶에도 제 삶에도."]
만화 속 모습과 달리 환상 속에 나타나는 딱따구리는 음울하고 잔인한 괴물입니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중에서 : "나는 보았던 거야. 마치 제 앞에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제 적이라는 듯 자기를 가로막는 그 모든 것들에 구멍을 내고, 피를 흘리게 하는 딱따구리들을..."]
당황스러울 만큼 느닷없는 폭력은 소설 속 인물에게, 또 작가에게 환상 속에만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삼청교육대 관련 보도 중에서 : "상부에서 할당된 인원을 채우기에 급급해...평범한 직장인이 전과자로 둔갑해 인권을 유린당하는 사례가..."]
[백민석/소설가 : "동네에 있던 조금 껄렁껄렁한 그런 사람들이 다 잡혀서 훈련소 들어가고, 삼청교육대 같은 데 들어가고 실제로 우리 동네에 다 있었던 거예요."]
실제와 환상이 뒤섞여버린 모호한 이야기 속에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던 당시 공장 노동자와, 80년 광주의 기억까지, 현실 속 사건들이 책갈피처럼 삽입돼 있습니다.
[백민석/소설가 : "무허가촌에 살면서 이런 폭력적인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커서도 그것을 반영해서 자기가 겪었던 일을 반영해서 똑같이 비슷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김영찬/문학평론가·계명대 교수 : "폭력이 어떻게 개인의 영혼을 잠식하고, 그 영혼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가는가를 굉장히 파괴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그런 소설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유년 시절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중에서 :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할 만큼 좋았던 시절이 우리에게는 존재치 않았다는 걸..."]
주인공의 말은 성인이 되어 어릴 때 살던 동네를 다시 찾았을 때 느꼈던, 작가 자신의 감정이었습니다.
[백민석/소설가 : "옛날 생각도 나고 뭔가 추억에 젖어서 사람이 좀 감성적이 되고 이럴 줄 알았는데, 그런 기분은 전혀 안 들더라고요. 행복하지 않게 살았으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그 동네에 살던 친구들이 다 그랬을 것 같아요, 제 기억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따뜻하거나 아름답지 않다는 것, 작가의 소설이 쉽게 읽히지만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일 수 있습니다.
유쾌하지 않은 지난날의 기억들을 여러분은 어떻게 간직하고 계십니까?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촬영기자:조현관 황종원/그래픽:임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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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엽 기자 imhe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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